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의료장비 '퓨전바람'… 초음파·MRI 짝을 짓다

시카고=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08년 북미 방사선의학회의 트렌드

퓨전(fusion) 바람이 영상의학 진단 장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과 짝을 짓고, 혈관조영술과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합쳐지고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08 북미 방사선의학회는 한번에 정확하게 진단하려는 의료 장비의 '짝짓기'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학회는 전 세계 영상의학과 의사 등 관련 전문가 7만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앞으로 나올 의료 영상 장비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한꺼번에 다 들여다보자

의료기기 회사 'GE 헬스케어'는 초음파를 하면서 CT와 MRI를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간에 암 덩어리가 있어 초음파를 보면서 조직 검사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하지만 조직을 떼어낼 암의 위치를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 때가 있다. 이때 환자의 CT나 MRI사진을 초음파 모니터에 띠워서 이들 영상이 초음파와 같이 나타나도록 맞춰 놓으면 암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만큼 조직 검사가 정확하고 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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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의학 장비들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능이 합쳐지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환경친화적 기기들도 나오고 있다. /GE헬스케어 제공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협심증 환자들은 심장근육이 어느 정도 망가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심장 근육 혈류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이 검사는 화질이 선명하지 못한 게 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부학적 위치 파악이 탁월한 CT를 갖다 붙였다. 그러면 심장기능 검사를 하면서 병의 위치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찍어라

병원에서 폐나 복부(腹部) CT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숨 참으세요!"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숨을 쉬면 횡격막이 움직이면서 내부 장기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영상이 흔들린다. 일반 카메라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정지 상태에서 찍어야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숨을 참는 번거로움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촬영 시간이 0.2초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약 200만 명의 심장병 환자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스텐트 안으로 다시 동맥경화가 진행되면서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재발이 의심되면 심장혈관에 직접 조영제를 쏘는 혈관 조영술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심장이 1초에 한 번 이상 뛰기 때문에 기존 CT로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CT를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찍을 수 있어 스텐트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의사가 직접 하던 유방초음파 검사도 환자가 누워 있기만 하면 초음파 기계가 자동으로 유방 위를 지나가면서 찍을 수 있게 하는 장비도 선보였다.


검사 불안감을 줄여라

MRI 검사를 받는 환자의 20~40%는 폐쇄공포증을 느낀다고 한다. 동굴 같은 좁은 터널 안에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지멘스는 터널 지름이 한층 넓어진 기계를 개발해 폐쇄 공포증을 줄이는 장비를 내놨다. 검사실 밖에서 MRI기계와 분리된 검사 테이블에 환자를 먼저 편하게 눕힌 후, 그 테이블을 옮겨서 환자를 MRI기계 안으로 옮기는 '테이블 분리형' 장비(GE)도 사용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김동익(연세대 의대 교수) 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30분씩 걸리던 검사가 이제 초단위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방사선 피폭량도 줄어 영상의학 검사에 대한 부담도 줄게 됐다"고 말했다. GE 헬스케어 오마르 이슈락 대표는 "의료 영상의 발달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병을 찾아 치료하는 '얼리 헬스(early health)'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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