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통해 흉강경 수술… 암 이외 조직 덜 건드려 회복 기간↓ 항암 효과↑
림프절 보존 수술법도 연구

보험설계사 임모(53·서울 구로구)씨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 흉부 CT 촬영을 했다가 오른쪽 폐에서 암을 발견했다. 의사는 그에게 "폐암 1기이므로 가슴을 열지 않고 흉강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받고 2주일 뒤 일상 생활에 복귀했다. 현재는 흉강경이 들어갔던 우측 옆구리에 작은 흉터 두 개만 남아 있어서, 남들은 아무도 그가 폐암 수술을 받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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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을 흉강경으로 수술하면 회복 기간이 줄고 항암치료 효과도 높아진다. 고대구로병원 김현구 교수가 피부 절개를 두 곳만 하고 림프절을 보존하는 폐암 수술을 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5년 안에 구멍 하나만 뚫고 수술"

폐암은 지난 30년간 다른 암에 비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더딘 편이었다. 다른 암에 비해 수술할 수 있는 부위가 제한적이고, 폐 자체가 목숨을 유지하는 호흡을 관장하는 기관이어서 새 수술법을 과감하게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3기A 이하 환자에게 흉강경 수술이 보편화하면서 폐암 수술의 전환점이 열리고 있다. 흉강경 수술 자체는 1992년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으나,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5년 전부터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겨드랑이 아래에 구멍 3개를 내고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삽입했지만, 지난해부터 구멍을 2개만 내는 최소절개 흉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흉강경 수술은 가슴을 절개할 때보다 암 이외의 조직을 덜 건드리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절반 정도로 줄고, 이후 항암치료 효과도 높아진다"며 "또 가슴에 흉터를 내지 않아 환자가 받는 심리적 충격이 줄고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김현구 교수는 "구멍을 2개 내는 현재의 수술 기법은 구멍을 하나만 내는 단일공법 흉강경 수술로 가는 단계이며, 5년 안에 단일공법 흉강경 수술이 보편화할 것"이라며 "그러면 환자 예후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암만 떼고 림프절 보존하는 수술 가능해질 것"

폐암 수술법의 발전은 수술 흉터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림프절 절제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폐암수술 환자 중 암세포가 종격동 림프절에 전이돼 림프절을 모두 떼어내야 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그러나 림프절을 일부만 떼어내려면 수술 시간이 30분 이상 더 걸리면서 환자 부담이 커지므로 현재는 모든 환자의 림프절을 전부 절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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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교수는 "종격동 림프절은 모두 떼어내도 대부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부 떼어내면 부정맥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환자를 위해 림프절을 일부만 절제하는 '감시림프절 탐색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림프절 부분 절제술은 이미 유방암 등에는 표준 수술기법으로 확립돼 있다. 김 교수는 "3~4년 안에 이 기법을 실제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선치료 효과 높일 신약 개발 중

비수술 치료도 발전하고 있다. 암세포 내의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산소 공급을 위해 암덩어리 주변에 혈관이 빠르게 생성돼 암이 확 퍼지고, 방사선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현재 암세포의 산소 농도 저하를 방지하는 '저산소 세포증감제'라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양대식 교수는 "이 약물이 개발되면 예후가 좋지 않은 폐암의 방사선 치료의 효과가 높아져 평균 생존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김준석 교수는 "이밖에 암세포 주변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혈관생성억제제와 폐암과 관련된 특정한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를 쓴다"며 "4~5년 전부터 표적항암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3기 이상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조선·고대구로병원 공동기획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