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B형 간염 보균자, 항암·면역억제 치료 전에 간염약 미리 먹어둬야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07/04 09:00
◇면역 균형 깨져서 간수치 치솟아
간세포에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달고 사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국내에 약 300만 명이다. 이들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지 않은 단순 보균 상태라도, 체내 면역력을 심각하게 흔드는 치료를 받기 전에 반드시 B형 간염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한다.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거나,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생물학적제제·스테로이드제제를 쓸 때가 대표적이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쓰지 않고 이런 치료를 받으면 상당수에서 급성 간염이 발병해 받던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며 "암 등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격성 간염이나 간부전으로 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독한 약 때문에 체내 면역력이 떨어지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항암·면역억제치료를 받는 보균자의 25~40%에서 간염이 발생하고, 이 중 5~30%는 간기능 부전으로 진행한다고 의료계는 본다.
◇간염약 미리 쓰면 거의 100% 안전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은 항암·면역억제치료를 받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에게 보균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장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처방받아 복용하면 간염 진행을 거의 100%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는 항암치료 시작 2주 전부터 항암치료를 끝낸 뒤 6개월에서 1년 후까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병수 교수는 "표적항암제를 쓰는 사람은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먹을 필요까진 없지만, 치료기간 내내 1~2주 간격으로 피검사로 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예외 없이 치료 시작 1주 전부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을 끊어도, 항바이러스제는 3년 뒤까지 복용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제제는 다량 쓸 때만 미리 항바이러스제를 먹고, 적게 쓸 때는 2~4주 간격으로 피검사만 한다. 장 교수는 "표적항암제나 소량의 스테로이드제제는 간염 유발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제로 간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만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