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증상 제각각인 뇌전증, 초기 정확한 진단 필수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전증학회 회장

[메디컬 포커스] 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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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전증학회 회장

지난달 부산 해운대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 7중 추돌사고를 낸 운전자가 뇌전증(腦電症) 환자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과 함께 4대 신경계질환으로 꼽히는 뇌질환이다. 10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에게 흔하며, 뇌 손상이 일어난 부위의 신경세포에서 전기가 발생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까지 뇌 손상으로 불안정해진 신경세포막을 안정시키거나, 뇌에서 억제 효과를 내는 호르몬(GABA) 활동을 증진하는 등의 항뇌전증약이 20종 이상 개발돼 환자의 70~80%는 증상이 잘 조절된다.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시도해볼 수도 있는데, 85% 정도에서 효과가 있다.

문제는 뇌전증 진단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뇌 손상이 일어난 부위에 따라서 증상이 천태만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환자도 증상이 나타났을 때 뇌전증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손상된 뇌 부위 중에서도 미세한 부분에서 전기가 발생해 생기는 뇌전증의 가장 가벼운 증상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고 ▲신체 일부가 저리고 ▲과거 경험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가고 ▲기시감·미시감이 나타나는 것이다.

뇌의 전기가 손상 부위 주변으로 퍼지면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눈의 초점이 사라지고, 불러도 대답을 못 하며, 정신이 나간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밤에만 몸을 크게 움직이는 증상도 있어 수면장애와 헷갈린다. 병이 진행돼 전기가 운동중추까지 퍼지면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며, 양쪽 뇌 전체로 퍼지면 전신이 경련을 일으키는 발작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흔히 알려진 뇌전증의 증상은 전신 발작인데, 여러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뇌전증은 빨리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증상 조절이 잘 되며 완치에 이르는 기간도 짧아진다. 반면 진단·치료가 늦으면 뇌에서 발생한 전기가 반대쪽 뇌로 퍼져서 완치가 어려울 수 있으며, 증상이 계속되므로 각종 안전사고·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우울증이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며 학교, 직장 등 사회생활도 온전히 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손발 떨림, 순간적인 기억 상실, 기절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고 2회 이상 반복되면 뇌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진단은 뇌파검사와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등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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