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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 장애,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취재 배지영 기자 | 사진 헬스조선DB 도움말 현영근(페리오치과 원장), 박영국(경희대치과병원 교수)

조기발견 어렵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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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모(29세) 양은 중요한 면접을 앞둔 날, 아침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따닥’ 소리가 난 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억지로 통증을 참으며 입을 다물었지만 다시 벌릴 수 없었다. 큰일 난 줄 알고 달려간 치과에서는 ‘턱관절 장애’라는 생소한 진단을 내렸다.

턱에도 디스크가 온다?
턱관절은 입을 벌리거나 다물게 하고, 턱을 좌우ㆍ앞으로 움직이게 하며, 음식물을 씹을 때 지렛목 역할을 하는 중요한 관절이다. 아래턱뼈, 머리뼈, 그 사이의 관절 원판(디스크), 인대, 근육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관절 원판은 뼈와 뼈가 직접 만나 움직일 때 생기는 충격을 방지하는 완충역할을 하는데, 관절 원판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거나 마모되었을 때 턱관절 장애가 발생한다. 현영근 페리오플란트 치과 원장은 “관절 원판이 앞으로 빠지면 턱이 잘 벌어지지 않고, 관절 뒤에 있는 조직이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겨 통증이나 부종이 생긴다. 때로는 관절 주변의 근육염으로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을 통틀어 턱관절 장애(악관절 장애)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턱관절 장애 초기에는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또는 좌우로 움직일 때 귀 앞에서 소리가 난다. 증상이 진행되면 입을 벌릴 때 관절이 걸려 입이 잘 벌어지지 않아 옆으로 틀어 벌리게 되고, 심각한 경우 손가락이나 숟가락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입을 벌릴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1개월 이상 방치하면 골관절염이 될 수 있다. 치아의 부정교합이 원인일 수 있다.

턱관절 장애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하나 이상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 후에는 원인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요인은 턱의 충격, 스트레스, 잘못된 저작습관, 치아의 부정교합을 꼽는다.

교통사고, 타격 등 외부의 충격으로 턱관절에 무리를 줘 턱관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뒷목의 근육을 경직시키고 이 악물기나 이갈이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한쪽으로 음식물 씹는 습관이 오래되면 많이 사용한 쪽의 턱관절이 좁아져 양쪽 턱관절 근육의 균형이 깨져 편측 턱관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치아의 위아래가 서로 잘 맞지 않는 부정교합도 턱관절 장애의 원인이다.

두통ㆍ이명의 원인되어 내과 찾기도
단순히 입을 여닫을 때 소리가 난다고 해서 모두 턱관절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턱을 움직일 때 턱관절에서 소리 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2~44%다. 이 중 머리ㆍ목 주변의 통증이 있고 입을 크게 벌리거나 다물 수 없어 턱관절 장애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5~7%로 추산된다.턱관절에 위치한 디스크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가 발생해도 조기 발견이 어렵다. 더욱이 입을 벌리고 다물 때 귀 근처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찾거나 두통, 목, 어깨통증, 어지러움, 귀울림 등이 턱관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몰라서 다른 과를 찾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아 턱관절 치료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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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 상태에 따라 방법 선택 
턱관절 장애 초기에는 수술 없이 약물, 물리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와 근이완제를 사용해 근육긴장을 해소하고, 물리치료로는 냉온요법을 사용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관절 내 디스크의 위치와 형태에 이상이 생기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치료가 어렵고 턱관절 교정장치(스프린트)를 사용해야 한다. 치아를 본떠 투명하게 제작해 치아 위아래로 끼우면 되는데, 치아가 서로 정상적으로 맞물려 턱관절에 무리한 힘을 주지 않게 보호한다. 교정장치는 치아교정처럼 치아의 맞물림이 조금씩 변화하게 수개월 동안 장치를 조금씩 조정해 주어야 한다. 만약 보존적 치료법을 실시해도 6개월 이상 효과가 없거나 관절에 구조적인 장애가 있는 경우, 질환이 진행되어 디스크의 위치와 형태가 심하게 변한 경우, 관절 내 섬유화 등의 병변이 생긴 경우엔 수술한다. 전체 턱관절 장애 환자의 5% 정도가 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턱관절 수술은 턱관절세척술, 턱관절 내 윤활제주입법, 턱관절내시경술 등이 최근 개발돼 턱관절 주변을 절개하지 않고도 좋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턱관절세척술은 턱관절 내에 주사침을 2개 넣어 관절 안을 충분히 세척하고, 턱의 위치를 이동시켜 잘못 위치한 턱관절 디스크의 자리를 바로잡아 주는 방법이다. 턱관절 내 윤활제주입법은 턱관절 내에 변형이 심한 경우 턱관절 관절액 성분과 같은 하이아우론산을 턱관절 내부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주입한 성분이 턱관절에 윤활제 역할을 해 부드럽게 움직이게 돕는다. 턱관절내시경술은 내시경으로 관절 내부를 들여다보며 기구를 이용해 관절 내부의 병적인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턱관절을 절개하는 개방술을 시행한다.

조기 발견 어려워 평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
턱관절 장애는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턱관절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턱관절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치아를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부정교합이 있거나 빠진 치아를 장기간 방치하는 것 등은 턱의 균형을 깨뜨려 턱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교정치료를 받거나 인공치아를 시술 받는다.

평소 이를 악물거나, 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이 있다면 턱관절 주변 근육을 지나치게 긴장시킬 수 있다. 치아는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만 접촉하는 것이 정상이다. 따라서 쉴 때는 위아래 치아 사이를 2~3mm 정도 떨어뜨려서 관절에 지속적인 힘을 가하는 것을 막는다. 엎드려 자거나 턱을 괴는 습관, 한쪽으로 음식을 씹거나 평소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선호하는 식습관이 턱관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한다.

턱관절을 편안하게 하는 목 스트레칭은 턱관절 장애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목 운동은 턱을 잡아당겨 목에 붙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머리를 앞뒤로 구부리기, 좌우로 구부리기 및 돌리기를 1회 6번 정도를 한 세트로, 하루 6세트 정도 실시한다. 다만, 통증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Check It! ]
□ 턱관절 장애 여부 알아보는 자가진단
□ 입을 최대한으로 벌렸을 때, 윗니와 아랫니 사이가 4cm 미만이다.
□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딱’ 소리가 나고, 턱이 한쪽으로 쏠린다.
□ 음식을 씹거나 윗니, 아랫니를 맞댔을 때 양쪽이 조화롭게 닿지 않는다.
□ 치과 치료 후 턱관절 통증이 심하고 얼굴, 뺨, 턱, 목구멍에 통증이 있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불편하거나 두통이 있다.
□ 항상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다.

※ 해당되는 증상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턱관절 장애를 의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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