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정신질환, 뇌 신경체계 망가져 발생… 초기 치료해야 완치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6/03/23 05:00
[H story] 정신질환 치료
우울증·불안장애·조현병 등 유병 기간 길어질수록 증상 악화
암처럼 병변 작을 때 치료 시작, 시기 놓치면 동반 질환·재발 위험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달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초기에 정신질환을 발견해 치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시·군·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정신과 의사를 배치하고,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니더라도 동네 내과·가정의학과 의원에서 정신건강을 검사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박성원 사무관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후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는데까지 84주가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선진국에서 30주 정도가 걸리는 것보다 3배 가까이 소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정신 문제가 생겨도 신체 문제라고 여기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정신질환은 암처럼 초기-중기-말기로 이어지는 양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초기에 질환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암(癌)처럼 초기-중기-말기로 진행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이다. 이들 정신질환은 모두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활동이 줄어들거나 멋대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서영 교수는 "뇌 세포와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완전히 망가져 고착화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뇌의 구조적 변화가 지연되고 회복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신질환 역시 암이나 여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병변이 작을 때 치료에 돌입해야 약물이 투여됐을 때빠르게 반응하고, 신체 기능 저하도 덜 일어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는 "치료 받지 않아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병적 증상이 악화되고 약물에 대한 반응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재발과 제2차 질환(약물·알코올중독 등)이 동반되는데, 초기에 치료해야 재발이나 동반 질환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호주 멜버른대학의 정신병 조기발견-치료센터(EPPIC)가 초기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하고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50%의 환자에서 증상이 거의 소실됐으며 22%는 사회·직업적 기능도 회복했다. 우울증 역시 초기에 개입했을 경우 완치 확률이 높다. 미국 텍사스사우스웨스턴의료센터 연구팀이 우울증 증상이 있는 43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초기일 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하자 9개월 만에 60%에서 증상이 사라졌다.
☞정신질환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유전·사회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思考)와 감정, 행동에 이상이 생긴 상태.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알코올 중독 등이 주요 정신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