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선생님, 혹시 이것도 병인가요?
헬스조선 김민정 기자 취재 | 협조 강북삼성병원,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력 2009/12/11 12:40
차마 물어보기 민망해 묻어 두고 있지만 왠지 찜찜한 이 증상
살다 보면 ‘이게 병일까? 아닐까?’ 싶은 증상이 한두 가지 있게 마련. 병원에 가려니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고, 안되겠다 싶어 막상 병원에 가려니 어느 과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이 '몹쓸' 증상들. 혼자만 고민했던 15가지 증상에 대한 전문가 10인의 명쾌한 답변을 공개한다.
Q 자꾸만 깜빡깜박... 건망증도 병인가요?
A 임세원(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사람의 기억 능력은 한계가 있다. 건망증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저장하거나 회상하는 능력이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같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저하됐을 때 나타난다. 대개는 일시적이지만 건망증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선 확인해야 한다.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노인이면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치매의 전 단계 즉, 경도인지장애일 수 있다.
노인이 아닌 사람이 심한 건망증을 호소한다면 우울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온전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가 올바르게 저장돼야 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서는 의욕과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 정보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다. 제대로 저장되지 않은 정보는 적절하게 회상될 수 없어 마치 기억력 자체가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원인이 없는 순수한 건망증은 질병이 아니다.
Q 종종 눈 아래가 떨리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신선영(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안과 교수)
극도로 피로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커피와 초콜릿 같은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증가돼 눈 근육 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에 눈 아래가 떨리게 된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병이 아니다. 그러나 떨림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눈꺼풀이 감겨 눈을 뜨기 힘들 때, 눈꺼풀과 입 주변 근육이 동시에 떨릴 때는 안면 신경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가는 것이 좋다.
Q 유독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임세원(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얼굴을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많이 난다. 때문에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본다고 해서 질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사람을 보는데 과거에 비해 못 알아보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전반적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진 것일 수 있다. 이럴 땐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원인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Q 하루라도 귀를 안 파면 답답한데, 이것도 병인가요?
A 박경호(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먼저 외이도염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외이도(바깥귀길) 피부에 생긴 염증 때문에 아프고 가려워 매일 귀를 파는 것이라면 외이도염에 대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외이도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매일 귀를 판다면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외이도를 지나치게 청결하게 유지하는 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귀를 파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편 매일 귀를 파는 건 신체 특정 부위를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 증상이나 강박적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라면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Q 먹고 나서 금방 배고픈 것도 병인가요?
A 김경우(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전임강사)
병은 아니다. 배고픔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급격하게 혈당을 올리는(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혈당이 낮아지고 배고파진다. 스트레스에서 오는 허전함으로 인한 가짜 배고픔도 있다. 수시로 음식을 찾는 습관 때문에 배고프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정제된 흰쌀이나 밀가루, 단순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보다는 섬유소가 많은 잡곡이나 채소,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는 게 급선무다.
Q 핫팩이나 전기팩 사용시 피부가 빨개지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김태윤(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핫팩이나 전기팩 같은 열기구를 사용해 인체 일부분에 열을 가하면 피부 진피층 내의 혈관이 확장된다. 이로 인해 혈관 투과성이 증가돼 체내에 흡수된 열을 발산하는 과정에서 피부가 붉어진다. 열기구 사용을 중단하면 피부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44℃ 이상의 열기구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노출 부위의 열로 인해 단백질이 변하여 응고되어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조직이 썩게 된다. 이를 ‘열 화상’이라고 한다. 열기구를 오래 사용했을 때 피부에 붉은 점이 생기고 부어 오르며 물집이 발생하거나 심한 통증이 있다면 손상된 노출 부위를 냉 찜질 등으로 응급 처치해야 한다.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피부과를 찾는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고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상이다.
Q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못 알아듣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이상혁(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난청이거나 단순히 집중력 저하일 수 있다.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근무하거나 과거 사격 훈련 같은 큰 소리에 노출된 적이 있다면 소음성 난청도 의심해볼 수 있다. 소음성 난청은 다른 주파수대 소리는 잘 듣지만 고주파수대 소리는 잘 듣지 못하는 것이다. 소음성 난청이면 조용한 곳이나 일대일로 대화를 할 때는 잘 듣지만 시끄러운 곳이나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잘 못 알아듣고 말 꼬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 검사를 받는 게 우선일 듯싶다.
Q 임신 중 허리가 아픈데 이것도 병인가요?
A 김계현(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
요통은 많이 피곤하거나 긴장했을 때, 과도하게 몸을 구부리거나 무리해서 걸을 때, 무거운 것을 들 때 발생할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의 70%는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임신 중에는 몸을 구부리기보다는 쪼그려 앉고, 기대어 앉을 때 베개를 허리에 대며, 굽이 높은 신발을 피해야 한다. 요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경우에는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Q 평소 손바닥이 붉고, 피곤하면 더 붉어지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김태윤(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손바닥이 붉게 되는 현상은 수장홍반(Palmar Erythema)이라 한다. 인체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려는 경향 즉, 체내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주위 환경의 온도가 높으면 열을 배출시키려는 목적으로 손바닥 혹은 발바닥이 붉어진다. 또한 인체는 피로하면 몸 전체를 이완시키려고 하는데, 이때 휴식 반응과 이완 반응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의 한 축인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 등이 분비돼 말초 혈관을 이완시키고, 이에 손바닥이 더 붉어 보일 수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신체 반응의 일종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수장홍반이 계속해서 나타나면 간단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만성 간질환, 간경화,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사르코이드증 같은 결체 조직성 질환, 백혈병, 마른버짐, 습진 등이 있는 경우 수장홍반증이 나타난다. 과도한 음주나 임신했을 때도 손바닥이 빨개질 수 있다.
Q 밥 먹을 때 땀이 많이 나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이가영(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
음식을 먹을 때, 특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 얼굴이나 두피에 과도한 땀이 나는 경우를 미각다한증이라고 한다. 미각다한증은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발한 것이 한 원인이다. 뇌수술을 받거나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 사람도 미각다한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당뇨병이나 대상 포진 후에 이차적으로 미각다한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Q 욱하는 것도 병인가요?
A 이철(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욱하다’는 표현은 정신의학적으로 충동 조절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충분히 흥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욱하고 충동이 일어 사회적?법적?도덕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한다면 병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상황에 맞지 않게 욱하고 그것을 부적절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여러 정신의학적 질환에 의해 이런 충동 조절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충동조절장애가 있으면 간헐성 폭발 장애, 병적 도벽, 병적 방화, 병적 도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자주 욱하는 사람이라면 욱하는 상황과 행동의 적절성 여부를 먼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Q 고개를 숙이고 뭔가에 집중하면 머리가 깨질 듯한데, 이것도 병인가요?
A 김경우(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전임강사)
머리가 아픈 원인은 다양하다. 그 중 가장 흔한 긴장성 두통은 자세가 안 좋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목과 머리 주변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 유발된다. 두통의 강도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다면 편두통일 수 있다. 편두통이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머리를 부딪친 경험이 있는데 40~50세 이후 처음 두통이 발생했거나, 고열을 동반하는 두통, 암에 걸린 적이 있거나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사람, 목이 뻣뻣해지면서 두통이 오는 경우,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깨는 사람 등은 반드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Q 섹스하기 싫은 것도 병인가요?
A 이철(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요즘은 다양한 매체에서 섹스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불어 넣기 때문에 ‘섹스 하기 싫은 것’도 큰 병처럼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병은 아니다. 섹스는 이성적이기보다는 본능적이며 다분히 감정적인 행위이다. 또 섹스는 신체적 상태, 감정, 행동의 종합적인 흐름이다. 파트너와의 섹스에 거부감이 든다면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냉정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섹스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거나, 섹스를 하기 싫은데 충동이 제어되지 않거나, 부적절한 대상에게 성적 감정을 느끼거나,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것은 병이라고 할 수 있다.
Q 매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하는데, 이것도 병인가요?
A 김경우(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전임강사)
잠자리 환경, 피로와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몸, 수면 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우울증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은 너무나도 많다. 만일 잠을 못 잘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면 수면 클리닉 등을 방문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게 좋겠다.
Q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병인가요?
A 최명규(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지나치게 많이 먹는 원인은 사회?문화적 요인, 유전적 요인, 정신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병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병적과식(Bulimia)’ 환자는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빨리 먹고, 배고픔?포만감과 관계없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병적과식 환자는 과식을 한 자신이 부끄럽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몰래 숨어 혼자 먹는다.
이런 병적과식 환자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젊은 여성에게 많으며, 비만이 되지 않으려고 부적절한 보상 심리를 보인다. 식사 뒤 구토하거나 살을 빼기 위해 설사제?이뇨제와 같은 약을 먹음으로써 자신의 과다한 섭취를 보상하려고 한다.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람도 병적과식 환자일 수 있다. 부상을 입었는데도 운동을 중지하지 않는다든지, 운동 코치가 제시한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