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건강

시니어는 빨간색을 좋아해?

취재 이동혁 기자 도움말 김경일(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박영순(압구정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 | 참고도서 《컬러가 내 몸을 바꾼다》(넥서스 BOOKS)

눈의 노화가 빨간색 선호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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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노화가 빨간색 선호하게 만들어
나이 들면 빨간 옷에 손이 간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젊을 때는 ‘남사스럽다’며 거들떠보지 않던 빨간 옷을 척 걸쳐 입는다. 비교적 등산객 연령대가 높은 평일 등산로는 장년층 이상의 빨간 등산복이 행렬을 이룬다. 그뿐만이 아니고 노년층은 평소 붉은 셔츠나 조끼를 즐겨 입는다. 왜일까?

실제 서울에 거주하는 남녀 노년층 715명에게 ‘어떤 색상의 옷을 입고 싶은가’를 조사해 보니 빨강·주황 등 붉은색 계통이 27.8%로 가장 많았다. 독일에서 14~97세 남녀를 대상으로 나이 대에 따라 빨간색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25세 미만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에 그친 반면, 50세 이상은 두 배가 넘는 16.5%에 달했다. 이런 경향 때문에 의류업체에서 제품을 출시할 때, 붉은 계열 쓰는 비율이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 더 높다. 나이가 들면 왜 빨간색을 선호할까? 젊은 시절 시도해 보지 못한 파격 패션에 대한 보상 심리가 샘솟는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노년층의 잠재의식에 빨간 옷을 입어서 신체적.정신적 활력을 증진하려는 성향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빨간색은 역동적인 기분이 들게 해서 엔돌핀을 많이 분비하게 유도하는 색으로 분류돼 있다. 이와 함께 빨간 옷을 입으면 ‘조명(照明)효과’가 있어 표정이 생기 있고 혈색이 좋아 보여 장노년층이 선호한다고 말한다.

빨강은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기본색이다. 어떤 언어권이나 문화권이든 ‘중요한 색깔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빨강을 최우선으로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빨간색을 좋아하는 성향이 어느 정도 있지만 젊을 때는 남의 눈치 보느라 빨간 옷 입기를 주저하다, 나이 들면서 ‘이 나이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라고 생각이 바뀌면서 꺼내 입게 되는 면도 무시하긴 어렵다.

안과 의사는 눈의 노화가 빨간색을 선호하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사람 눈은 나이 들수록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백내장이 온다. 단(短)파장인 파란 계열의 빛은 백내장이 진행돼 탁해진 수정체를 뚫고 지나가지 못하고 상당 부분 흡수된다. 반면 장(長)파장인 빨간 계열의 빛은 수정체를 상대적으로 잘 통과해 망막에 도착한다. 또한 원래 투명하던 수정체는 노화하면서 노란 계열로 변하는데, 빨간색은 노란색과 대비되면 더욱 밝게 보이지만 파란색은 노란색과 섞이면 좀 흐릿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이든 사람은 붉은색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고, 그 바람에 빨간 옷을 더 멋있게 느끼고 집어 들게 된다는 것이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빨간 옷을 선호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나쁠 게 없다. 빨간색을 포함한 원색은 뇌를 자극해 활동성을 증가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주는 등의 효과가 있다. 원색 중에서도 빨강을 좋아하면 삶에 대한 의지가 충만하고 열정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순수한 빨강이 아니라도 노년층은 진한 분홍 옷을 즐겨 입는데, 진한 분홍은 원색인 빨강보다 활기가 약간 약해진 컬러로, 삶에 대한 열정과 원숙미를 함께 보여 주려는 심리가 반영된 코디네이션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6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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