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마다 말이 다르다”
“수술 받으면 바로 좋아집니다”“허리에 칼 대면 더 나빠집니다”
“수술 없이 내시경 주사로 치료합니다”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환에 걸리면 환자는 끝도 없이 헷갈린다. 치료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술이 좋나 비수술치료가 좋나, 정형외과에 가야 하나 신경외과에 가야 하나, 한의원에 가야 하나…. 척추 질환 환자가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의사들조차 이런 궁금증에 대한 설명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는 “소염진통제를 먹으면서 물리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으로 다스려 보자”고 하고, 또 어떤 의사는 “간단한 수술로 좋아지는데 왜 고통을 참느냐”고 말한다.
우리나라 인구 8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요통 때문에 고생하고, 7~10%가 만성척추 질환을 갖고 살며, 1% 정도가 그로 인한 신체장애를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처럼 척추 질환이 흔한데, 의사들은 왜 한 목소리로 환자에게 명쾌한 치료 방침을 정해 주지 못할까? 이유는 척추질환, 특히 척추디스크의 경우 예후가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하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도 검사상 나타나는 질병, 중증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Part1 쉽지 않은 디스크 예측부터 진단까지
“디스크 예후 예측은 노벨의학상감”
척추디스크(경추디스크 포함)는 아주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상당수는 관리만 잘 하면 특별한 전문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몇 달 정도 지나면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서 회복된다. 디스크는 척추뼈 마디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물렁물렁한 조직이다. 물렁하기 때문에 제자리를 잘 벗어나고, 그만큼 제자리로 잘 돌아가기도 한다. 돌아갈 때까지 몸을 무리하게 쓰지 않고 통증 관리를 하면서 조심하면 된다.
실제로 몇 년 전 국내 모 대학병원에서 경추디스크 환자의 발병 후 6개월간 경과를 추적 관찰해 보니, 절반정도는 디스크가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갔고, 나머지 절반은 상태가 유지되거나 악화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둬도 디스크가 들어갈지, 아니면 끝내 들어가지 않고 계속 심한 통증과 거동장애 등을 일으킬지 여부를 의학적으로 미리 내다볼 수 없다는 점이다. 척추 질환 전문의들이 “디스크가 저절로 좋아질지 아닐지 미리 알아내면 노벨의학상 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저절로 들어가든 수술 받아 나았든 일단 제자리를 찾아간 디스크가 다시 삐져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척추디스크 수술을 받은 사람의 13~18%가 5년 이내 재수술을 받는다. 전국적인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중 4.1%는 한 달 이내, 13.4%는 5년 이내 재수술을 받았다.
원래 수술받은 마디의 디스크 재발에 다른 마디의 디스크 발병이 함께 포함돼 있기는 하나, 이 수치는 디스크 재발이 그만큼 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허리에 칼을 대면 더 나빠진다”는 속설이 퍼진 것이다. 수술받고 재발 없이 좋아진 사람은 별 불만이 없지만, 재발한 사람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도 비슷하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디스크와 함께 ‘양대 퇴행성 척추 질환’으로 꼽힌다. 여러 가지 치료법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척추디스크와 달리, 중증으로 진행된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길게 째고 들어가서 좁아진 척추관 내부를 넓혀 주는 수술 이외에는 치료법이 없다. 수술받으면 정상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좋아지지만, 수술 후 통증이나 다리저림 등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도 꽤 있다.
여러 곳에서 진료 소견 들어야
그렇다고 해서, “허리병은 어지간하면 그냥 참으라”고 할 수 없다. 상태가 꽤 심한 척추디스크라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두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 등이 저절로 덜해지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디스크에 눌린 신경이 적응하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환자들은 “거봐, 의사 말 안 듣고 그냥 두기 잘했어”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없이 오래지 않아 결국 증상이 더 심하게 악화된다.
그렇다면 척추 질환은 어떤 병원의 어느 진료과목에 가서 치료받아야 하는가? 또 여러 병원에서 진찰받았는데 의사마다 제시하는 치료법이 다르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가? 척추 질환을 치료하는 진료과목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하다. 한방 병·의원에서도 치료한다. 원래 척추 질환은 정형외과 영역이었는데, 1980년대 이후 신경외과를 필두로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다루기 시작했다. 어느 진료과목을 선택하든 제대로 치료받으면 효과가 좋다.
다만, 의사마다 병원마다 치료 방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두 곳 이상의 병원에서 소견을 들어 보는 것도 괜찮다. 몇 개월간 여러 병원을 다녀봐도 차도를 보지 못하다 어느 병원에서 갔을 때 깔끔하게 낫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환자는 그 병원과 의사를 ‘최고의 명의’라고 여기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진짜 의술이 좋아서 다른 병원에서 놓친 부분을 찾아내 수술 등으로 치료한 경우, 그리고 그 병원에 갔을 때쯤 디스크가 완전하게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 운 좋은 경우다. 후자 경우 과장해서 말하면 ‘감기는 약 먹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일에 낫는다’는 속설에 비유해 볼 수 있다.
Part2 끊이지 않는 과잉진료 논란, 왜?
과잉진료 얘기가 거론될 때마다 직격탄을 맞는 분야가 바로 척추 분야다. 불필요한 수술을 권한다는 비판부터, 수술 환자에게 값비싼 비급여.비수술 치료만 권한다는 비난까지.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논란만 거듭되고 있는 모양새다. 왜 일까.
국내 척추수술 15% 과잉진료로 판정
예전에는 초기 디스크여도 수술을 적극 권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무조건 수술부터 권하는 병원은 많이 줄었다. 대부분 초기면 물리치료 등으로 허리 자세를 바로잡고 허리 근육을 강화해 삐져나온 디스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한다. 통증은 소염진통제 등으로 다스린다. 이런 치료로 효과 보지 못하면 수술을 한다.
물론 과잉수술 논란은 여전하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상, 대부분의 척추 질환 치료는 병원경영에 도움을 크게 주지 못한다. 그래서 개원가 일부는 꼭 필요하지 않은 수술까지 해서 병원 수익을 맞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학병원 일각에서 나오는 “개원가는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까지 수술한다”는 지적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현재 매년 국내에서 이뤄지는 척추수술은 전문병원 확산 초기인 2002년에 비해 3~4배 늘었다.
2011년 국내에서 이뤄진 척추수술 15만3000여 건의 적정성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분석한 결과, 15%인 2만3000여 건이 과잉수술로 판정됐다. 과잉수술의 양상은 지나치게 성급하게 수술한 경우, 척추뼈 1~2개 마디만 수술하면 되는데 4~5마디에 칼을 대는 등 과도하게 수술한 경우 등이 대부분이었다. 심평원은 과잉수술로 판명되면 해당 의료기관에 지급한 진료비를 삭감해서 환수하는데, 2008년과 2009년 9% 선이던 척추수술 삭감률이 2010년에는 11%, 2011년에는 15.2%로 급증했다.
하지만 개원가의 반론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개원가의 척추전문병원이 증가하면서 수술 수준이 높아져서 과거 같으면 포기했을 수술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개원가는 수술비용이 종합병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받으면서 수술받을 수 있게 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값비싼 스테로이드 주사요법 논란
최근에는 과잉진료 논란의 성격이 조금 바뀌고 있다. 예전의 ‘수술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개원가에서일시적 효과뿐인 고가의 비수술치료(시술)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비수술치료는 먹는 소염진통제와 재활·물리 치료 등을 가리키는 보존적요법과는 다르다. 비수술치료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 내시경으로 환부에 시술하는 스테로이드 주사요법이다.
특수 바늘을 유착 부위에 넣어서 물리적으로 신경 압박을 풀어 주는 치료법도 있다. 이런 치료는 디스크에도 쓰고, 척추관협착증에도 쓴다. 주로 개원 척추전문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가 시술한다. 이런 비수술치료를 받으면 유착됐던 신경의 압박이 풀려서 대부분 통증이 빠르게 사라지지만, 근본 치료는 아니다. 효과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고, 몇 달 후 다시 나빠지기도 한다. 물론 비수술치료로 신경 압박이 풀린 뒤에 재발없이 건강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각각의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예후는 어느 쪽이 될 것인가? 정답은 ‘시술 전에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이 문제다. 예후를 확실하게 예견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대형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교수 중에는 “일시적인 진통 효과뿐인 치료를 몇백만원씩 받으면서 의사가 환자에게 사기친다” 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시각에서 비수술치료(시술)에 거부감을 보이는 의사들은 “힘들어도 참으면서 자세와 근육을 바로잡는 치료를 하면 대부분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부 척추전문병원은 일단 비수술치료(시술)를 하되, 효과가 없어서 수술해야 하면 처음 낸 비수술치료비는 수술비 총액에서 감면해 주기도 한다. 근본 치료가 어려운 비수술치료법의 한계를 감안하는 것이다. 물론 과잉진료의 소지도 분명히 있다. 얼마 전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과잉진료를 고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로컬 전문병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당장 도저히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고 거동도 어려운데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실제로, 척추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여러 대학병원을 전전하면서 “영상검사상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니 소염진통제를 먹고 참아 보라”는 말만 듣다가 전문병원에서 비수술치료를 받고 후련해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들은 “나는 통증이 너무 심해 못 견디겠는데 의사는 ‘의학적으로 수술 대상이 아니니 참으라’고 하는 게 무슨 치료냐”고 말한다. 반면 몇백만 원씩 내야 하는 비수술치료를 받고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수술이 필요없는 환자를 수술하면 과잉진료라고 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수술이 아닌 비수술요법을 과잉진료라고 한다. 정답이 없다."
과잉진료 건강보험 체계가 부추긴 측면도 있어
이러한 척추질환 과잉진료 논란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국내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항목 진료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한 지침대로 진료하지 않으면 진료비를 받지 못한다. 그런데 심평원은 진료 지침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심평원 진료비 심사지침에는 척추디스크로 진단되면 6~12주 물리치료·약물투여 등의 보존적요법으로 치료한 뒤에도 효과 없을 때 수술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런 치료의 효과를 ‘환자가 느끼는 증세의 변화’가 아니라 ‘X선촬영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 소견’을 주된 기준으로 판정한다. 즉, 환자가 “보존적요법을 받아도 통증이 여전하니 수술해 달라”고 요청해도 영상검사사진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 과잉수술로 판정돼 삭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수술을 꺼리고 대신 건강보험에 포함돼 있지 않아 심평원이 심사할 수 없는 비수술치료를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한방치료의 선택도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척추 질환은 침술·추나 요법 등 한방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방 치료 역시 당장의 증상 완화 외에 장기적 치료 효과 유지 여부 및 재발 등의 측면에서는 불확실성과 한계가 분명하다. 또한 중증 척추관협착증은 외과적 수술만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므로,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한방 치료만 고집하면 안 된다. 한방 의료기관 중에서도 X선·CT·MRI 등 영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치료하고, 필요하면 외과적 수술을 받도록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로 보내주는 곳을 찾아가는 편이 낫다.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한 번에 몇 분 이상 걷지 못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한의원에서 무릎에 침만 맞는 등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병을 키운 사례도 드물지 않다. 한방병·의원은 ‘허리병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한다’고 광고·홍보하는데, 이런 광고·홍보는 비수술치료로 모든 허리병이 완치되기 때문이 아니라, 한의학에 수술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척추 질환 치료에 사실상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환자 자신의 ‘인생철학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술로 기대되는 이점이 수술 위험보다 훨씬 많다고 환자가 스스로 판단했을 때 수술하는 것이다."
Part3 척추병원 이렇게 선택하라
이런 복잡한 사정을 생각하면, 척추 질환 치료와 관련해 어느 한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다. 가장 애매한 경우가 수술과 보존적 요법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이다. 어떤 의사는 “수술하자”고 말하고, 다른 의사는 “섣불리 칼을 대지 말자”고 말한다. 이런 경우 선택은 환자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척추 질환은 환자 자신의 ‘인생철학병’이다. 수술은 다른 치료법이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지 않았다면, 수술로 기대되는 이점이 수술 위험보다 훨씬 많다고 예상될 때 받는 게 옳다.
이 판단은 환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 일상생활이 불편해도 수술하지 않고 버텨볼 것인지, 빨리 수술해서 불편을 없애도록 시도해 볼 것인지 환자가 결정해야 한다. 환자가 ‘바로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왜 고통을 안고 사는가’라고 생각하면 수술을 택하는 것이 낫다. 반면 ‘당장은 힘들어도 참으면서 치료해 보자’고 생각하면 수술하지 않는 게 좋다. 자녀 등 보호자도 환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게 맞는 병원.의사 찾는 노하우 4가지
병원마다 의사마다 견해가 다를 정도인 척추 질환은 어떻게 치료받아야 가장 바람직할까.
우선, 자신에게 어떤 척추 질환이 생겼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척추 질환은 의외로 증상이 다양해 병에 걸려도 환자가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고 병원에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척추 질환이 의심되면 두세 곳의 병원에서 치료 소견을 받아 보는 게 좋다. 그중에 환자와 ‘궁합이 맞는’ 의사를 선택해 주치의로 삼는 것이 올바른 치료의 첫걸음이다.
척추 질환은 장기간의 치료·관리가 필요하고, 치료 과정에서 증상이 다시 생기는 등 예후가 불규칙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주치의를 오래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네 가지를 고려하면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을 수 있다.
촉진 없이 MRI만 보고 진단하는 의사는 곤란
1. 초진 상담을 길게 해야 환자를 처음
만나면 문진(問診)과 촉진(觸診)을 충분히 하는 의사가 좋다. 환자의 통증 상태가 어떤지, 과거에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좋은 치료법을 택할 수 있다. 또 신체 어느 부위를 어떻게 움직일 때 통증이나타나는지 촉진으로 정확히 확인해야 질병상태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요즘은 환자 인권이 강조되면서 여성 환자의 경우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신체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일부 의사는 이 때문에 촉진은 아예 않고 MRI 등 영상검사로만 진단하는데, 촉진 없이 영상검사 사진만 보면서 진단하는 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2. 수술부터 권하면 곤란
어떤 의사는 초기에 수술로 병을 잡으라 하고, 다른 의사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면서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하고 수술은 최종 순간에 고려하자고 권한다. 하지만, 수술에 적극적인 의사도 환자자신의 척추를 보존하는 것 자체에는 고개를 가로젓지 않는다. 수술에 앞서 보존적 요법을 다양하게 해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의사마다 견해가 다른 부분은 이런 원칙적인 치료를 언제까지 얼마나 해야 하는가이다. 극심한 통증, 하지마비나 배변장애 등 신경 손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수술부터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치료 프로세스가 아니다.
3. 한 가지 치료법 고집은 금물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한 가지 치료법 위주로 하는 병원은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못할 수도 있다. 척추 질환 치료법은 다양하므로, 어떤 치료법을 써서 환자가 제대로 호전되지 않으면 치료법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을 갖추고 유연한 치료 계획을 세워 주는 병원이 좋다. 만약 환자 상태가 2~3개월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데 한 가지 치료법만 고집하면 다른 의사에게 진료 받아 볼 필요가 있다.
4.각 수술법 한계 설명해야
척추수술은 크게 절개하는 대수술부터,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 레이저수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어떤 수술법이라도 한계가 있다. 꼭 수술이 필요한 경우 환자 상태에 각각의 수술법에 대한 장단점 및 기대 효과와 한계를 분명히 설명해 주고, 수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합병증이 생겼을 때의 대처법을 꼼꼼히 마련하고 알려주는 의사가 좋다.
척추 질환을 다루는 병원은 대학병원급부터 개원가의 일반병원, 의원급까지 워낙 많다. 개원가의 과잉진료를 우려하는 사람은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는 편이 낫다. 대학병원은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 척추 질환을 진료한다. 대학병원 특성상 두 진료과목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진료받으면 중간에 다른 진료과목으로 바꾸기 어렵다.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는 서로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
대체로 신경외과는 수술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고 정형외과는 보존적 치료에 무게를 더 두는 편이지만, 이는 교수 각각의 성향과 관련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환자가 처음 진료 예약을 할 때 상담간호사나 코디네이터 등과 자신의 상태 등에 대해 충분히 의논하고, 어느 진료과목의 어떤 교수에게 초진을 예약할지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척추 질환에 특화한 개원가 일반병원은 대부분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전문의가 협진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고, 빠른 예약과 원스톱 진료 등 환자편의 면에서 대학병원보다 나은 편이다. 비수술치료(시술)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담당하는 병·의원도 많다. 개원가는 동일한 진료항목에 대한 비용이 대학병원보다 저렴하다. 척추환자 진료 실적 등에서도 대학병원을 앞서는 편이다. 하지만 수술이나 건강보험 비급여 시술 등 대학병원보다는 진료를 공격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개원가는 대부분 비수술치료(시술)를 내세워서 광고·홍보를 하는데, 이런 치료법은 대부분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다. 꼬리뼈레이저내시경시술, 풍선확장술, 신경성형술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특수바늘로 유착된 디스크나 협착증 부위를 풀어주는 FIMS, 내시경레이저수술 등도 시행한다.
[척추 질환 구별법] “협착증은 허리 숙이면 통증 사라진다”
척추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라고 여긴다. 그러나 두 질환은 발병 장소가 척추라는 공통점 외에는 병이 생기는 원인과 치료법이 다른 질환이다.
척추디스크는 척추뼈의 마디 사이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면서 척추의 움직임을 돕는다. 우리말로 ‘추간판’이라고 하는데, 이 디스크가 제자리를 벗어나 척추를 관통하는 신경을 압박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 척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이다. 잘못된 허리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격렬한 운동 도중 또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척추가 충격을 받아서 주로 생긴다. 따라서 척추디스크는 젊은 사람에게 많이 생기는 병이다.
이와 달리, 척추관협착증은 나이 들면서 척추가 퇴화해서 생기는 노인성 질환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누구나 척추뼈 사이의 관절이나 인대가 두꺼워지는데, 그러면 척추 내부의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서 통증이 생긴다.
두 질환의 증상은 거의 흡사하다. 허리에서 시작해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까지 통증과 저릿저릿한 증상이 나타난다. 통증 자체는 유사하지만 통증이 나타나는 상황은 다르다. 척추디스크는 걷지 않아도 통증과 저림이 있지만, 척추관협착증은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고 걷지 않으면 사라진다. 따라서 척추관협착증은 10~20분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고 한다.
또 척추디스크 증상은 허리를 숙이면 심해지지만,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허리를 숙이면 누그러진다. 중요한 차이점은 양 다리를 쭉 펴고 누운 상태에서 아픈 다리를 반듯이 들어 올릴 때 허리디스크 환자는 다리가 더욱 땅기고 아파서 많이 올리지 못한다. 대개 40~50° 밖에 못 올린다. 반면에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다리를 거의 마음대로 올린다.
노년층은 허리가 조금 아파도 “디스크는 조심해서 살면 된다”며 병원에 가지 않는데, 척추디스크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증상이 척추관협착증에 해당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진찰받아야 한다. 척추디스크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치료 없이 개선되는 경우가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월간헬스조선 11월호(116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