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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문에 살고 ~ 때문에 싸운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바로 나입니다
글 김숙기 원장 | 월간헬스조선 1월호(178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입력 2015/01/15 14:36
김숙기 원장의 부부클리닉
부모님의 반복되는 싸움 때문에 고민하던 딸이 상담을 요청해 왔다. 이 딸은 청소년이나 20대가 아니다. 40대를 훌쩍 넘기고, 이미 가정을 이룬 딸이다. 딸이 기억하는 부모님은 40년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부부싸움을 했다. 이싸움에 지쳐 그녀는 도망을 치듯이 해외로 이민을 가 있는 상태다.
“자식 때문에 살지” 40년 세월
이미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딸에게는 큰 상처가 있다.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던 “자식 때문에 살지” “자식 아니었으면 벌써 헤어졌다” “내가 애들 때문에 참는다”는 말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딸은 부모님 불행의 원인이 자신인 것만 같아서 자책감을 느꼈다. 이 핑계는 자식이 결혼을 하고, 마흔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했다.
“남편의 술 때문, 아내의 폭언 때문”
딸의 요청으로 부부는 필자와 상담하게 됐다. 이들은 상담하면서도 “상대가 달라지지 않으면 곧 갈라서겠다”고 냉담함을 보였다. “자식에게 이런 모습 계속 보여서 부끄럽다”는 말도 했다. 상담에 들어가자 아내는 부부싸움의 원인이 남편의 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편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술을 먹는 이유에 대해 남편은 아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쏟아내는 자존심 상하는 폭언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두 사람은 팽팽히 대립돼 한 치의 양보 도 없었다. 남편은 아내가 먼저 폭언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술을 안 마시고도 잠 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내는 남편이 술만 안 마시면 폭언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남편이 무조건 술을 먼저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좀 부드럽게 해봐. 그럼 내가 왜 술을 마셔! 난 일부러 집에 오기 전에 혼자서 포장마차에서 술 두 병을 마시고 간다니까. 그래야 겨우 술기운에 자고 나오는 거지.”
“터진 입이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내가 술 먹지 말라고 했지, 누가 술 처먹고 다니라고 했어! 술만 안 처먹어 봐. 내가 왜 밥 먹고 할 짓 없어 욕을 해대겠어. 술 끊을 자신이 없으니 그걸 핑계라고 대는 거야.” 이들의 언쟁은 과연 끝이 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할까요? 부부 솔루션
오랜 세월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쌓인 경우에는 소통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아무리 대화하려고 해도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 등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배우자의 말과 행동 때문에 오랜 시간 받아 온 상처, 거부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우선 각자의 마음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상담창구가 필요하다. 자신의 맺힌 마음을 누군가에게 충분히 털어놓고 공감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이해와 감사함에서 출발하는 소통이 가능해진다.
첫째, 부정적인 상황을 동시에 중단해야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이들의 부부싸움은 항상 ‘너 때문에’ 라는 데서 출발한다. 이렇게 시작하니 결론이 ‘네가 먼저 달라져야지’ 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 부정적인 대화는 중단하자. 남편은 술을 끊고, 아내는 폭언과 잔소리를 멈추어야 한다. 일주일씩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 △, × 로 표기해 보자. 술을 평소처럼 많이 마신 날은 ×, 안 마신 날은 ○, 덜 마시려고 노력한 날은 △다.
둘째, 대화의 주어를 ‘나’로 시작하자. ‘내 감정’이 주체가 돼야 한다. ‘너 때문에’, ‘당신은 왜 그래?’ 대신에 ‘내 감정’으로 표현하라. 상대방의 결과적 상황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당신이 술 마시고 들어오면 나는 불안해”, “당신이 심한 말을 할 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해” 등으로 바꿔서 표현해 보자.
셋째, 상대에게 ‘고마운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자. 부부간의 갈등이 지속되면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을 못 느끼면서 부정적인 상황에만 초점을 두게 된다. 관점을 바꿔 나의 부족한 점을 생각해 보고 배우자의 고마운 점을 떠올려 보자. 작은 부분이라도 상대의 고마웠던 부분이 생각나면 잊어버리기 전에 공책에 적어 두고 하루 한 번씩 되새겨 보자.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부부상담 및 부부갈등 조정전문가이자 부부코칭 및 가족리더십전문가다.
KB STV<사랑과전쟁>, TV조선<법대법>등에 출연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