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쫄바지를 입어서 그런가?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시험 보기 정말 싫어! 머리가 아프다구~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이나 먹을래!”
“요즘 슈러 히어로들이 너무 많아! 더이상 지구에 문제가 있을 때 나를 찾지 않으면 어쩌지?”
대한민국이 ‘불안 바이러스’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고용 불안, 투자 불안 등 불안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뉴스가 연일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불안해 지면서 불안한 사람도 늘고 있다. 불안과 불안장애는 어떻게 다른 건지, 불안장애가 있을 때 병원을 가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급증하고 있는 불안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Check it! 나는 불안장애일까?
미국의 정신과의사 벡(Beck)이 고안한 불안장애 체크 리스트
0 = 전혀 그렇지 않다 1 = 가끔 그렇다 2 = 자주 그렇다 3 = 항상 그렇다
1. 침착하지 못하다. ( )
2.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
3. 자주 손이나 다리가 떨린다. ( )
4. 가끔씩 심장이 두근거리고 빨리 뛴다. ( )
5. 흥분된 느낌을 받는다. ( )
6. 어지럼증이나 현기증을 느낀다. ( )
7. 편안하게 쉴 수가 없다. ( )
8. 자주 겁을 먹고 무서움을 느낀다. ( )
9. 신경이 예민하다. ( )
10. 가끔씩 숨이 막히고 질식할 것 같다. ( )
11. 안절부절못한다. ( )
12. 미치거나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 )
13. 자주 소화가 잘 안되고 늘 뱃속이 불편하다. ( )
14. 자주 얼굴이 붉어지곤 한다. ( )
15. 근육이 긴장되고 뻣뻣해지고 저린다. ( )
=> 결과에 따른 나의 심리 상태
0~9점 :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매우 정상적인 수준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10~19점 : 가벼운 정도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나 좀 더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도움이 된다.
20~29점 : 상당한 정도의 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30점 이상 : 심한 불안 상태에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1. 불안장애란 무엇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뉴스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불안장애. 왠지 남 이야기 같지 않다는 이들이 많은 요즘, 정확히 그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불안 vs 불안장애
불안은 시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낯선 곳 방문 등과 같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 중 하나다. 이렇게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상적인 불안인지 병적인 불안인지 몰라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불안장애란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데도 과도하게 불안한 감정을 갖거나, 크게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에도 불안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감정과 불안감으로 인해 생기는 신체 증상 때문에 학생이면 학생으로서, 사장이면 사장으로서, 각자의 역할 수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면 정상 수준을 넘어선 ‘불안장애’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2. 불안장애는 정신과 질환 중 가장 흔한 병
‘불안장애’. 병명은 다소 생소하지만 우리나라에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서울대 의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0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0명 중 5명이 불안장애로 진단 받았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사회, 경제 상황이 훨씬 어려워졌고, 정신과 질환의 특성상 증상이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한국인 10명 중 1명이 불안장애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불안장애는 흔하면서도 심각한데도 치료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사람은 몸이 아플 때는 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마음이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불안장애는 우울증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도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3. 불안의 단계별 증상
불안은 단계별로 다양한 특징을 나타낸다.
경증 불안 : 일상 생활의 긴장과 관련된 경증 불안은 불안감으로 인해 오히려 감각이 민첩해지고, 학습이나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수준이다.
중등(中等) 불안 : 손과 발에 땀이 나고 목과 어깨의 근육이 긴장되는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불안감으로 인한 수면장애도 생기기 시작한다.
중증(重症) 불안 및 공황: 불안한 감정을 일으키는 한 가지 주제에만 생각을 몰두하게 되고,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숨을 쉴 수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아예 기절하기도 한다. 심한 불안감은 자살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2. 불안도 나이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불안장애는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범(凡) 불안장애, 갑작스러운 불안감 때문에 숨을 쉬기 힘들고 10분 내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황장애, 손이 더러울까봐 불안해 계속 손을 씻는 강박장애, 성폭력을 당한 후 남성만 봐도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람들 앞에 서면 불안해지는 사회공포증 등으로 나뉜다. 성장 환경이나 성격 등에 따라 다르지만, 나이 대 별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종류가 있다. 나이 대 별 불안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고2학생 인데요. 시험을 치를 때 불안해서 시험문제를 잘 틀려요. 시험이 아닐 때는 쉽게 풀던 문제도 시험 때 풀면 무조건 틀립니다. 실제로 시험 전에 문제를 다 못 푼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문제를 푸는 내내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 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다급하게 문제를 풀게 돼요. 특히 수학 같은 경우에는 한 문제가 막히면 갑자기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나’ 하면서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뒤에 있는 문제는 다 틀리게 되더라고요.” - 헬스조선닷컴 카운셀링 코너에서 발췌(작성자 윤종하)
1. 청소년기 : 시험불안
시험불안이란 시험 때만 되면 불안해 가슴이 떨리고 손에 땀이 나는 등 불안감으로 인한 증상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시험 때가 되면 불안한 감정을 느끼지만 시험불안이 있는 아이들은 시험 때 느끼는 불안감이 너무 커 평소 실력과 시험 성적과의 차이가 매우 크며, 아예 시험을 보러 가지 않기도 한다. 최근 연합고사나 수능 한 번만 치르면 됐던 과거와 달리 학기마다 보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대학 입시에 반영되고 각종 수행 평가도 많아지면서 시험불안이 생긴 아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시험불안이 심할 때에는 다른 불안장애처럼 항불안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될 수 있으면 약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한 정신과 병원 원장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가 되면 불안하다며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다. 증상이 너무 심한 아이들에게는 약을 주기도 하는데, ‘000가 시험 때 약 먹고 나서 시험 잘 봤다더라’라는 소문이 돌아 증상도 심하지 않은 아이들이 병원으로 와 약을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험장애가 있을 때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항불안제는 효과가 좋아, 약을 한 번 먹고 나면 시험 전 긴장이 쉽게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약들에는 마약 성분이 들어있어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약의 용량을 높여도 약이 듣지 않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또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들어있는 성분으로 인해 오히려 졸음이 와 시험공부를 못하거나 시험을 망칠 수 있다.
2. 성인 초기: 사회공포증
사회공포증이란 낯선 사람들을 대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한 가지 이상의 사회적 상황에서 강렬하고 반복적인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발표나 데이트, 면접과 같은 상황에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소리가 떨리며 숨이 가빠지는 등의 고통스러운 증상을 겪는다. 사회공포증은 서양에서는 전 인구의 13~15%에서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서야 이 병에 대한 연구나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공포증은 대부분 10대에 발병하지만, 발표 기회가 많아지는 대학생이나 면접을 보는 20대가 돼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공포증은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다른 증상들에 가려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사회공포증은 비교적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인지행동 치료이다. 인지행동 치료란 같은 질병으로 진단 받은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모여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사고와 행동을 배운다. 특수 안경을 끼고 모니터를 보면 실제 그런 상황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상현실 클리닉’도 치료에 쓰인다. 증상이 심하면 보조적인 수단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쓰기도 한다.
사회공포증 체크리스트
선생님이나 상사 혹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려면 너무 긴장된다. ( )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때 떨거나 얼굴이 붉어질까봐 걱정된다. ( )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식을 먹을 때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몹시 의식된다. ( )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할 때 너무 떨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 )
대화할 때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가 매우 힘들다. ( )
사람들과 편안하게 어울리기가 어려워 모임을 피하게 된다. ( )
* 6가지 항목 중 4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사회공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
“제가 심한 평화주의자거든요. 그런데 요즘에 TV에서 북한 핵실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불안해요. 혹시 전쟁이라도 날까봐요. 요새는 전쟁을 소재로 한 꿈을 매일 꾸고요. 전쟁 소식이 나올까봐 뉴스를 보는 것도 무서워요.” -헬스조선닷컴 카운셀링 코너에서 발췌(작성자 전쟁)
3. 성인기& 노인기 : 범불안장애
과도한 불안과 함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길한 기대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범불안장애는 다른 불안과 달리 불안을 유발하는 특정한 상황이나 자극이 모호하다. TV에서 멜라민 파동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사탕, 과자는 물론 물에도 멜라민이 들어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거나 자식 걱정, 손자 걱정, 아주 먼 친척의 사소한 일까지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평생 동안 범불안장애를 가지는 사람은 100명 중 5명 정도이며,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항상 걱정에 시달린다. 불안한 생각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쉽게 피곤해지며 주의집중이 어렵고 근육이 긴장되며 수면에도 곤란을 겪는다.
“23살 여자입니다. 저는 글자를 읽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제는 아예 옆에 책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출퇴근길이나 잠깐 틈이 나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읽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서점에 가서 책을 사서 읽는 것으로 풀어요. 심지어는 옷 같은 것을 살 때 세탁표시나 원산지 표시, 영수증에 써 있는 자질구레한 것까지도 모두 다 읽어요. 저는 다른 사람에 비해 굉장히 깔끔을 떠는 편이예요. 어릴 때부터 다른 집에서는 밥도 먹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고 난 뒤에는 세균이 전염될 것 같아서 손을 꼭 씻어요. 다른 사람과 책을 같이 보는 것마저도 더럽다는 생각이 들어 책도 무조건 사서 봅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손이 더러워질까봐 손잡이도 잡을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의 옷깃만 스쳐도 더러운 것이 제 옷에 묻을까 걱정이 됩니다.” - 헬스조선닷컴 카운셀링 코너에서 발췌(작성자 김미진)
4. 성인기& 노인기 : 강박증
강박장애는 불안을 일으키는 통제할 수 없는 생각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강박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이 특징이다. 강박사고는 본인도 불합리하거나 얼토당토 않은 줄 알지만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생각이나 심상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강박적 행동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어쩔 수 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강박사고가 일으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강박적인 행동으로는 반복적인 손 씻기, 창문이나 문이 닫혔는데도 계속 확인하는 행위, 물건이 늘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물건을 항상 반듯하게 놓는 일 등이 있다. 강박 장애가 심해지면 이런 행동이 수백 번 반복되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으로 상당한 심리적인 불편감을 경험하지만, 그 정도가 아주 심각하지 않고서는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강박장애는 인지행동치료가 주가 된다. 오염에 대한 강박 사고 때문에 하루에 10번도 넘게 손을 씻거나 3~4시간씩 샤워를 하는 강박 행동을 하는 환자라면, 소변을 보고 난 뒤에만 손을 씻고 샤워시간은 2시간을 넘지 않는 등 규칙을 정하고 점차적으로 강박행동을 줄여가도록 한다.
5. 특별한 경우 :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최근 가수 김장훈이 앓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질환이다. 이유도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빨라진다, 땀이 많이 난다, 몸이 떨린다, 숨이 막히거나 답답하다, 메스껍거나 뱃속이 불편하다,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다 등의 느낌이 주 증상이다. 공황발작이 생기면 5~10분 내에 죽음에 대한 공포도 느끼게 된다.
어릴 때 엄마와 헤어지기 무서워하는 분리불안장애가 있었을 경우,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등 경험, 성공 지향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밤샘 작업을 많이 하는 직장인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 중에서 공황장애가 많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가장 주된 치료는 인지치료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공황발작을 경험하므로 평소에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린다.
때문에 단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일 뿐 실제로 심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공황장애 초기에는 원인을 몰라 정신과가 아닌 응급실이나 내과를 찾거나 아예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공황장애가 심해지면 일에 아무런 의욕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 도피처로 죽음이나 술, 마약 등을 택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공황장애의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6. 특별한 경우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자연재해나 교통사고, 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분명한 외상적 경험 후에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움이 반복되는 장애이다. 예를 들어,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살아남은 사람이 사고가 난 지 몇 년이 지나서까지 사고와 관련된 생각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하거나 가위에 눌리는 등 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것이다. 불안 경험이 너무 극심하면 정서적 마비 현상까지 오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을 때에는 원인이 되는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그 사건과 비슷한 상황을 재현해 보거나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3. 불안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안장애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하루 30분 정도만 투자해 혼자서 할 수 있는 치료 방법도 큰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중증 이상의 불안장애나 급성기 때에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를 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방법일 뿐”이라며 “근본적으로 질병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평소에 호흡훈련이나 근육이완법 등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안장애가 있을 때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봤다.
1. 호흡훈련
호흡훈련은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하루 2번씩, 적어도 10분 이상 매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장소와 상관없이 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연습하는 것이 가장 좋다.
- 편안한 의자(머리를 뒤로 기댈 수 있으면 더 좋음)에 앉아서 몇 초간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킨다.
- 한 손은 가슴 위에 다른 한 손은 배꼽 위에 놓고 편안하게 숨을 쉰다. 이때 되도록 가슴 위의 손은 움직이지 않고, 배 위의 손만 오르내리도록 호흡한다.
- 숨을 들이쉴 때 속으로 ‘하나’라고 세고, 내쉬면서 ‘편안하다’라고 속으로 말한다. 이렇게 ‘열’까지 세면 다시 거꾸로 ‘하나’까지 세며 복식호흡을 한다.
- 몇 차례 실시한 뒤 복식 호흡에 익숙해지면 똑바로 누워서 배 위에 책을 올려놓고 한다.
2. 명상
명상은 조용한 장소에 앉아 눈을 감고 자신이 경험했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푸른 들판이나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자신을 떠올리고 더불어 맑은 공기와 파도 소리 등을 함께 상상한다. 3분 정도 후 눈을 뜨면 아주 깊은 숙면을 취한 것처럼 안정되고 긴장이 풀린다. 앞에서 배운 복식 호흡을 함께 하면 효과가 더 커진다.
예1 : ‘바닷가 모래밭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다 ->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느껴진다 -> 파도 소리가 들린다 -> 차도가 밀려왔다가 부서진다 -> 파도가 또 와서 부서진다 -> 싱그러운 바다내음이 느껴진다’고 연속적으로 상상한다.
예2 : ‘목욕탕에 혼자 몸을 담그고 있는 자신을 그려본다 -> 따뜻한 물이 목까지 찬다 -> 물은 알맞게 따뜻하다 -> 수증기가 보인다’고 연속적으로 상상한다.
3. 근육이완훈련
근육 긴장은 불안장애가 있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근육 긴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방법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 자콥슨이 개발한 ‘근육이완훈련법’이다. 이는 편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실시한 후, 전신 근육에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30분씩 하루 두 차례 연습한다. 처음에는 이완에 적합한 조용한 곳에서 연습하고, 점차 방법에 익숙해지면 직장이나 학교 쉬는 시간에 5~10분 정도 시간을 내 실시하면 불안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긴장되는 것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준비 : 등이 높고 목을 받칠 수 있는 안락한 의자에 앉는다. 안락한 의자가 없다면 침대나 요 위에 눕는다. 팔과 다리를 꼬지 말고 몸에 꼭 달라붙는 신발이나 허리띠, 의복을 느슨하게 푼다. 총 11개 동작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근육 긴장은 7초간 실시한다.
복식호흡 : 눈을 감고 깊이 숨을 쉰다. 복식 호흡을 하면서 10초간 부드럽게 숨을 들이 마셨다가 내쉰다.
손 : 오른쪽 주먹을 꼬옥 쥐었다가 일곱까지 센 후 힘을 푼다.(왼손 반복)
팔 : 오른 팔을 들어 굽힌 다음 팔에 힘을 준다. 일곱까지 센 후 힘을 푼다.(왼팔 반복) 발 : 오른쪽 발을 들고 발끝을 쭉 뻗는다. 발과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된 것이 느껴지면 일곱을 센 후 근육을 이완시킨다.(왼발 반복)
허벅지 : 두 다리를 모아 들고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가 일곱을 센 후 긴장을 푼다.
복부 : 아랫배를 들여보낸 채 정지한 다음 일곱을 센 후 이완한다.
가슴 :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7초간 멈췄다가 숨을 내 쉬면서 편안하게 이완시킨다.어깨 : 어깨를 귀까지 올린 다음 일곱까지 센 후 어깨 근육을 편안하게 풀어 준다.
목 : 턱을 조금 당기고 목 뒤쪽 근육에 힘을 주었다가 일곱을 센 후 편안하게 힘을 뺀다.
입술 : 입술에 힘을 주어 입을 꼭 다문 뒤 일곱을 센 후 편안하게 이완한다.
눈 : 눈에 힘을 주어 눈을 꼭 감는다. 일곱을 센 후 편안하게 눈의 근육을 푼다.
이마 : 양 눈썹을 모으고 미간을 찌푸려 아래 이마를 긴장시킨다. 일곱을 센 후 편안하게 이마 근육을 푼다. 이번에는 위 이마를 긴장시킨다. 눈썹을 위쪽으로 해서 이마에 큰 주름을 만든 일곱을 센 후 편안하게 이마 근육을 푼다.
정리 : 마음속으로 하나에서 다섯까지 천천히 숨을 쉬면서 호흡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20초간 복식 호흡을 한 뒤 거꾸로 다섯에서 하나까지 세면서 천천히 눈을 뜬다.
/헬스조선 홍유미 기자
사진 신지호 기자
도움말 김경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