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부터 담뱃갑에 흡연의 위해성을 알리는 경고그림이 들어가게 된다. 흡연이 유발할 수 있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성기능 장애, 피부노화, 조기 사망을 비롯해 간접흡연이나 임산부의 흡연 등의 위해성과 관련된 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노출함으로써 금연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는 또한 흡연자는 물론 흡연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청소년이나 여성의 흡연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규제개혁위원회가 담뱃갑 경고그림의 위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의견을 내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담뱃갑 상단에 경고그림을 배치하도록 한 시행령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배치하는 것의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인데, 이는 경고그림 도입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정으로 보인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손톱 및 가시’를 뽑으라는 의미로 대통령의 직속에 두고 있는데, 이번 논란은 뽑아야 할 손톱 및 가시는 그대로 두고 손톱에 대못을 박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는 80개국 중 51개국(63.8%)은 상단에 경고그림을 넣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담배규제기본협약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고그림과 경고문구의 가시성 차이를 들어 상단 배치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경고그림이 상단에 있으면 담배를 파는 사람이 계속 이런 그림을 봐야 해 담배판매자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등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경고그림의 본질과 목적을 흐리고 입법취지나 WHO의 권고에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이 담배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내려진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언급될 정도로 취지와 의도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담배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 후 이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담배규제정책을 수립할 때 담배업계나 이를 대변하는 조직은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담배규제기본협약 내용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흡연과 관련해 사망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한 해 6만명에 이른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은 2014년 담뱃값 인상 논의 당시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규제를 완화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국민의 건강까지 해칠 규제를 풀 이유는 없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챙길 의지가 있긴 한지 의심스럽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최종 위치는 다음달 13일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