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유방암 증가율 주춤… 희망이 보인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10/07 16:18
5년간 조기 검진률 1.8배 늘어 0~1기 47.1%… 발견율 감소
유방암은 한국의 여성 암 발생률 1위다. 2007년 유방암에 의한 여성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6.8명으로 폐암, 대장암, 간암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지난 10년간의 유방암 실태를 망라해 발간한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방암 등록 환자는 약 1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3배나 증가했다. 증가율은 매년 약 10~15%씩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되는 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은 10대 암 평균 발견율에 비해서도 낮은 발견율을 보이고 있다.
국가 암조기검진사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한국 여성의 유방암 조기 검진률(수검률)은 14.7%에서 26.5%로 약 1.8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실제로 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되는 확률은 점점 줄어 2002년 0.03%였으나 2006년에는 0.01%로 감소했다. 조기 검진의 영향과 암 등록 환자의 증가로 유방암 환자의 절대 숫자는 증가했으나, 검진에서 발견되는 비율을 보면 유방암 환자의 증가 추이는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유방센터 송병주 교수는 "유방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말에 여성들이 굉장히 민감해 하고 있는데 실제 그렇게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아니면 검진체계에 문제가 생겨 발견율이 낮아지고 있는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유방암이 점차 조기 발견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방암 환자의 생존률과 재건수술의 성공률이 높아졌다. 그리고 유방암 치료에 드는 1인당 총 비용도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대비 유방암 조기 발견 늘어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을 빨리 진단해 치료하면 생존률이 높아지는 것 외에 여성 성의 상징인 유방의 보존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부터 항암치료까지 드는 총 치료비용도 조기 발견될수록 적다.
지난 10여 년간 유방암의 발견 추이를 보면 긍정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1996년 유방암 발견 당시 병기는 2~4기가 전체의 76.2%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는 0~1기가 전체의 47.1%였다.
순천향대병원 유방외과 이민혁 교수는 "0~1기에 발견되면 아주 적은 부분 절제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그 뒤 예후를 지켜보면서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재발을 막을 수 있으며 뼈와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막아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조기 검진을 활성화하면 유방암에 따른 개인적, 사회적 손실들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진, 연령대에 따라 달라야
유방암 검진은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민혁 교수는 "간혹 자신의 연령대에 적합하지 않은 검진인데도 특정 진단기기로 검진해달라고 떼쓰는 사람이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20대부터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맘모그램(X-선을 이용한 특수 기기)'으로 촬영해도 유방암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X-선은 고체 부분을 잘 찍으며 음영(陰影)의 비교를 통해 판독한다. 이 때문에 젊은 여성들에게 흔한 편인 반 액체 가까운 혹 형태의 유방암은 맘모그램으로 잘 찍히지 않는다. 또 젊은 여성들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유선이 넓게 퍼져 있어 X-선을 찍어도 뿌옇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X선 자체가 유방암의 발병 위험을 조금씩 높인다는 일부 연구결과들도 있어 젊은 시절부터 맘모그램으로 정기 유방검사를 받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20대~30대 중반에는 초음파 검사가 유방암 조기 발견에 더 바람직하다. 초음파는 액체 성질을 가진 것도 효과적으로 보여주므로 젊은 여성들에게 흔한 혹 형태의 유방암 발견에 좀더 유리하다.
40대부터는 맘모그램 검진이 꼭 필요하다. 40대에 접어들면 젊을 때보다 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아 유선에 흐르는 액체 물질들이 많이 사라져 X선으로 효과적인 검사를 할 수 있다. 특히 이 연령대부터 많이 발견되는 석회질 암 조직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40대 초반부터 50대 폐경기 전의 여성들에게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으므로 40대부터는 2년에 한 번씩 맘모그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맘모그램 검사와 아울러 초음파, 조직검사 등을 함께 하면 유방암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영 교수는 "유방암은 유전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므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20대 중반부터 2년에 한번씩, 35세 이상부터는 1년에 한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