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은 하이힐을 신는 젊은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60대 이상 어르신 환자도 많다. 특히 고령층의 무지외반증은 발가락 외에도 다른 관절과 척추에 문제를 일으킬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무지외반증 성별 연령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0만 명 당 무지외반증 환자수가 70대에서 140명으로 2009년 77명 대비 무려 81.8%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81.0%, 여성이 82.5% 증가해 남녀 간에 차이는 거의 없었다. 70대 다음으로 증가율이 큰 연령대는 80대 이상(56.4%), 60대(42.5%) 순이었다.

연세건우병원 족부관절센터 박의현 원장은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층은 50~60대 중장년층이지만 증가폭이 가장 큰 연령층은 70대 이상 고령층이다”며 “70대에 갑자기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오래 전 발병했지만 통증과 불편을 참아오다 증상이 심해지거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지
노인이 무지외반증이 있으면 관절과 척추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이 무지외반증 수술을 하는 모습./사진=헬스조선 DB

발가락 변형 방치하면 무릎 관절염 등 악화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보기에만 좋지 않은 발가락 변형이 아니다. 질환이 진행되면 엄지발가락 통증과 함께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노인에게 무지외반증이 특히 더 위험한 것은 발목, 무릎, 허리 등 다른 관절과 척추에도 이차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엄지발가락은 걸을 때 체중을 가장 많이 지탱하는데 통증 때문에 엄지발가락에 힘을 싣지 못하면 걸음걸이가 변형되고 평형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이로 인해 퇴행성관절염,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여러 가지 질환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걸음이 안정적이지 못해 넘어지기 쉬우며 골절 등의 부상을 당할 위험도 크다. 거동이 불편해 운동이나 외출을 하지 못하고 실내에 있으면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나빠진다.

무지외반증은 보조기 등으로 발가락 변형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틀어진 발가락 정렬을 바로잡는 수술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튀어나온 뼈를 절제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튀어나온 변형된 뼈의 정렬을 바로잡는 수술법이 많이 쓰인다. 갈매기절골술이라 불리는 이 수술법은 무지외반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교 재발 위험이 거의 없다.

박의현 원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 대부분이 무지외반증을 갖고 있는 것만 봐도 족부 질환이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며 “무지외반증을 치료하면 당장은 발 통증이 개선되고 멀리 봤을 때는 무릎 관절염 진행을 늦춰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평발이고 발피로 자주 느끼면 검사 받아야

노인의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우선이다. 신발을 살 때 예전에 신던 신발 크기 그대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 들수록 반드시 신어보고 사야 한다. 나이가 들면 바닥의 아치를 지지해 주는 인대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발 길이나 발 폭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발 신발은 발볼이 넓고 밑창 쿠션이 충분한 것이 좋다. 발가락과 발바닥 스트레칭도 중요하다. 발가락으로 수건이나 바둑알을 집어 올리거나 발가락을 하나하나 움직여준다. 양쪽 엄지발가락 사이에 고무밴드를 끼우고 당기기, 발바닥으로 병굴리기 등도 발바닥 스트레칭에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는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해주는 것도 좋다.

자신의 발이 발바닥 아치가 낮은 평발인지, 반대로 아치가 높은 요족인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평발과 요족은 그 자체가 통증을 유발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심지어는 본인이 평발 요족인지도 모르는 노인도 많다. 그러나 평발과 요족은 무지외반증을 유발하거나 진행을 가속화할 있으므로 평소 발 피로를 자주 느낀다면 족부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평발이나 요족은 아치를 교정하는 특수 깔창으로 보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