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환각·의존성 없이 잠자게 돕는 멜라토닌약 나와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

[알아야 藥!] 불면증 치료제

뇌신경 작용 않고 호르몬 보충
낮 졸림 증상도 없어

해가 뜨면 잠이 깨고 해가 지면 졸리기 시작한다. 밤이 긴 겨울에는 여름보다 아침에 일어나기 더 힘들다. 이렇게 밤과 낮, 4계절에 따라 우리 몸의 생체리듬이 바뀌는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 때문이다. 멜라토닌은 해가 지면 분비되기 시작해 새벽 2~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된다. 이후 점차 줄기 시작해 오전 10시면 분비가 거의 멈춘다.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 분비량 자체가 감소하는데, 50대는 20대의 절반 밖에 안 된다. 나이가 들어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다. 아예 잠들기가 쉽지 않거나, 밤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거나, 잠을 자도 개운치 않는 등 불면증 양상은 다양하다. 불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 21만3887명에서 2013년 25만5195명으로 2년새 4만여 명이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55세 이상의 65%가 불면증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 들면 잠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상당수 있고 '수면제를 먹으면 환각 증상 생긴다'고 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기존의 불면증 치료약은 뇌세포에 작용하기 때문에 일부에서 환각 증상이나 의존성 등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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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부작용 때문에 약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수면제 중에는 뇌의 멜라토닌 주기를 정상화시켜 불면증을 치료하는게 있는데, 환각·중독 등의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1990년대까지 불면증에 썼던 리보트릴(로슈) 같은 벤조디아제핀 제제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이용하는 약으로,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환각작용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수면 마취에 쓰는 약도 같은 성분이다. 한꺼번에 많이 쓰면 호흡중추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1999년에 비(非)벤조디아제핀 제제인 스틸녹스(한독)가 국내에 선보이면서 이전 불면증 치료제를 빠르게 대체했다. 이 약은 뇌의 수면중추에만 작용해 의존성을 많이 줄였기 때문이다. 이 약은 처음 잠들기 어려운 사람에게 효과적이며 지금도 수면제로 가장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이 약도 일부 연예인들이 환각제로 쓰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불면증 치료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게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쿨드림(녹십자) 같은 '수면유도제'다. 이 약은 종합감기약이나 콧물약의 항히스타민이 주성분으로, 항히스타민의 졸리게 만드는 작용을 이용했다. 다만 항히스타민제이기 때문에 입마름, 배뇨장애, 변비, 안압 증가 같은 항히스타민 자체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예민한 사람은 약효가 다음날 낮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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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멜라토닌의 주기를 정상화시켜 잠을 자게 하는 새로운 수면제가 국내에 도입됐다. 이스라엘 제약사인 뉴림의 서카딘(건일제약 수입판매)인데, 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존성의 위험이 없다. 국내에서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수면량, 수면의 질, 수면 후 일에 대한 집중력 등에서 서카딘을 쓴 그룹이 가짜 약을 쓴 그룹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카딘으로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3~4주 이상 꾸준히 써야 한다. 뇌 기능을 줄여 잠을 자게 하는 기존 약들은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멜라토닌의 주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수면제에서 이 약으로 바꾸려면 기존 약과 서카딘을 함께 쓰면서 점차 기존 약의 양을 줄이는 게 좋다. 이 약은 55세 이상 환자가 쓸 수 있으며 한 번에 13주까지 처방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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