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무산소 운동 효과 동시에…권투·조깅보다 칼로리 소모 많아

이미지
서울 홍익대 근처 한 건물 지하 연습장에서 열린 탱고 온라인 동호회 '땅고 아르떼' 정기 모임. 듣고만 있어도 절로 흥이 나는 라틴음악에 맞춰 회원 15명 정도가 탱고를 추고 있었다. 이날 모인 회원의 절반 이상이 30대 직장인. 탱고에 입문한 지 만 1년 됐다는 이주호(34)씨는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라며 "이전에는 주로 술로 풀었지만 탱고를 배우고 난 뒤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생활이 아주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원래 살사를 추지만 이 씨를 따라 처음 탱고 모임에 와 봤다는 김용진(32) 씨는 "고등학교 때 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쳐 항상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다. 2년 전 살사 춤을 시작한 뒤 허리 근육이 튼튼해지면서 요통도 사라졌다"며 댄스 예찬론을 펼쳤다.

■200만 명이 춤을 즐긴다

춤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륜이 연상되는 '음지(陰地)의 춤'이 아니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버리려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의 춤이다. 춤을 추면서 건강까지 도모할 수 있어 춤 인구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댄스스포츠협회 이도웅 회장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협회를 통해 한번이라도 댄스스포츠 강의를 받아본 사람의 수만 1000만 명에 이른다. 협회는 춤을 즐기는 사람이 2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춤 인구가 폭증하면서 20대와 30대 초반 연령층에게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30대 중·후반 이후 연령층에겐 권태로운 일상을 돌파하는 새 활력소로 춤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립영화 감독 김진한(39)씨는 "단조로운 일상을 탈피할 새로운 활력소를 찾고 있었는데 탱고를 시작 한 친구의 배가 홀쭉하게 들어간 것을 보고 즉시 탱고를 시작했다. 뱃살이 빠진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확 달라져 보일 정도로 생활에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댄스 연습실에서 만난 은수영(48)씨는 "'춤 바람'이 날까봐 반대하는 남편을 강습소에 데리고 갔더니 지금은 남편이 더 적극적이다. 춤을 춘 뒤 몸매도 탄탄해졌고, 부부 사이는 훨씬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폭탄주 회식' 대신 춤을 추는 직장도 늘어나고 있고, 아예 업무 시간 중 '강제적으로' 춤을 추게 하는 곳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은 매일 3시 30분 직원들을 강당으로 모아 차차차나 트위스트 스텝을 밟게 한다. 운영지원팀 지영수 팀장은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하다 30분간 춤에 집중하다 보면 만사를 잊는다. 또 춤을 추게 되면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지 않아도 팀원들간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커뮤니케이션이 이전보다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바벨을 들며 혼자 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 1년쯤 전부터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는 김영수(48)씨는 "살이 찌기 시작한 서른 다섯부터 작년까지 헬스, 에어로빅, 수영 등 시작 안 해 본 운동이 없지만 재미가 없어 대부분 그만 뒀다. 춤은 운동효과가 헬스나 수영보다 뒤지지 않으면서도 재미가 좋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 김현식 총무(김현식 산부인과원장)는 "춤은 유산소 운동인 동시에 근력과 근지구력을 키워주는 무산소 운동이다. 다른 운동에 비해 과격하지 않고, 재미도 있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춤을 추면 특히 허리를 포함해 하체의 동작이 많고 특정 동작을 유지하면서 정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근육을 계속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무산소 운동 효과를 얻는다는 것.




이미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스포츠댄싱아카데미 '라모스'에서 회원들이 왈츠를 즐기고 있다. /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운동 효과는 '보통 이상'이다. 단국대병원 산부인과 진건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댄스스포츠 종목인 왈츠, 퀵 스텝, 삼바, 자이브 등 빠른 춤을 출 때 시간 당 605㎉의 열량을 소모한다. 이는 체중 60㎏인 사람이 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사용되는 열량(76㎉)의 8배 수준이며, 성인 여성의 하루 섭취 열량(2000㎉)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는 권투, 에어로빅, 조깅 등과 비교해도 춤의 다이어트 효과가 더 크다. 일산백병원 스포츠의학 센터 양윤준 교수에 따르면 체중 60㎏인 사람이 1시간 동안 권투 연습을 하면 496.8㎉, 에어로빅을 하면 482.4㎉, 시속 7~8㎞로 조깅을 하면 489.6㎉가 소모돼 춤보다 100㎉ 이상 적다.

■부상을 조심하라

운동량이 많은 만큼 춤을 추다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평소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춤에 푹 빠진 여성은 특히 부상 위험이 높다. 무엇보다 하이힐을 주로 신는 살사나 탱고를 무리하게 추면 무릎이나 발목 인대에 손상을 가져올 확률이 크다. 하이힐의 높은 굽은 발바닥에 골고루 분산돼야 할 체중을 몸 앞쪽으로만 쏠리게 만들어 발목과 무릎, 허리에 지속적인 긴장을 준다. 게다가 운동부족으로 무릎의 뼈와 관절이 약해진 상태에서 하이힐을 신는다면 무릎에 더욱 큰 부담이 된다. 또 발목이 삘 확률도 높아진다. 남성은 파트너의 등이나 허리에 반복해 손을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깨 뒤편에 위치한 견갑골 주위 인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양윤준 교수는 "춤으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해 여성은 춤에 숙달될 때가지 가급적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춤을 춰야 하며, 남성은 20~30분 춤을 춘 뒤엔 반드시 휴식을 취하며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