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영규가 2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당시 폐결핵에 걸려 체중이 42kg까지 줄어든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 고향에 내려갔는데, 어머니는 나를 위해 한 찌개에 숟가락을 함께 섞으며 생활하셨다. 내가 죽어도 너를 살리겠다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가난한 병’, ‘후진국형 병’이라고도 불리는 결핵은 잘사는 사람일수록 감염확률이 낮고, 선진국에 가까운 나라일수록 거의 사라진 병이다. 과거에 비해서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결핵에 관한 한 한국은 후진국이다. OECD가입 30개국의 인구 10만 명당 결핵환자 수는 평균 15.6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8명으로 꼴찌 수준이다.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도 OECD평균인 1.9명보다 5배 이상 많은 10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7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결핵환자는 다소 줄어든 데 비해 여성은 2001년 대비 2005년에는 10.5%나 증가했다. 여성 결핵환자가 늘어난 것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대중 접촉 기회가 많아진 것과 함께 무리한 다이어트가 면역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은경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에 걸리면 미인이 된다는 속설도 있는데, 이는 결핵에 걸리면 체중이 감소하고 빈혈이 발생해 얼굴이 하얗게 창백해 지기 때문”이라며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 무리한 다이어트 후 결핵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이 결핵에 걸릴 경우 체중감량이 기준치보다 더 많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다이어트의 효과로 잘못 알고 지내 결핵을 방치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 결핵은 노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으로 인식돼 왔다. 이는 위생상태와 영양상태가 극히 안좋았을 때인 60~80년대의 이야기로 어렸을 때 결핵균에 감염된 후 내재해 있다가 노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환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결핵 감염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20~30대가 가장 많다.

실제로 2005년 새로 폐결핵 진단을 받은 환자의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보면 20대가 19%, 70대 이상이 17%, 30대 16%, 40대 15%, 60대 13% 등의 순으로 나타나 20~3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젊은층에서 결핵이 많은 이유는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핵이라고 하면 흔히 폐결핵을 생각하지만 결핵은 우리 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전신 질병이다. 물론 87.8% 이상이 폐에 결핵을 일으킨다. 다음으로 결핵이 주로 생기는 곳은 흉막, 임파선, 뇌, 척추, 관절, 신장, 간, 대장, 복막 및 생식기 등이다. 모은경 교수는 “발병한 부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고 진단법도 다르다. 가끔 주위에서 늑막염을 앓았다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 늑막염의 대부분은 바로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에 결핵균이 침범해 생기는 결핵성 흉막염을 뜻한다”고 말했다.

폐결핵에 걸리면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쉽게 피곤하며, 밤에 식은 땀이 나면서 심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은 만큼 적어도 1년에 한번은 흉부 X-선 사진을 찍어 보는 게 좋다. 특히 당뇨병이나 간 질환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은 폐결핵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규칙적으로 흉부 X-선 사진을 찍어야 한다.

결핵은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전혀 증상이 없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침과 가래, 피로감, 신경과민, 미열이 결핵의 초기 증세이지만 이는 건강한 사람들도 흔히 경험한다. 따라서 증세가 나타나더라도 자각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쉽다. 결핵은 특히 기침이 가장 큰 증상으로 많은 환자들이 단순한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흔하다. 감기에 걸린 줄 알고 있는데 3주 이상 기침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결핵을 의심해봐야 한다.

결핵균은 전염된다. 결핵 환자의 기침, 재채기를 통해 전파된 결핵 균이 건강한 사람의 폐 속 깊은 폐포에 도착하면 결핵에 감염된다. 이 중 5~10%는 바로 발병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균이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을 일으킨다. 배우 박영규 씨의 모친처럼 결핵환자와 찌개와 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 것은 어떨까? 모은경 교수는 “찌개는 같이 먹어도 된다. 결핵은 객담(가래)과 기침을 통한 공기전염이 대부분으로 입 속의 침에는 균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