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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빨간색이 좋은 이유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14 05:00
50대 A씨는 최근 옷장을 보고 놀랐다. 무채색만 입던 자신이 어느 순간 빨간 계열 옷을 즐겨 입고 있었던 것. 나이가 들면서 화려하고 화사한 옷을 걸치는 경향이 있다. 평일 등산로엔 빨간 등산복을 입은 장년층이 행렬을 이룬다. 실제로 서울 거주 남녀 노년층 715명에게 ‘어떤 색상의 옷을 입고 싶은가’를 조사해 보니 빨강·주황 등 붉은색 계통이 27.8%로 가장 많았다. 독일의 한 연구에서도 연령별 빨간색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의 선호도가 25세 미만의 선호도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나이가 들면 왜 빨간색을 선호할까?
눈의 노화 때문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남동흔 교수는 “눈의 노화가 진행되면 시력이 떨어지고, 백내장 등의 질환이 올 수 있어 색깔 구분이 잘 안 간다”며 “연구가 된 내용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빨간 계열과 원색 계열이 눈에 잘 들어와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이 오면, 빨간 계열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짧은 파장의 파란 계열 빛은 탁해진 수정체를 지나가지 못하고 상당 부분 흡수되지만, 긴 파장인 빨간 계열 빛은 비교적 수정체를 잘 통과해 망막에 맺히기 때문이다. 김안과 시신경 분야 전공 김응수 전문의는 “백내장일 경우 색채 대비 강도가 떨어져 원색에 가까운 색을 선호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대부분의 색이 흐려 보이지만, 노화하면 노란 계열로 변해 대비효과로 빨간 계열 색은 다른 색에 비해 더 선명하고 밝게 보일 수 있다.
피부색을 고려한 선택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색이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어두워지는데, 빨간 옷은 ‘조명 효과’를 줘 표정이 더욱 생기 있고 혈색이 좋아 보이게 만든다. 빨간색 자체가 역동적인 색이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활력을 증진하려는 잠재의식이 발현될 수도 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빨간색을 선호하는 것이 정서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빨간색을 포함한 강렬한 원색은 뇌를 자극해 활동성을 증가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주는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