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포커스] 전이성 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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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성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60대 초반의 주부가 신장암 수술을 받은 뒤 오른쪽 허벅지에 뻐근한 통증이 있다며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다. 암 수술 후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산책을 한 탓이려니 하고 마사지를 받으며 쉬었지만, 통증은 밤잠을 못 이룰 만큼 심해졌다고 했다. 검사해 보니 신장암이 허벅지로 옮아간 전이성 뼈암이었다.

암 환자가 허리나 팔·다리에 통증을 느낀다면 단순한 관절염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내부 장기의 암이 뼈로 전이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뼈는 폐와 간 다음으로 암 전이가 잘 된다. 뼈의 내부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혈관이 풍부해서 암세포가 살기 좋다. 뼈로 전이된 암세포는 정상적인 뼈 구조를 파괴시켜 통증을 가져오고, 골절까지 일으킨다.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신장암, 갑상선암 등이 전이성 뼈암을 잘 유발한다. 반면, 소화기 암이나 난소암·자궁암 등은 뼈 전이 빈도가 비교적 낮다. 전이는 척추, 늑골, 골반뼈, 허벅지뼈, 어깨뼈 등에 잘 된다. 무릎 아래쪽이나 팔꿈치 관절의 아래 부위는 전이가 매우 드물다.

고령의 암 환자는 퇴행성 관절염과 전이성 뼈암을 잘 구별해야 한다. 전이성 뼈암의 통증은 초기엔 경미하고 뻐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쉬어도 완화되지 않는다. 척추에 전이되면 허리나 등 통증과 함께 팔이나 가슴,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전이된 암조직이 이런 부위로 이어지는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뼈나 관절이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암이 뼈에 전이됐을 것이라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뼈로 전이가 잘 되는 암을 가진 환자는 관절염이 흔히 발생하는 부위가 아닌 곳에 통증이 생겼거나, 일반적인 관절염 치료를 했는데도 낫지 않으면 암의 뼈 전이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전이성 뼈암으로 진단되면 방사선 치료와 수술로 치료한다. 통증을 줄이고 신경마비와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 목적이다. 신장암의 경우에는 전이된 뼈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서 생존율을 높일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신장암 환자는 당초 수술받은 신장에 암 재발이 없고 전신 건강 상태도 양호했기 때문에, 암이 전이된 부위의 뼈를 절제하고 뼈 이식을 통해 새로운 뼈를 재건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 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발없이 살고 있다. 이처럼, 암이 뼈로 전이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하게 치료하면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