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탤런트 홍여진, 유방암 조기발견은 내 평생의 행운

핑크 리본으로 유방암 조기발견
이젠 핑크빛 두번째 인생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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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이 저를 찾아온 건 불행이었지만, 일찍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죠. 불청객이었지만 별 말썽 없이 잘 돌려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호텔리어’ ‘고맙습니다’ 등 TV드라마에서 활동했던 탤런트 홍여진(49·사진)씨는 “10월이 오면 그 때 일이 생각나지만,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1979년 미스코리아 선(善)에 오른 뒤 영화배우, 탤런트, 모델 등으로 20년 이상 활동해오면서 생활이 불규칙하고 건강을 돌볼 겨를이 없었지만 암이 찾아오리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도 암은 아니었고, 다른 가족 중에도 암 환자는 없었다.

“2005년 유방암 예방을 위한 핑크 리본 캠페인에 참가했다가 유방암 자가 검진법을 배웠어요. 집에서 직접 해봤더니 왼쪽 유방 한 곳에서 뭔가 만져지더군요. 개인병원에서 맘모톰과 조직 검사를 했는데, 유방암이란 진단이 나왔습니다.”

의사와 주변 사람들은 “유방암은 착한 암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만 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위로했지만, 그는 치료가 잘 돼 목숨을 구하더라도 유방을 잃으면 연예 활동을 접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져 제 정신이 아닐 정도로 당황했다.

얼마 뒤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암을 워낙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왼쪽 유방의 4분의1만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를 28회 받았을 뿐 항암치료도 받지 않았다.

“일찍 발견한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요. 유방도 대부분 살렸고 그렇게 힘들다는 항암제 부작용도 겪지 않았으니까요.”

홍씨는 그 이후 TV에 출연해서건 지인들을 만나건 “아무리 암이라도 일찍만 발견하면 걱정할 필요 없다. 조기발견이 너무 중요하다”고 말하고 다닌다. 홍씨는 병원 환자 대기실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기억난다고 했다.

“TV에서 제가 유방암 경험담을 얘기하는 것을 보셨다고 해요. 염려가 돼서 병원에 한번 가봐야지 하다가 1년이 훌쩍 지나버렸다고 합니다. 그런 어느 날 가슴에 멍울이 만져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이미 유방암이 3기까지 진행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TV에서 여진 씨를 봤을 때 병원에 갔으면 살았을 텐데…’ 라던 그 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대중목욕탕에도 다닌다.

“목욕탕에서 유방 절제 수술을 받은 분들을 더러 봅니다. 반가운 일은 그분들도 당당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런 사실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곁눈으로 힐끗힐끗 보던 사람들도 있었다지만 요즘은 그런 사람 거의 없습니다.”

유방암 수술 이후 6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이상이 없는지를 체크한다. 수술 이후에는 위내시경 검사도 매년 꼬박꼬박 받는다. 잘 먹고 잘 자며, 홍삼을 가끔 챙겨먹는 것이 건강 관리법. 하고 싶은 말을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기 위해서다.

인터뷰 중에 후배 탤런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끊기 전 그는 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얘, 병원 가서 건강검진 꼭 받아라. 꼭이다.”

/ 글=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 사진=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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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리본(Pink Ribbon) 캠페인

1990년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가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창안한 이래 매년 10월 전 세계에서 펼쳐진다. 올해도 세계 40개국 100여 도시에서 이 캠페인이 진행된다.

핑크리본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건강, 가슴의 자유를 뜻하는 상징물로 세계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올해 우리나라 행사는 조선일보사, 대한암협회, 서울특별시 공동 주최로 10일을 전후해 열린다. 이 캠페인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시청사(10~12일), 남산 N서울타워(10~12일), 부산 광안대교(8~12일), 대구 우방타워(10~16일), 인천 길병원 여성전문센터(10일)가 핑크 빛 조명으로 단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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