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키 크려고 초경 늦추는 주사까지?

양·한방, 제약사, 성장센터…검증 안된 약·치료로 '키 팔아먹기'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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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DB

'키 콤플렉스에 빠진 대한민국'

초등학교 5학년 심지영(가명)양의 키는 148㎝로 반에서 중간 정도다. 양쪽 모두 키가 작은 편인 부모는 그러나 불안하다. 키 크는 데 좋다는 방법은 모두 다 썼는데도 이 정도기 때문. 그 때 누군가가 ‘용한’ 병원을 소개했다. 그곳을 찾아 상담했더니 의사는 “초경을 늦추면 키가 더 클 수 있다”며 성 호르몬 분비 억제주사를 권했다. 키를 위해 딸 아이의 생리까지 늦춰야 하나라는 생각에 주사를 맞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성장 침 맞으면 1년에 20㎝ 클 수 있다?

대한민국의 키 콤플렉스가 도(度)를 넘고 있다. ‘아들 185㎝, 딸 168㎝’가 평균이라며 제약사와 각종 성장센터들이 ‘키 팔아먹기 마케팅’에 몰두하더니, 이젠 한방과 양방 의사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의원들은 앞다퉈 성장 탕과 성장 침을 시술 중이며, 양방에선 뼈를 잘라 키를 강제로 키우는 수술이나, 여자 아이의 초경을 늦추는 호르몬 주사까지 등장했다.

제약사들은 초유, 칼슘, 비타민 등이 든 건강식품을 ‘키 성장 세트’로 포장해 1년치에 싸게는 20만원에서 비싸게는 1000만원까지 판매하고 있다. 운동으로 키를 키운다는 성장 센터가 늘어나면서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등 부상을 입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충호 교수는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성조숙증 어린이에게 사춘기 진행을 늦추기 위해 사용하는 약제가 정상적으로 사춘기가 온 키 작은 아이에서 남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조숙증 소아에서 사용했을 때 불임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온 키 작은 아이에게 투여하였을 때, 골밀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김덕곤 교수는 “성장 침이나 성장 탕이 성장에 보조적인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다. ‘1년에 20㎝ 성장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보면 동료 의료인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성장 침이나 성장 탕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 운동, 영양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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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신체적 원인부터 파악해야

전문가들은 키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만큼 심각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또래 100명 중 키가 제일 작은 순서대로 3~4번째 아이만을 치료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 밖에 자궁 내 발육장애, 기형 및 골격 질환, 영양 장애, 전신성 대사질환, 만성 질환, 지능 장애, 뇌 종양, 내분비 질환, 애정결핍이나 학대 등으로 인한 성장 저해가 있을 경우 치료 대상에 포함시킨다.

이 경우 각종 검사를 거쳐 성장 호르몬 주사, 정신과 상담 등을 하며 다리뼈의 기형이 있는 경우 제한적으로 뼈를 잘라 키를 연장하는‘일리자로프 수술’을 시행한다.한방에서도 키가 작은 원인부터 파악한다. 저 성장의 원인이 비만 때문인지, 오장육부에 체질적인 결함이 있는지 등을 파악한 후 생활 습관을 고치게 하고, 침과 약을 보조 요법으로 쓴다.

무턱대고 처음부터 비싼 약이나 침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박수성 교수는“관절 이상, 정신적인 이유 등 키가 작은 아이의 신체적 원인부터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검증 안된 약과 수술에 의지하기보다는 안 크는 원인을 제거하고 심리적인 치료 등을 병행하면 성장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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