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국내 유병률 1% 백반증에 매진한 30여년. 우태하한승경피부과 한승경 원장
취재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 / 사진 조은선(St.HELLo) 사진제공 우태하한승경피부과
입력 2014/12/17 13:33
그가 평생을 바쳐온 진료 분야는 피부의 특정 부위만 색깔이 달라 마치 얼룩무늬처럼 보이는 백반증 연구 및 치료다. 백반증은 국내에 얼마되지 않는다. 유병률이 0.3~1%에 그친다. 당연히 의사들에게도 주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왜 백반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이 분야 최고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온화한 미소의 흰 머리 성성한 한승경 원장을 만났다.
30여년 백반증 연구의 성과를 보다
피부가 얼룩덜룩해 보이는 백반증은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세포가 피부 일부에서만 파괴되기 때문에 생긴다. 통증이나 가려움 같은 불편함은 전혀 없다. 단지 미관상 문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았고, 치료도 쉽지 않다. 치료 후 재발률이 1년 이내 60%, 2년 이내 80% 정도로 높아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한 원장이 백반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1980년대는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백반증에 대한인식이 매우 낮았던 때다. 당시 연세대 의대 피부과 교수였던 한 원장은 처음으로 백반증 환자를 직접 보게 됐다.
한 원장은 “그동안 의학 교과서 사진으로만, 외국 환자 사진으로만 보던 백반증 환자를 직접 만났기 때문에 인상 깊었다”며 “취업, 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많은 고통을 받던 환자인데, 딱히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특히 한 원장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것은 그 환자의 눈빛이었다. 한 원장은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이 눈빛에서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백반증에 인생을 걸어 보기로 했다. 2003년에는 한 중학생 환자를 만났다. 한 원장은 “표정이 우울하고 눈빛에 힘이 없어서 ‘멍한 애’라는 별명을 붙여 주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반드시 치료를 해서 희망을 주겠노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 환자는 얼굴 절반의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있었다. 한승경 원장은 표피이식술을 진행했다. 2003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7회 수술을 했다.
그 후 2011년 2월, 그 환자가 한승경 원장을 찾아왔다. 한 원장은 “화장을 하면 백반증이 있었다는 것조차 전혀 짐작하지 못할 만큼 얼굴이 깨끗해져 있었다”며 “자기 같은 환자를 돌보고 싶다면서 간호대학에 입학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30여 년간 백반증 치료에 매진했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30여년 백반증 연구의 성과를 보다
피부가 얼룩덜룩해 보이는 백반증은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세포가 피부 일부에서만 파괴되기 때문에 생긴다. 통증이나 가려움 같은 불편함은 전혀 없다. 단지 미관상 문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았고, 치료도 쉽지 않다. 치료 후 재발률이 1년 이내 60%, 2년 이내 80% 정도로 높아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한 원장이 백반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1980년대는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백반증에 대한인식이 매우 낮았던 때다. 당시 연세대 의대 피부과 교수였던 한 원장은 처음으로 백반증 환자를 직접 보게 됐다.
한 원장은 “그동안 의학 교과서 사진으로만, 외국 환자 사진으로만 보던 백반증 환자를 직접 만났기 때문에 인상 깊었다”며 “취업, 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당해 많은 고통을 받던 환자인데, 딱히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특히 한 원장의 머릿속에 깊게 박힌 것은 그 환자의 눈빛이었다. 한 원장은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이 눈빛에서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백반증에 인생을 걸어 보기로 했다. 2003년에는 한 중학생 환자를 만났다. 한 원장은 “표정이 우울하고 눈빛에 힘이 없어서 ‘멍한 애’라는 별명을 붙여 주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반드시 치료를 해서 희망을 주겠노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 환자는 얼굴 절반의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있었다. 한승경 원장은 표피이식술을 진행했다. 2003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7회 수술을 했다. 그 후 2011년 2월, 그 환자가 한승경 원장을 찾아왔다. 한 원장은 “화장을 하면 백반증이 있었다는 것조차 전혀 짐작하지 못할 만큼 얼굴이 깨끗해져 있었다”며 “자기 같은 환자를 돌보고 싶다면서 간호대학에 입학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30여 년간 백반증 치료에 매진했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환자 마음까지 밀착치료 대학병원 떠나니 가능해져
10년 넘게 백반증 연구에 매진하던 한 원장은 1995년 연세대 피부과학교실 교수직을 내놓고 장인인 우태하원장의 병원으로 들어왔다. 한승경원장은 “백반증에 대해 연구한 내용은 많았는데 이를 적용할 기회가 생각보다 적어서 한계를 느꼈다”며“환자의 백반증 진행 과정을 가까이서 보면서 맞춤 치료를 해 주고, 백반증 때문에 상처받고 산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인의원으로 옮긴 한 원장은 한 환자를 일주일에 2~3회 만나면서 밀착 진료를 시작했다. 이미 우태하원장 시기부터 갖춰 놓은 연구 시스템이 있어서 연구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한 원장은 “처음에는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하루 300명씩 진료를 봤다”고 말했었다.
백반증 ‘한우물’ 파니 최고전문가로 인정받아
많은 환자를 보면서 쌓은 연구 실적과 임상 데이터는 한 원장에게 ‘백반증 연구·치료 최고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아 줬다. 2000년에는 영문으로 《백반증》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백반증의 정의와 특이 임상 소견, 최신 치료법 등이 담겨 있어 국내·외 다수 대학 피부과 등에서 교과서로 사용했다.
국내외 의학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도 냈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영국피부과학회지》에 실린 것으로, 얼굴에 특이한 모양으로 생기는 백반증을 여섯 가지 종류로 묶어 표준 분류표로 만든 것이다.
한 원장은 “분류체계가 있으면 환자의 얼굴상태를 봤을 때 앞으로 어떻게 병이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다”며 “치료가 수월해지고 환자를 안심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분류체계는 현재 전 세계 피부과 의사들이 진료에 참고하고 있다.
표피이식수술 시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수술기구도 만들었다. 표피이식수술은 백반증이 부위의 멜라닌 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환자에게 정상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정상 피부에서 수포를 만들고, 그 수포에서 멜라닌 세포가 살아 있는 표피를 떼어내 병이 있는 곳에 이식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한 원장이 기구를 개발하기 전에는 수포를 주사기로 하나하나 만들어서 표피를 떼어내 수술했다. 이 때문에 넓은 부위 백반증에 표피를 모두 이식하려면 10회 이상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한 원장은 한 번에 수포를 8개 만들 수 있는 흡입기구를 개발했다. 이 기구의 개발을 통해 환자의 수술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백반증, 발병부터 완치까지》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백반증의 정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 역사, 연구 현황, 환자 사례, 분류, 특이점, 진단, 관련 생활습관, 치료, 민간요법의 오해와 진실 등 백반증 관련 최신 정보가 담겨 있다. 한승경 원장은 “환자가 병을 이해하고 좌절하지 않기를, 의사들이 진료에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임상 경험을 토대로 썼다”고 말했다.
60세에도 연구 계속 임신가려움증 치료법 내놔
한승경 원장은 60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임신가려움증이다. 임신가려움증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간에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많이 나와 생긴다.
증상이 심해서 잠을 이루기 어렵고 온몸에 흉터가 생길 정도로 긁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임신 중 약 복용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증상완화제(항히스타민제)조차 거부하는 임신부들이 상당수다.
이를 위해 한승경 원장은 지난 3월 임신가려움증 치료법에 대한 논문을 《유럽피부과성병학회지》에 발표했다. 자신의 혈액을 5cc 정도 뽑아서 엉덩이에 다시 주사하면 90%이상 가려움증이 완화된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월에는 대한온천학회의 회장직도 맡았다. 피부질환 증상 개선 등에 국내 온천수가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아직 효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홍보도 미비해 중요한 치료 자원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백반증 환자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치료 전 무기력하고 멍했던 눈빛이 치료 후에는 밝고 생기 있게 빛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