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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줄기세포·연어 정액 추출물, 난치성 질환 치료 희망 되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12/13 06:00
주목받는 재생의학
신경 재생·인체 기능 회복 효과, 척추 손상·치매 등에 적용 기대
PDRN®, 힘줄·피부 재생 효능… 경제적 가치 높아 의약계 주목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고칠 수 없는 병이다. 이런 질병에 걸리면 완치는 안 되고 평생 약을 먹어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난치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재생의학이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의학은 단순히 증상만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대체하고 망가진 기능을 원래대로 회복시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의학분야다. 대표적인 게 줄기세포 치료다. 교통사고로 척수손상이 돼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했더니 신경이 재생돼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드라마틱한 사례처럼, 줄기세포는 척수손상·치매·당뇨병·심근경색 등 적절한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연어 등 자연에서 추출·정제한 성분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부위의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이 재생의학의 한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케팅리서치 회사 비전게인에 따르면 재생의학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58억달러(약 6조7720억원)에서 2026년 약 308억달러(약 35조9620억원)로 확대되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이 약 17.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줄기세포, 심근경색·관절염 치료
줄기세포 치료제로 2011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급성심근경색 치료제(하티셀그램-AMI)가 개발된 뒤, 2012년 크론병성 누공 치료제(큐피스템), 관절 연골 결손 치료제(카티스템)가 나왔다. 이들 치료제는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고 인체의 기능을 복구하는 치료제로 사용이 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울혈성 심부전, 크론병, 치루 등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향후 3년 이내에 제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서 심근경색, 사지허혈, 골관절염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6년 뒤에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늦어도 9년 뒤면 개발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조직재생 물질 넣어 인대·힘줄 재생
줄기세포 치료와 달리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생의학 분야는 바로 자가재생 촉진(Stimulators of Endogenous Repair) 분야다. 이 분야는 우리 몸에 조직 재생 활성물질을 주입,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재생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약사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매년 동해안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정액에서 추출한 DNA조각(PDRN®)으로 의약품을 만드는데, 이 약은 인대·힘줄·피부 등 우리 몸속 조직의 재생과 염증 완화에 특별한 효과를 낸다. 연어 정액 속에서 DNA를 뽑아 특정 길이로 자른 것을 'PDRN®'이라고 하는데, PDRN®은 우리 몸의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약리 작용을 한다. 우리 몸의 상처는 염증기→증식기→성숙기를 거치는데, PDRN®을 몸속에 주입하면 염증기에는 항염증 효과를 내고, 증식기에는 각종 성장인자(FGF·IGF 등)의 분비를 촉진해 조직이 빨리 재생될 수 있도록 한다. 성숙기에는 손상된 DNA가 빨리 합성하도록 도와 상처 회복이 빨리 이뤄진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관계자는 "우리 몸은 손상이 되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기전이 있는데, PDRN®은 우리 몸이 적은 에너지를 쓰면서도 빨리 회복될 수 있게 한다"며 "PDRN®은 치료가 어려운 퇴행성·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PDRN® 효능 관련 연구는 100여 건 이상 나왔다. 대부분 힘줄·인대 재생, 피부 상처에 대한 효능이다. 2014년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힘줄·인대 손상 환자 138명을 대상으로 PDRN®주사제를 투여했더니 환자의 79%가 통증이 감소했다. 뼈가 보일 정도로 피부가 심하게 괴사된 욕창 환자에게 PDRN® 주사를 투여했더니 4주 만에 피부가 재생됐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 손상된 각막에 PDRN® 재생 점안액을 투여했더니 손상된 각막의 상피세포가 대조군 대비 빠르게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버려진 연어 정액으로 부가가치 창출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버려지는 연어 정액을 이용해 의약품을 만들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회귀해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은 정액을 알 위에 뿌려 수정을 시킨 뒤 죽는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도현 선임연구원은 "수컷 연어가 수정을 위해 모든 정액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버려진 연어 정액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어 한 마리당 채취할 수 있는 정액량은 10~15㎖이며, 이중 채취되는 PDRN®은 5% 미만이다. 정액 1㎏에서 정제한 PDRN®의 경제적인 부가가치는 1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