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의학용어

68세 남자 A씨는 최근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차서 병원을 찾았다. 그의 다리는 퉁퉁 부어 있었고, 탄력이 없어 의사가 다리를 손가락으로 누를 때마다 자국이 남았다. 의사는 그에게 부종이 있다며 정밀검사를 받자고 말했다.
부종과 부기
부종(浮腫)은 신체 조직의 사이사이에 물이 찬 것이다. 수종(水腫)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물은 신체 조직에서 나오는 액체를 말한다. 우리말의 ‘붓는다’란 단어 때문에 ‘붓기’라고 쓰기 쉬운데 ‘부기(浮氣)’라고 써야 옳다. 부기는 몸이 부은 상태, 즉 부종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부종은 주로 다리에 생긴다. 특히 저녁 시간에 ‘다리가 부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중력에 의해 다리에 피가 쏠리면서 부종이 생기기 쉬워진다. 신발을 사러 갈 때 오전보다 오후에 가는 게 좋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라면 등 야식을 먹고 잔 뒤 일어났을 때 눈이 퉁퉁 붓는 원리도 비슷하다. 서 있을 때는 다리에 피가 쏠리지만, 누워 있으면 피가 온몸에 골고루 퍼진다. 이때 눈꺼풀은 다른 부위보다 얇아 쉽게 붓는다.
폐에 생기는 폐부종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몸속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해주는 폐포(허파꽈리)에 물이 차면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워진다. 짧고 잦은 호흡과 함께 마른기침, 분홍색 가래가 나온다면 폐부종일 가능성이 높다.
질병도 부종의 원인이 된다. 콩팥이 나빠져서 생기는 신부전, 심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심부전, 간이 딱딱하게 되는 간경화가 있으면 부종이 잘 생긴다. 병의 증세가 심할수록 부종도 심하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자국이 남거나 양말 신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기도 한다. 이때 이뇨제를 사용하면 부기가 줄어든다. 단, 심한 부종이 있으면 손으로 눌렀을 때 자국이 남는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부종(특발성부종)은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저절로 빠지기 때문에 이뇨제를 안 쓰는 게 좋다. 무분별한 이뇨제 사용은 콩팥에 부담을 주며 부종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평소 부종이 잘 생겨 고민이라면 우선 싱겁게 먹도록 하자.

먹는 약의 부작용으로도 부종이 생긴다. 혈압약 중 칼슘통로차단제 계열의 약과, 당뇨병약 중 티아졸리디네디온 계열의 약이 그렇다. 부종은 보통 다리 양쪽에 비슷한 정도로 생기는데 한쪽에만 생겼다면 해당 부위의혈관이나 림프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안지현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를 거쳐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의학박사로 있다. 의학박사이자 언론학 석사이며, 대한노인의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TV 프로그램과 언론 매체 등에 고정 칼럼을 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