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을 마시는 '독주가(獨酒家)'가 늘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 관계자는 "지난 1~2월 소주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지만, 가정용 소주 판매량은 오히려 1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전문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경기 침체로 취직에 실패했거나, 실직이나 사업 실패, 가정불화가 생긴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에 많이 빠져들고 있다. 이들은 사람 눈을 피해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시는 술의 양을 떠나서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의학적으로는 '문제성 음주'로 간주한다.
'문제성 음주'란 알코올 중독 직전의 단계이므로, '문제성 음주자'는 '예비 알코올 중독자'라 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은 불안, 초조, 우울한 감정에 쉽게 빠져들며 이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력성을 띠기 쉽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술을 마시면 대화 상대가 없어 마시는 속도가 빨라져 쉽게 취한다. '술을 그만 마시라'고 타이를 상대가 없다 보니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실 때보다 같은 시간에 마시는 술의 양이 20~30% 늘어난다.
소주를 소주잔이 아닌 맥주잔이나 머그컵에 따라 마시는 경우가 많아 과음하기 쉽다.
변변한 안주 없이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을 일으키거나 위 출혈을 초래할 수 있다. 간의 알코올 해독능력이 떨어져 지방간도 잘 생긴다.
김석산 원장은 "주 2~3회 혼자 술을 마시거나, 주량이 차츰 늘어나는 것은 중독 단계로 접어든다는 위험신호이므로 빨리 술을 끊어야 한다. 술로 스트레스를 잊으려다 술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