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당뇨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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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으로 10년 넘게 진료를 받던 환자가 최근 진료 때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가끔씩 생긴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이라 나름대로 식사와 운동 등 생활습관 조절을 잘 했고 혈당도 약으로 잘 관리했지만, 검사 결과 관상동맥 하나가 80% 이상 막혀 있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했다고 해도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았고, 담배도 피웠던 터라 심혈관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혈당 수치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한 다양한 심혈관 합병증이다.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심근(心筋)병증, 심부전 등으로,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남자는 2~3배, 여자는 3~5배 위험하다. 또 이런 심혈관 합병증은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위험이 커지고 합병증이 생기면 입원율이나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당뇨병은 초기부터 심혈관 합병증 예방도 치료 목표로 잡아야 한다.

미국당뇨병학회와 미국심장학회는 작년에 당뇨병 치료제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당뇨약, 혈압약 등을 따로 먹어야 했지만 당뇨약 하나에 이런 기능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임상내분비학회는 당뇨병 합병증 예방을 위해 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심혈관계 위험 인자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혈당 관리를 넘어 심혈관 합병증까지 고려한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당뇨병 환자라도 처음부터 꾸준하게 합병증 치료를 병행하면 관상동맥질환, 신장질환 등의 당뇨병 합병증 위험이 20% 정도 줄어든다. 또 장기적인 혈당 상태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 수치의 경우 1% 떨어질 때마다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은 21%, 심근경색은 14%, 뇌졸중은 12%, 말초혈관질환은 43%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혈당 조절은 물론, 혈압과 체중까지 함께 줄이는 당뇨병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혈당 수치는 물론 심혈관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까지 줄이는 결과가 나와 의학계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약 하나로 혈당과 심혈관 합병증, 사망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달부터 이런 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심혈관 합병증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