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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때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 미각다한증, 어찌하오리까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김민수씨 다한증 극복기

모 제약회사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김민수(33)씨의 별명은 '밥 먹는 로봇'이다. 식사 때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이 음식에 떨어질까봐 최대한 밥 그릇을 멀찌감치 놓고 먹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약간만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어야 하는 날은 그에게 지옥과 같다. 어쩔 수 없이 매운탕이나 낙지볶음 등을 먹어야 할 때는 아예 머리띠를 하고 수건을 준비한다. 그런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미스터 미각다한증(味覺多汗症)"이다.

어렸을 때부터 김 씨는 땀이 많았고, 특히 음식을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렸다. 어쩌면 집안 내림인지도 모른다. 김치찌개를 먹을 때는 온 식구가 내의를 입은 채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땀을 많이 흘렸다. 자연히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멀리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성격마저 소심해지는 것 같았다. 사정을 아는 여자 친구와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냉면집만 찾아 다녔다. 그러나 입사를 한 다음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거래처 사람들과 식사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 뒤 아내는 땀을 지우는 파우더, 땀과 함께 분비되는 피지를 닦아내는 기름종이, 땀 냄새 제거를 위한 향수까지 든 화장품 가방을 선물했지만 그것으로는 '턱'도 없었다. 매일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아야 했으며, 여름철에는 하루 6번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해야 했다. 그런데도 땀 냄새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신경이 쓰였다. 와이셔츠 목 부위는 얼굴의 땀이 흘러내려 검게 변했다. 궁여지책으로 음식 먹을 때는 이마에 머리띠를, 목에는 수건을 둘렀다.

한 대학병원 다한증 클리닉을 찾았지만 의사도 그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땀샘을 자극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수술 등 일반적 다한증 수술은 손, 발, 겨드랑이 부위 다한증 환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했다. 보톡스 주사로 얼굴의 땀샘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6개월 이상 가기 힘들다고 했다.

땀샘을 막는다고 알려진 '글리코피롤레이트 패드'를 얼굴에 붙여보기도 했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속이 울렁거려 포기했다. 그나마 효과가 있었던 것은 땀샘을 막는 약 '드리클로'. 저녁에 세수를 한 뒤 얼굴에 바르고 나서 다음날 아침 씻어내는 데 한 번 바르고 나면 효력이 일주일을 갔다. 그러나 겨드랑이나 손, 발에 바르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 계속 얼굴에 발라도 되는지 불안해 자주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땀과의 오랜 전쟁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땀과 당당하게 맞서자는 것. 하루에 30분~1시간 러닝머신을 뛰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땀이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또 몸에 열을 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고, 여름이면 냉수찜질을 자주 한다. 어쩔 수 없이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그는 이제 더 이상 당황하지 않는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에게 다한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해를 구한다. 김 씨는 "매운 음식이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며 "미각다한증은 치료가 힘들지만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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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다한증 환자 김민수씨가 흐르는 땀을 막기 위해 머리띠를 한 채 밥을 먹고 있다. / 홍진표 헬스조선 PD jphong@chosun.com
■ 다한증 치료 어떻게

다한증 치료는 일차적으로 땀샘을 막는 약을 바르거나 먹는 것이며 그렇게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주사요법, 이온영동치료, 땀샘제거수술 등을 실시한다. 땀샘을 없애 냄새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액취증 치료법과도 비슷하다.

약물요법은 땀샘 기능을 억제하는 약 '어버트'를 복용하거나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땀샘억제제인 '드리클로'나 '시큐어' 등을 발라 땀을 막는 방법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며 비용도 저렴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다. 일부 약은 시야가 뿌옇게 되거나, 졸리거나, 입이 마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녹내장, 방광 폐색, 심장질환, 글리코피롤레이트에 알러지 등이 있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

약물치료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사용하는 2단계 방법은 땀 분비를 조절하는 손과 얼굴의 교감신경절이나 발에 보톡스 주사를 놓는 방법. 등 뒤 교감신경에 직접 알코올을 투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1~2주가 지나면 땀이 줄어든다. 그러나 효과가 6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해 반복치료를 받아야 한다. 2단계로 주사치료 대신 이온영동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특수한 기계로 이온을 피부 속에 투입시켜 땀샘을 막아 땀이 나게 하지 않는 원리다. 시술 시 약간의 통증이 있고,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시간이 소요된다.

3단계는 수술치료로 땀 분비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 예전에는 피하조직 땀샘부위를 절개 해 안쪽 지방조직 및 진피의 일부를 제거하는 '피하조직삭제법'이 많이 사용됐지만 요즘은 흉터 때문에 잘 하지 않는다.

대신 땀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을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내시경 흉부 교감신경절제술'이나 초음파가 나오는 가느다란 관을 피부 밑으로 집어넣어 초음파로 땀샘을 파괴하는 '초음파 지방흡입술'을 많이 한다. 수술 후 상처가 거의 없고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며 1~2일 이내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수술을 받은 사람의 30% 정도는 수술 부위에는 땀이 나지 않는 대신 앞가슴, 등, 허벅지, 종아리 등 새로운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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