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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에 1만8000원 드는데 수가 0원 "내시경 하면 할수록 손해"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소화기 관련 학회 "수가 마련 필수"
세척·소독 5단계, 대략 40분 걸려… 진정내시경 급여화, 적자 보전 불가

내시경은 소독과 세척에 소홀할 경우 감염질환 전파 가능성이 있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내시경 검사에 의한 감염은 180만건 중 1건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발생은 이보다 많다. 최근에는 미국 내 다제내성균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순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내시경 세척과 소독 등 감염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건복지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으로 진정내시경(수면내시경)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면서, 내시경 소독·세척 비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한정호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는 0원"이라며 "지금까지 병의원은 비교적 고가의 진정내시경 검사를 통해 세척·소독 비용을 보전해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보험이사는 "현실적인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를 신설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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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1회 세척·소독 비용은 1만7860원이지만 국내 별도의 내시경 소독수가는 없다. 현실성 있는 소독수가가 신설돼야 내시경에 의한 감염질환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은 솔을 이용해 겸자공(조직검사에 쓰이는 내시경 기구가 들어가는 구멍)을 청소하는 모습.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진정내시경 보험 적용… 내시경 적자 보전 안 돼

국내 건강보험은 낮은 진료 수가를 비급여(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진료)를 통해 보전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비염의 경우 진료비는 1만원도 안 하는 반면 알레르기 원인을 찾는 MAST검사비는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내시경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의사들은 비급여인 진정내시경을 급여화한다면 내시경 세척·소독이 가능할 수 있게 별도의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위내시경 검사의 현행 수가는 약 4만원으로 검사 건수가 늘수록 비용손실이 발생한다. 4만원에는 내시경 세척과 소독, 의사와 간호사 인건비, 재료비, 기기 감가상각비 등이 반영돼야 하는데 의사들은 "현실상 무리"라고 말한다. 내시경 한대 가격은 약 4000만원이며 내시경 자동세척기도 2000만원 정도다. 따라서 비급여인 진정내시경(10만~15만원)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왔던 것이다. 소화기연관학회 보험정책단 은창수 총무이사(한양대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메르스와 C형간염 집단감염사태 이후 국민들이 요구하는 감염관리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며 "내시경 소독은 메르스 사태처럼 전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소화기 관련 학회 "소독수가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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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소독·세척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자 소화기 관련 학회들이 힘을 모아 '소화기연관학회 보험정책단(이하 보험정책단)'을 구성해 정부 대응에 나섰다. 보험정책단에는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간학회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대한췌담도학회 ▲대한소화기암학회 등 총 8개 학회가 참여 중이다. 한정호 보험이사는 "여러차례 회의를 거쳤지만 아직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현실성 있는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 신설이 불가할 시에는 내시경 보이콧을 생각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대학병원, 병원, 개원가 등 여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내시경 1회 세척·소독 비용을 조사 중이다. 소화기연관학회 보험정책단 이동호 단장(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한때 내시경 1회 소독비용으로 1900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며 "감염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들도 절감하고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내시경 세척·소독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시경 세척·소독 1만8000원 필요"

소화기 관련 8개 학회는 1회 내시경 세척·소독 비용으로 1만7860원을 주장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내시경 세척 및 소독 지침'을 살펴보면 전세척, 세척, 소독, 헹굼, 건조 총 5단계에 걸쳐 세척과 소독이 진행된다. 먼저 세척액을 묻힌 거즈로 내시경 외부 표면을 닦고, 조직검사를 위한 겸자공(3㎜)내 오물은 솔로 세척한다. 이후 세척제에 내시경을 20분간 담갔다 꺼낸 뒤 내시경 세척기에서 소독을 한다. 마지막으로 소독한 내시경을 세척해 건조한다. 의정부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형근 교수는 "내시경 세척·소독 작업은 총 40분 이상 소요되며 각 단계에 따라 사용되는 재료와 약제, 장비가 다르다"며 "조사결과, 세척·소독 과정에서 사용되는 거즈와 솔, 자동세척기 소독액과 간호사 인건비 등을 합하면 1만7860원이 산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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