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다리 벌리고 앉는 ‘쩍벌남’, 의학적 근거 있다?!
입력 2006/11/27 09:39
얼마전 서울에 사는 A씨(30, 직장인)는 모처럼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에 앉아 가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옆으로 벌어지는 것을 참느라 수시로 힘을 줘가며 오므려야만 했다.
맘 같아서는 다리를 편하게 ’쫙’ 벌리고 싶었지만, 이미 양 옆자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으며, 특히나 요즘은 ’쩍벌남’이다 뭐다 해서 잘못 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주위 여론으로부터 뭇매는 물론, 언제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찍힐 지 모르는 상황.
인터넷 신조어인 ‘쩍벌남’은, 보기가 민망하게 다리를 활짝 벌려 앉아서 7명이 앉을 수 있는 지하철의자의 공간을 6명으로 축소 시켜 옆 사람의 공간까지 빼앗는 남성을 말한다. 이는 통상 지하철내 공공의 적으로 분류돼 주변인들을 괴롭게 만든다.
그러나 이 같은 쩍벌남들 대부분은 ‘남성들의 생리학적 구조상 어쩔 수 없다’며 강변한다. 과연 그러한 의학적 근거가 존재하는 것일까?
◇신체적 필연?
보통 쩍벌남들이 주장하는 내용으로는, 남성이 다리를 벌리는 것은 정자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기 때문에 인간 본능에 의한 행동이라는 설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다리를 벌리는 것이 남성들의 음부주변 온도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래도 다리를 벌리는 것이 남성 고환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고환이 뜨거운 것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베스탑비뇨기과 김상연 원장은 “일반적으로 정자의 형성이 정상적으로 되려면, 고환온도가 1도정도 낮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자의 형성과는 무관하게, 원할한 통풍 역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 원장은 “고환부위는 습기가 찰 가능성이 있어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의 우려가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남성은 구조적으로 다리를 오므리기가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베스탑비뇨기과 이민호 원장은 “해부학적으로 일리가 있다”며 “사실상 남성의 인체 구조상 다리를 꼬거나 모으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그래도 안돼!?
그러나 이 모든 이유들이,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며 다리를 벌리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는 많은 여성들 역시 다리를 벌리고 앉는 것이 편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 단지 여성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다리를 오므려야 한다는 ‘조신함’에 대해 학습 받아 온 결과 연습이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그러한 학습기회가 적었던 사회분위기상 후천적으로 묵인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오로지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김상연 원장은 ”의학적 근거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성’으로 통제 가능한, 즉 타인에 대한 조금의 배려심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이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