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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겼지만 영양은 최고! 몸에 좋은 제철 뿌리채소를 먹자!
헬스조선 서영란 기자 | 도움말 김주현(한국식품영양재단 박사)
입력 2009/12/17 10:29
겨울은 땅 속에서 추위를 견딘 제철 뿌리 채소가 다양하게 생산되는 시기이다. 모양은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맛과 영양만은 그 어떤 채소보다 풍부함을 자랑한다. 12월에 맛볼 수 있는 뿌리 채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뿌리채소의 금의환향
흙으로부터 영양을 흡수해 잎과 열매에 전달하는 뿌리는 식물의 근원이자, 심장이기도 하다. 채식주의자 중 일부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뿌리를 먹지 않기도 하니, 뿌리가 갖는 의미를 새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역사적으로 식물의 뿌리는 농부나 가난한 자들의 몫이었다. 귀족들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모두 차지하였고 서민에게는 투박하고 못생긴 뿌리 채소만 남겼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뿌리 채소는 귀한 대접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영양소의 저장 창고인 뿌리에 비타민, 식물영양소(식물에만 있는 특별한 영양성분), 다당류가 가득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색깔 따라 골라 먹자
한국식품영양재단의 김주현 박사는 “뿌리 채소는 색깔에 따라 기능성 성분이 다양하다. 주황색 당근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 레드 비트에 함유되어 있는 베타시아닌(베타닌), 더덕?도라지?인삼 등 흰색 채소에 함유되어 있는 사포닌 등 각기 독특한 효능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 비타민A로 변하며, 변환되지 않은 베타카로틴은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비타민A는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 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눈 건강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베타시아닌과 사포닌 또한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노화를 방지한다. 이러한 성분을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김주현 박사는 “다양한 색깔의 뿌리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약으로 쓰이는 뿌리채소
뿌리채소는 자라난 환경 덕분에 추운 저장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식물이 자라기 힘든 겨울 내내 사람들에게 양질의 비타민을 제공해준다. 오랫동안 뿌리채소는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가 올 것 같을 땐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고, 소화가 되지 않을 땐 무를 갈아 마시기도 했다. 인삼은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식품이자 약재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이 적고 칼로리가 낮은 뿌리채소는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과 곁들이면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다.
땅 속에서 자라니 더욱 안전해야 한다
땅 속에서 자라고, 땅으로부터 직접 영양을 흡수하는 뿌리채소만큼 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식물도 드물다. 때문에 뿌리채소를 먹을 때는 더더욱 어느 땅에서 어떻게 자랐느냐를 염려하게 된다. 요즘처럼 중국에서 수입된 농약 과다 식품, 위생 상태 불량 식품, 가짜 식품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가 되는 시기에는 고심해서 잘 고른 내 식탁 위의 음식도 ‘혹시?’하고 의심하게 된다. 이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사진 자료와 설명을 통해 우리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을 비교하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산 당근은 표면에 흙이 많이 묻어 있고, 기형 당근이 섞여 있으며 수분이 많아 구부리면 잘 부러지는 반면, 중국산 당근은 겉이 깨끗하고 크기가 균일하며, 수입 과정에서 말라 구부리면 약간 휘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를 통해 어떤 것이 수입 농산물인지 구분하기란 전문가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제공하는 국산과 수입산 당근의 비교
소비자가 좀더 쉽게 안전한 식품을 먹기 위해서는 깨끗이 포장되어 원산지 라벨까지 붙인 제품을 믿고 구입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도 완벽하게 안심할 수는 없으므로 최근에는 가족이 먹을 만큼만 직접 재배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식탁의 안전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가 바른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인증된 식품만 구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칼륨의 보고, 감자
풍부한 칼륨과 비타민 C
식사 대용으로 좋은 감자는 칼륨이 풍부해 음식을 짜게 먹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적합한 식품이다. 수분 조절을 하고,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해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주는 칼륨은 고혈압, 동맥경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감자 100g에 485mg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으며, 그에 비해 칼로리는 낮은 편이다. 감자에 소량 들어있는 리포산도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라이너스 폴링 연구소의 발즈 프라이 박사는 리포산이 대사과정을 조절, 정상화시켜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을 개선시키며 항산화 기능도 갖고 있어 인슐린 신호 전달과 포도당 대사를 정상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양소이자, 예민한 성분이기도 한 비타민C는 열에 의해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섭취하기가 만만치 않다. 의외로 감자에 풍부한 비타민C는 전분에 의해 보호되어 조리 과정을 거쳐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한순간에 독이 될 수 있다
감자는 영양 성분이 높은 식품이지만 보관하기에 따라서 한순간 독으로 변할 수 있다. 바로 감자의 색이 초록색으로 변하거나 싹이 생긴 부분에 존재하는 ‘솔라닌’이라는 성분이 그 범인이다. 솔라닌은 식중독을 일으키며, 자칫하면 생명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익혀도 사라지지 않으니 감자의 싹은 도려내고 먹는 것이 최선이다. 싹이 나지 않게 잘 보관하는 방법은 감자와 사과를 함께 두는 것이다. 사과의 에틸렌 가스가 감자의 싹을 억제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감자를 구입할 때도 물기가 없는 것을 고르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어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면 오래 보관하고 먹을 수 있다.
맛있는 감자를 고르는 법
보기 좋은 감자가 맛도 좋다. 흠집이 적고 모양이 동그랗고 통통한 것을 고르면 실패가 적다. 눌러보았을 때 단단하고, 속이 꽉 찬 감자를 골라야 한다. 주름이 많고 껍질이 녹색을 띄면서 싹이 많은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되었거나 보관을 잘못한 것이다.
감자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탄수화물 함량에 비해 칼로리가 낮은 감자는 포만감이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감자에 풍부한 칼륨이 몸속의 수분을 조절해 부기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 식품으로서 감자의 효능은 논란이 많다. 미국 하버드 대학 의과대학의 토머스 홀튼 박사는 영양학 전문지 <임상영양학 저널>에 감자를 많이 먹으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감자가 GI(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이기 때문. 섭취하는 즉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과체중인 사람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뛰어난 항암식품, 양파
양파가 암을 막는다?
양파의 항암효과는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양파의 매운 냄새와 맛을 내는 성분인 황화알릴(알리신)은 향균과 살균효과가 뛰어나고 항암작용을 한다.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들러붙지 않도록 하고, 혈액순환 장애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기도 한다. 이태리 마리오 네그리 약리학연구소 갈레온 박사는 “암세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동물 실험결과 양파 속의 일부 성분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으며 “이 성분은 항산화제인 플라보노이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건국대 특성화학부 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와 화학과 허용석 교수팀은 서울대 이형주 교수, 미국 미네소타 대학 지강동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양파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성분 ‘쿼시틴’과 ‘미리시틴’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며, 이 성분의 효능이 포도의 암 예방 성분인 레스베라트롤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정력식품으로도 좋은 양파
피라미드를 만든 노예들에게 원기회복을 위해 마늘과 양파를 먹게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양파는 몸의 기운을 돋우는 데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일본에서는 예부터 양파를 사찰에 가지고 들어와서는 안 되는 식품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금욕생활을 하는 스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 양파의 이런 효능도 바로 황화알릴 덕분이다. 황화알릴은 비타민B1과 결합하여 알리티아민을 만드는데, 이 성분이 피로를 회복하고 활력을 북돋워준다.
양파를 머리맡에 두면 잠이 솔솔~
황화알릴 성분의 효능은 또 있다. 눈이 맵도록 자극적인 성분이 오히려 불면증을 개선해주는 것. 저녁 식사를 할 때 생 양파를 먹거나, 자기 전 잘게 썬 양파를 머리맡에 두면 잠이 잘 온다. 이는 황화알릴 성분이 비타민B1의 흡수를 도와 피로를 풀어주고, 소화를 촉진시켜 잠을 쉽게 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양파를 섭취하는 다양한 방법
이토록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는 황화알릴 성분을 다량 섭취하기 위해서는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양파를 얇게 썰어 섭취하는 것인데 양파의 아린 맛이 부담된다면 흐르는 물에 단 시간에 씻어서 먹도록 한다. 열을 가하면 황화알릴의 매운 맛이 단 맛으로 변해 먹기는 좋지만, 특유의 효능은 손실된다. 하지만 양파를 볶았을 때 생성되는 멜라노이딘이라는 물질도 항산화 작용을 하며, 양파의 단 맛이 어류와 육류의 냄새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 함께 볶아 먹기도 한다.
안티에이징 식품, 당근
나이 드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면 당근을 먹자.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비타민A 성분이 가장 많은 채소가 바로 당근이다. 몸에 좋은 비타민A 성분이지만 과다 섭취하면 식욕부진, 체중감소,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다행히 당근의 비타민A는 베타카로틴의 형태다. 베타카로틴은 동물의 간에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A로 바뀐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색상이 짙을수록 풍부하므로, 되도록 붉게 잘 익은 당근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당근의 영양을 100% 흡수하려면 기름을 더해보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영양관리센터 이금주 팀장은 “당근을 먹을 때 기름에 볶아 먹으면 베타카로틴의 체내 흡수율이 3~5배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다방면에 뛰어난 효과 발휘, 생강
향신료로만 쓰이는 줄 알았던 생강이 실은 아주 놀라운 효능을 가지고 있다. 임신부의 입덧과 멀미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생강이 멀미 약보다 멀미 억제 효과가 2배 이상 뛰어나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영양학회는 “생강은 구역감과 임산부 입덧을 단시간 내 완화하는 효능이 뛰어나다”고 밝힌 바 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뇌의 도파민 수용체는 억제하는 구역질 치료약은 임신 초기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어 처방하지 않는데, 생강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강이 혈전 형성을 억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생강의 매운 맛을 내는 진저롤 성분은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보다 자극은 덜 하면서 통증을 덜어주는 효과는 비슷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생강을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할 사람도 있다. 강남 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생강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동맥류나 정맥류가 있는 사람, 치질이나 십이지궤양 등 출혈성 질환을 가진 사람, 혈압이 높거나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치료 효과 탁월, 무
가을,겨울철 대표 채소인 무는 다양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 강남베스트클리닉의 이승남 원장은 “무는 아밀라아제, 디아스타제, 옥시타제 등 소화 효소가 풍부해 소화를 돕고 독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천연 소화제다”고 말했다. 코가 심하게 막혔을 때 무즙을 면봉에 묻혀 코 속에 넣으면 시원하게 뚫리며, 목의 염증을 해결하는 효과도 있다. 무를 사용하기 직전에 갈았을 때 이런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무에 함유된 소화 효소 중 페록시다아제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생선구이에 무 간 것을 곁들이면 발암물질을 해독한다. 무를 먹을 때는 꼭 잎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잎 부분에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뿌리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은 비타민A와 항산화물질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 무 잎은 말려서 시래기로 먹어도 좋다.
작지만 알차다! 토란
탄수화물이 주 성분인 토란은 손질할 때 주의를 요하는 식품이다. 껍질을 맨 손으로 벗기면 가려움증에 걸릴 수 있으므로, 꼭 장갑을 끼고 손질할 것. 토란에 다량 함유된 수산칼슘은 열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 예부터 결림, 통증이 있을 때 토란 찜질을 하곤 했다. 하지만 수산칼슘이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될 경우 결석의 원인이 되므로 먹을 때는 특별한 손질이 필요하다.
인지질과 단백질이 들어있는 쌀뜨물에 토란을 담가놓으면 수산칼슘을 비롯한 잡맛 성분을 제거할 수 있다. 다시마는 토란의 수산칼슘 외에 유해 성분을 억제하고, 떫은 맛을 제거해 부드럽게 한다. 토란국에 항상 다시마가 들어가는 것도 다 이런 이유. 토란에 함유된 천연 멜라토닌 성분은 수면을 유도하여 불면증 치료 등에 쓰이기도 한다. 시차로 인한 피로 회복을 위해서도 토란이 적절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