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치료를 시작할 때 “좋은 장치로 치료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좋은 교정장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교정장치는 치아를 움직이기 위해 부착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기 때문에 재료만 보고 특정 교정장치가 더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렵다. 교정장치 종류가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교정치료의 효과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우느냐, 환자가 양치질을 얼마나 꼼꼼하게 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교정장치는 필요에 따라 넣고 뺄 수 있는 형태의 가철식과 치아에 부착하는 고정식 2가지로 나뉜다.
가철식은 환자가 스스로 장착과 제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각의 치아 배열을 최대한 가지런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치아의 폭 조절, 위 아래 치열의 관계 이상 등을 개선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기 환자에서 간단한 치아 이동이나 골격의 성장 조절치료 등에 사용한다.
투명 교정장치는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 다른 사람들이 치아교정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치아 이동에 한계가 있다. 보정장치는 유지 장치라고도 하는데, 이동된 자리에서 치아가 적응하는 기간 동안 착용한다.
고정식 교정장치는 착용과 제거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장치이다. 제조회사, 재료, 부착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장치의 종류에 따라 치료의 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교정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아주 세밀한 치아 이동이 가능하다. 고정식 장치에는 금속, 세라믹, 설측, 자가결찰 교정장치가 있다.
금속 교정장치는 정밀도와 효율성 면에서 가장 우수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다만, 외부로 노출이 많이 되는 미관상 단점이 있다. 세라믹 교정장치는 치아에 부착되는 교정장치의 금속 부분을 세라믹 재질로 대체해 심미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금속 교정장치가 치아에 더 단단하게 부착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환자가 많은데, 교정장치의 접착력은 세라믹 교정장치가 더 높다. 금속은 접착제와 물리적인 결합만 하지만, 세라믹은 접착제와 물리적인 결합 뿐만 아니라 화학적인 결합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정장치의 접착력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기간이 지난 뒤 장치를 제거할 때 장치 제거가 어렵고, 장치 제거 시에 치아가 파절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여 교정장치가 제작되고 있으니 접착력 때문에 특정 교정장치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설측 교정장치는 치아 뒷면에 교정장치를 부착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혀에 이물감이 있고 씹기 불편하며, 발음이 이상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 비용도 다른 장치에 비해 많이 든다. 위 아래 모두 설측 교정장치를 부착하기도 하지만, 위 치아에만 설측교정을 하고 아래 치아는 세라믹교정을 하기도 한다. 이를 콤비네이션 교정장치라고 하는데, 비용 부담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자가결찰 교정장치는 장치 내부에 철사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삽입, 철사를 묶고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제품이다. 병원 내원 시 치료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런데, 자가결찰 브라켓을 사용했을 경우 철사와 브라켓 사이에 마찰력이 감소한다는 점에 착안, 제조회사와 일부 치과의사들이 마찰력 감소가 치료 기간 단축을 가져오고 통증을 줄여준다고 홍보해 많은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됐다. 치아이동은 교정장치와 철사 사이의 마찰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생물학적인 반응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가결찰 브라켓과 철사 사이의 마찰력 감소가 실제 교정치료 기간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 기간이 증가되기도 한다. 또, 교정치료의 통증은 치아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와 상관 관계가 없다. 센 힘을 가한다고 더 아픈 것도 아니고 약한 힘을 준다고 덜 아픈 것도 아니므로, 학술적인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다.

그밖에 턱 교정장치는 성장기 아동 중에 위턱과 아래턱의 성장에 부조화가 있는 경우 사용하는 장치이다. 입안에 부착돼 있는 교정장치에 머리 또는 턱에 쓰는 구외장치를 고무줄로 연결해 사용한다.
위턱이 많이 돌출된 경우에는 ‘헤드기어’를 사용하고, 아래턱이 튀어나온 경우는 ‘페이스 마스크’, 혹은 ‘턱 모자’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성장 잔여량 등을 정밀히 분석한 후에 신중히 사용해야 하므로, 교정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다.
/ 박준호 대한치과교정학회 이사 및 바른이봉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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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치과교정학회는 1959년 치과교정학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교류할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3200여명의 치과의사가 가입돼 있다. 부정교합과 치아교정 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대국민 홍보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치과의사들의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사단법인 바른이봉사회를 설립, 치아교정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하여 무료로 치아교정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치과교정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지원 및 치과교정학을 공부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