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적 흐름을 타는 우울증 증상을 ‘계절성 정동장애’ 또는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한다. 이런 우울감은 대부분 가을에 시작해 겨울에 극심해지며, 봄이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특히 여성이 전체 환자의 60~90%로 남성에 비해 훨씬 많다.
한창환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가을이 되어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에서는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일반인 중 약 15%가 겨울철이 되면 다소 울적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계절성 우울증은 무기력감이 특징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의욕상실 증상이 일반 우울증과 똑같다.
한 교수는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생기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 우울증은 식욕이 왕성해져 살이 찌고,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매일 일정 기간 강한 광선(5000룩스)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나 항우울제 치료가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땐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다. 다음과 같은 행동요법이 도움되니 생활 속에서 실천해 보자.
Advice 1 감정을 분출하라
우울한 마음이 들 땐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 동료들과 따뜻한 대화를 한다. 즐겁게 여가생활을 공유하고, 취미를 함께 즐기면서 운동도 같이 한다.
Advice 2 바쁘게 생활하라
우울한 기분이 빈틈을 헤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요리·청소·운동 등 가급적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다.
Advice 3 주변을 항상 밝게 하라
낮 동안에는 바깥 활동을 늘리고, 집에 있더라도 커튼을 활짝 젖히는 등 집과 사무실을 밝게 한다.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빛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된다.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게 한다.
Advice 4 쇼핑보다는 공원을 산책하라
공원과 같은 자연을 산책하면 자연의 색과 소리, 맑은 공기, 향기로운 냄새가 뇌를 자극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영국 에섹스대학 연구팀은 일부 사람에게는 공원이나 시골길을 걷게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쇼핑센터를 걷게 해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공원 산책 그룹의 71%는 우울증이 완화됐지만, 쇼핑센터를 걸은 사람은 45%만 완화됐다. 오히려 22%는 악화됐다.
Advice 5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자는 습관을 들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에 신경을 쓰는 등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제 복용이나 하루 8잔 정도의 수분 섭취도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Tip ‘신체적 우울증’을 아시나요?
정신적으로 우울한 느낌이 들지 않는 신체적 우울증도 있다. 이민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 중 우울한 감정 없이 신체적 우울증만 있는 사람이 20~30%”라고 말했다. 이 교수 설명에 따르면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이 ‘우울한 감정’일 뿐이지, 우울증은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온몸 쑤심, 어깨결림,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설사,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증상이 몇 가지 겹쳐서 나타나는데 내과·정형외과 등에서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신체적 우울증 여부를 의심해 본다.
신체적 우울증은 정신적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뇌의 호르몬 분비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치료는 우울증 치료제로 한다. 심발타 등 신체적 우울증에 밀접하게 관련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하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신체적 우울증 증상이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