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빅5 암센터 철저비교_03.]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체계 잡힌 통합진료로 최적의 치료 방침 세워
한희준 기자
입력 2014/07/24 16:34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체계 잡힌 통합진료로 최적의 치료 방침 세워
-위치 : 서울아산병원 서관
-면적 : 지상 13층·지하 2층, 7만9338m2
-진료부서 : 14개 임상진료센터·4개 삶의 질 향상 클리닉
-병상수 : 770개
-신환예약 : (02)3010-1300
12가지 암에 대한 22개 통합진료팀 전원 교수급으로 구성
매주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도록 시스템 정립
국내 모든 의료기관 중 암환자 가장 많이 보는 병원
‘삶의 질 향상 클리닉’ 열어 암수술 후 환자 관리까지
전원 교수로 구성된
22개 통합진료팀 운영
통합진료팀은 암 종류별로 5개 진료과목 교수가 한 명씩 참가한다. 내과 계열(진단·치료), 외과 계열(수술), 영상의학과(진단), 종양내과(항암약물),방사선종양학과(방사선치료) 등이다. 통합진료팀을 구성해도 교수들이 각자 스케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면 헛수고이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각 통합진료팀마다 일정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 매주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료하도록 공식적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환자·보호자와 팀 소속의 모든 교수와 직접 만나서 진료받는 통합진료실 7곳을 설치했다. 현재 12가지 암에 대해 22개 통합진료팀이 구성돼 있으며, 전원 교수급으로 구성돼 있다. 통합진료팀마다 참여하는 교수 명단과 진료 시각이 암센터 홈페이지의 암 종류별 진료센터 코너에 전부 공개돼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통합진료로 폐암 치료를 받고 있는 P씨의 실제 사례를 보자. 62세인 P씨는 다른 병원에서 찍은 흉부CT에서 이상이 발견돼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에 예약했다. 암신환 담당 코디네이터는 폐암센터 통합진료팀을 연결시켜 줬다. P씨는 우선 통합진료팀 내 호흡기내과 교수를 주치의로 정하고 단기병동에 입원해서 폐암 확진을 위한 기관지 내시경검사·세침흡인검사, 전이 여부 확인을 위한 뇌 MRI(자기공명영상), 핵의학 뼈검사,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을 받았다. 통합진료팀은 5개 진료과목 교수가 환자·보호자와 함께 모여서 검사 결과를 놓고 치료법을 의논했다.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에게 “림프절에 전이된 3B기 비소세포폐암”이라고 확진 결과를 전했다. 영상의학과 교수는 “암이 여러 곳에 전이됐다”고 확인했다. 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제 치료는 시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흉부외과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각각 “수술이 어렵다”, “암이 많이 퍼져서 방사선치료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통합진료팀은 환자·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항암제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주치의는 즉시 종양내과 교수로 바뀌었고, P씨는 일단 퇴원했다가 종양내과 병동에 입원해 6회에 걸친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협진 교수 5명 중 1명에 대한 진료비만 지불하면 된다. 나머지 4명에 대한 진료비는 건강보험상 인정받지 못하지만, 병원은 최적의 치료방침을 세우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0대 암 중 9개 암 국내 최다 수술
지난해 1년간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에서 진료받은 환자 중 1만8380명이 이같은 통합진료를 받았다. 처음부터 특정 의사 한 명을 주치의로 정해 치료를 시작한 환자라도, 치료 과정에서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통합진료로 돌린다. 처음 세운 치료 계획의 30% 정도는 통합진료 과정에서 더 나은 쪽으로 변경된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교수 5명에게 동시에 진료받지만, 환자는 그중 주치의를 맡는 1명에 대한 진료비만 지불하면 된다. 나머지 4명에 대한 진료비는 건강보험에서 인정하지 않음에도,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암 치료를 위해 통합진료 시스템을 유지한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국내의 모든 의료기관 중 암환자를 가장 많이 본다. 병원 측은 전국 암환자의 약 12%가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에서 진료받는다고 집계한다. 지난해 1년간 수술 1만7467건, 외래 환자 연인원 69만7853명, 입원 환자 6만7711명을 기록했다. 국내 10대 암 중 폐암을 제외한 9가지 암 수술 실적이 가장 많다. 서울아산병원은 동관·서관·신관 등 3개 진료동이 있다. 암센터는 이 중 서관 지상 13층, 지하 2층 거의 대부분을 사용하며, 770병상을 보유한다. 전체 병상 중 48병상은 검사와 진단을 위한 단기병동에 배정돼 있다. 앞 사례의 폐암 환자 P씨처럼 진단을 위한 단기병동 입원은 1주일 내로 가능하다. 이후 수술·항암치료를 위한 입원은 2~3주 안에 대부분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시니어급 교수의 수술 스케줄은 그보다 오래 밀려 있다. 이때 수술이 시급한 환자는 해당 교수가 환자에게 “오래 기다리지 말고 다른 교수에게 수술받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물론 선택권은 100% 환자에게 있다.
한편 진료의 질에 대한 암환자 만족도는 높지만, 의료진의 서비스 마인드 등에 대한 만족도는 그에 비해 낮은 것으로 컨설팅업체의 서베이 결과 나타났다. 암환자가 워낙 많이 몰리다보니 외래 진료는 예약하고 와도 대체로 2~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전반적인 치료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매주 정기적으로 연다"
암환자 전용 응급실 24시간 열어
서울아산병원은 암환자 전용 응급실인 긴급진료실을 서관 6층에 운영해, 수술 후 퇴원한 암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신속하게 대처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암환자는 감염 질환 등에 취약해, 돌발적인 발열이나 호흡곤란 등 이상 증상이 잘 나타난다. 이런 경우 일반 응급실에 가면 일반 응급 환자와 뒤섞여 순서를 기다려야 하며, 해당 암에 맞는 전문의를 호출해야 하는 등 즉각적 대처가 쉽지 않다. 33병상 규모인 서울아산병원 암 긴급진료실에는 암 및 응급의학 전문인력과 간호사 등이 24시간 상주한다. 1층 로비에서 긴급진료실로 바로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갖추고 있다. 응급 암환자가 도착하면 8시간 안에 치료 방법에 대한 모든 결정을 마치며, 거의 모든 경우 72시간 안에 필요한 치료를 끝낸다.
암세포 제거를 위한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은 환자에게 전신적(全身的)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 부작용 견디기를 암치료보다 더 힘들어 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또한 암환자는 누구나 심리적 충격과 공포, 자존감 상실 등 정신적 부작용을 심각하게 겪는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암환자스트레스클리닉, 암성통증클리닉, 암재활클리닉, 암평생관리클리닉 등 심신의 부작용을 덜어 주는 네 가지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을 운영한다.
암환자스트레스클리닉은 환자 한 명당 10~20분 이상의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상담을 통해 불안·우울·불면증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평균 암환자가 이 클리닉에서 진료받는다.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암 덩어리가 다른 신체 부위를 압박하면 암환자는 심한 통증을 겪게 된다. 암 통증의 80%는 진통제로 관리할 수 있지만, 20%는 약으로 누그러지지 않는다. 암성통증클리닉은 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종양내과 의료진이 협진하며, 신경마비술 등의 적극적 시술로 진통제가 듣지 않을 정도로 심한 통증을 조절해 준다. 암재활클리닉에선 암수술 이후 생길 수 있는 신체 운동기능 장애 등을 피해 가거나 최소화하는 재활 및 운동 요법을 시행한다. 암평생관리클리닉에서는 암 치료가 끝난 환자를 대상으로 암 재발 및 2차 암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
전문적인 암 교육 프로그램 다양
암에 걸리면 불안과 공포에 빠져 온갖 속설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환자나 가족이 잘못된 지식에 경도되면 올바른 암 치료에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는 이런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해 암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병원 서관 1층 암교육센터에서 각각의 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전반적인 치료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매주 정기적으로 연다. 암증상관리교육, 주요 암 치료법의 이해, 통증관리법, 명상요법, 식이요법, 웃음치료, 무용치료, 암예방교육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한다. 이 중 일부 강좌는 환자나 가족이 미리 예약해야 참석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건강강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