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빅5 암센터 철저비교_02.] 연세암병원 오랜 노하우로 한국인 암 치료 표준을 찾다

이금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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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은 전국평균에 비해 높은 5년 생존율을 기록하게 된 비결에 대해 선진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스타급 명의에 대한 의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조선일보DB)

연세암병원
오랜 노하우로 한국인 암 치료 표준을 찾다


-위치 : 세브란스병원 단지 내 독립 건물
-면적 : 지상 15층·지하 7층, 10만5000m2
-진료부서 : 15개 임상진료센터·3개 특성화센터
-병상수 : 510개
-신환예약 : 1599-1004

5대 암에 대한 한국인 표준치료지침 정립
‘야간 채혈 금지’ 등 입원 환경 업그레이드
축적된 암 관련 정보 체계화해서 공개 예정
교수급 굿닥터팀이 무료로 2차 소견서 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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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은 내과, 외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 과목 의료진이 ‘베스트팀’이라는 이름으로 협진한다. 이들은 치료 과정이 복잡한 환자와 전용 진료실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최적의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우고 시행한다. (사진=헬스조선)

연세암병원은 빅5 암센터 중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개원했다. 지상 15층·지하 7층, 연면적 10만5000m2(3만2000평) 규모에 510병상과 암환자를 팀별로 진료하는 64개 진료실, 100병상의 외래항암약물치료센터를 갖추고 있다. 국내 암병원 중 최대 규모로 어지간한 대학병원 전체보다 크다. 연세대 정문 옆에 서 있는 첨단유리 외장의 암병원 건물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연세암병원의 뿌리는 1969년 국내 최초 출범한 연세암센터다. 이후 45년간 축적한 의술과 경험을 녹여 내어, 각각의 환자에게 ‘개별 맞춤형’인 동시에 ‘표준형’ 암 치료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외래 환자에겐 ‘베스트팀’
입원 환자에겐 ‘팀제’ 협진

암환자가 연세암병원에 처음 외래진료를 받으러 오면 ‘개별 맞춤형’ 진료가 시작된다. 비교적 치료하기 쉽고 치료 과정이 간단한 암은 초진 주치의가 독자적으로 치료 계획을 세운다. 환자 상태를 검토해서 치료 과정이 복잡하다고 판단되거나 난치성 암이라면, 주치의는 ‘베스트팀’을 가동한다. 베스트팀은 간암·갑상선암·대장암·두경부암·식도암·위암·유방암·폐암 등 8개 센터에 구성된 ‘다학제 협진팀’이다. 내과(진단 및 항암치료), 외과(수술), 진단검사의학과(진단), 영상의학과(진단 및 중재치료), 방사선종양학과(방사선치료) 등 여러 진료 과목 의료진이 동시에 환자 한 명의 상태를 검토해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고 시행한다. 베스트팀 의료진이 모두 모여 환자·보호자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진료할 수 있도록 전용 진료실을 4곳 마련했다.

베스트팀은 외래 환자가 대상이다. 베스트팀의 진료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운 암환자가 입원하면, 아침마다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치료 방향과 결과를 함께 논의하는 입원 환자 대상 맞춤형 팀제 진료가 이어진다. 간암 입원 환자를 예로 들면, 매일 아침 소화기내과・외과・종양내과・ 영상의학과・병리과 전문의로 구성된 팀이 미팅을 한다. 이렇게 여러 진료과목 의료진이 함께 모여 환자 상태를 검토하는 미팅을 ‘다학제 컨퍼런스’라고 한다. 협진 시스템이 없는 의료기관에선 다학제 컨퍼런스가 드물거나 부정기적인 반면, 연세암병원에선 매일 아침 진료센터별로 다학제 컨퍼런스가 열린다.

"명의에 집착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표준진료지침은 어느 정도 덜어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의사의 암수술 수준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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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개원한 연세암병원은 국내 암병원 중 최대 규모다. 어지간한 대학병원 전체보다 크다. 그런데도 매일 로비에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인다. (사진=헬스조선DB)

한국인 암에 최적화된
표준치료지침에 따라 치료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암 치료 계획 수립과 진행은 맞춤형으로 이뤄지지만 입원하는 동안의 일반적 진료는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연세암병원은 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갑상선암 등 5대 암에 대해 자체적인 ‘표준진료지침’을 정하고, 모든 의료진이 이를 기본으로 입원 환자를 진료한다.

대장암 입원 환자를 예로 들어 보자. 대장암 환자는 평균 7일 입원한다. 표준진료지침은 입원부터 퇴원까지 일차별로 환자가 받아야 할 검사와 치료 절차 등이 규정돼 있다. 필요한 약물 및 검사 처방은 이미 의료전산 프로그램에 ‘약속처방’이라는 용어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의사는 컴퓨터에서 필요한 처방 버튼만 누르면 필요한 검사지시와 처방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암환자는 자신의 주치의가 이른바 ‘명의’인지에 대해 민감하다. 같은 병원, 같은 진료과 의료진 중에서도 더 잘 보는 의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의사가 있다는 등의 ‘소문’에 이유 없이 불안해하는 게 환자 심리다. 하지만, 표준진료지침 덕분에 연세암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 사람은 입원 기간 중 이런 고민에 빠질 이유가 없다. 다만, 암수술의 진료 가이드라인(수술 범위나 수술 기법 등)에 대한 표준진료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모든 의사의 암수술 수준이 이 제도에 따라 평준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표준진료지침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축적된 검사·진단 결과와 치료 경험이 있어야 한다. 연세암병원은 1969년 연세암센터 시절부터 누적된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선 5대 암에 대한 한국인의 암 진료에 최적화된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했다. 다른 암의 표준진료지침은 현재 개발 중이다. 물론, 무조건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획일적 치료를 한다는 건 아니다. 어느 환자의 상태가 표준진료지침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치의가 판단하면 바로 협진을 통해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치료방법을 찾아내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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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병동에는 주치의별 회진시간표가 게시돼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회진을 위해 환자가 병실에서 마냥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사진=헬스조선DB)

45년간 축적된 암 정보
누구에게나 공개

연세암병원은 치료 기간 중 환자의 ‘병원 내 삶의 질’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형병원 입원 환자의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가 ‘한밤중 채혈검사’다. 연세암병원은 환자의 밤잠을 깨우지 않도록 야간 채혈을 최대한 자제하고 모든 채혈은 되도록 오전 6시 이후에 진행하고 있다.

각 병동에는 주치의별 회진시간표가 게시돼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회진을 위해 환자가 병실에서 마냥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5인실까지 전동침대와 특수 매트리스를 갖춰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은 암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병원 생활을 하도록 배려한다. 입원 기간 중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환자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간호사를 통해 별도 식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의료진과 영양팀이 상의해 환자가 원하는 메뉴를 가능한 한 최대한 반영한 식사를 준비한다.

연세암센터의 직접적인 암 치료를 담당하는 15개 진료센터 외에, 완화의료센터·암예방센터·방우영암지식정보센터 등 3대 특화센터를 통해 암환자와 가족까지 아우르는 전인적(全人的) 통합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완화의료센터는 암 치료의 모든 과정에서 암환자와 가족이 겪는 심신의 부담을 덜어 준다. 특히 모든 암환자가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 거의 예외없이 겪게 되는 통증과 우울증상을 관리·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암예방센터는 암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고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는 ‘과거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완치된 사람들도 원래의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에 2차 암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심적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또한 암 치료에 따라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심혈관 질환·당뇨병·골다공증 등)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암예방센터는 ‘암치료 후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돌본다. 암환자의 가족은 환자와 유전적 특성과 식사습관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암예방센터는 위암·대장암·혈액암·유전성 암·대사 관련 암 등 ‘5대 가족력 암’에 걸린 환자 가족에 대한 상담과 건강관리를 해준다.

방우영암지식정보센터에는 지금까지 연세의료원에 축적된 암에 대한 모든 정보와 국내외 최신 정보가 모여 있다. 암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일반인도 의학적으로 검증된 암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서 암 예방과 치료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익힐 수 있다. 방우영암지식정보센터 내 상담실에는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통합적인 건강관리와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다.
이 센터에선 누구나 참석해서 들을 수 있는 암 관련 건강강좌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방우영암지식센터는 향후 ‘연세암병원 소셜 허브’를 구축해서 보유한 암 관련 정보를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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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이후 축적된 방대한 암 정보와 국내외 최신 정보들을 방우영 암지식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센터 내 상담실에는 전문 의료진이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사진=헬스조선DB)

다른 병원 환자에게도
2차소견 무료로 내줘

연세암병원은 모든 직간접적인 진료서비스를 가장 빠르게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암환자에겐 ‘기다리는 고통’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선, 신속한 진료를 위해 ‘패스트 트랙 시스템’을 마련했다. 1·2차 의료기관에서 암으로 확진받거나 의심돼 연세암병원을 찾은 환자의 경우, 연세암병원에서 첫 진료를 받은 뒤 1주일 안에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 등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연세암병원을 처음 방문하는 환자는 1주일 이내 또는 본인이 희망하는 날짜에 치료를 시작하게 한다. 오후 3시 이전에 접수하면 당일에 필요한 검사나 협진을 받을 수도 있다. 전화예약센터에는 신규 환자만 전담하는 간호사를 배치했고, 신규 환자용 응답 전화번호를 따로 마련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암 신환용 빠른 예약’ 항목을 마련했다.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필요없이 환자가 연락처만 남겨 놓으면 전담 직원이 바로 회신해 상담한다.

한편, 연세암병원의 의료서비스는 이 병원 환자가 아닌 환자에게까지 ‘공유’된다. 누구나 처음 암 진단을 받으면 ‘오진 아닐까’, ‘이 의사에게 덥석 치료받아도 될까’ 불안을 느낀다. 그럴 때는 부담없이 연세암병원에서 2차 소견을 받으면 된다. 연세암병원은 교수·전임의 35명과 간호사 15명 등 암 전문 의료진 50명으로 ‘굿닥터팀’을 구성했다. 굿닥터팀은 266개 세브란스 협력병원 의료진에게 암 전문의와 코디네이터 핫라인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협력병원이 요청하면 해당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 대한 2차 소견을 무료로 내 준다. 협력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암환자도 방우영암지식정보센터를 통해 예약하고 굿닥터팀을 방문해 2차 소견을 요청하면 차별 없이 도움 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병원 측은 연세암병원에서 2차 소견을 받은 암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나 치료받아도 아무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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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을 한 번에 인정하는 환자는 별로 없다.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자세한 진단을 받아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연세암병원에서는 이런 환자들에게 2차 소견서를 무료로 써주는 굿닥터팀을 운영하고 있다. 수술이나 치료는 다른 병원에 가서 받아도 된다. (사진=헬스조선DB)


(월간헬스조선 7월호 82페이지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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