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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tory] 대형병원 응급실, 輕症 환자 가면 치료 늦어져 손해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 우준태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4/12/17 05:00
환자 쏠리는 응급실
인력·장비 한정돼 있어 중증 환자 우선 치료
중소병원은 대기 없이 처치 가능… 환자 편중 현상 심각
같은 시각, 서울 은평구에 있는 청구성심병원 응급실. 10개의 병상 중 3개에만 환자가 누워 있었다. 심한 복통·두통, 피부가 찢어져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 곳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우리 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가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심장질환이나 뇌질환 등 중증(重症) 질환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를 마칠 쯤 20대 여성이 배를 끌어 안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 여성은 응급실 접수를 한 뒤 5분도 안 돼 의사 진료를 봤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병원 응급실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대형병원 응급실 의사들은 중증 환자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두통·복통·가벼운 외상 등 경증 환자를 치료하느라 손이 모자란다고 호소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들이 현장 학습을 가던 중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고로 머리를 부딪혔다며 70명이 한꺼번에 응급실로 몰려오는 바람에 4명의 의료진이 3시간 이상 매달린 적이 있다"며 "굳이 대형병원의 응급실에 올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응급실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쏠리게 되면 심근경색·뇌졸중·중증 외상 환자 같은 초응급 환자에 대한 응급 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 인력과 응급시설·장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에 있는 병원 응급실을 평가한 결과, '빅5' 병원은 모두 응급 병상에 비해 응급 의료 환자가 훨씬 많아 장시간 대기가 불가피했다. 서울대병원의 중증 응급환자 재실시간(응급실에 온 후 수술받거나 병실로 입원해 응급실 퇴실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4.4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경증 환자라고 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 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환자들은 이왕이면 조금 더 전문적인 의료진과 장비가 있으며 쾌적한 환경을 갖춘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 혹시 위중한 병일 경우 응급 수술이 가능하고, 나중에 큰 병원으로 옮길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큰 병원으로 가는 이유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윤선 교수는 "밤에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운영하고, 응급실은 구급차를 이용해야 할 정도의 위중한 환자가 올 수 있도록 이원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응급실 경증(輕症)과 중증(重症) 환자
경증 환자는 증상이 생긴 후 6시간까지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아도 치료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환자이며, 중증 환자는 1시간 내에 응급 처치를 해야 하는 환자이다. 의료진이 환자의 증상과 징후를 보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