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복어의 독을 남겨 달라고?
입력 2006/02/21 18:19
청산가리 1000배 위력… 13명 생명 뺏는 맹독
입술 얼얼한 정도의 독은 크게 문제되지 않아
서울 소공동에서 40년간 복 요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복 요리의 대가 김송원씨(83)는 “손질을 잘 하지 못하면 독이 남아 얼얼하게 되는데, 일부러 그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나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복어의 독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가시가 있어 장미가 더 아름다운 것처럼 복어도 독이 있어 그 맛이 더 빛난다”며 “그러나 장미의 가시처럼 복어의 독도 사람을 찌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소와 내장 등에 많은 복어 독의 성분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복어 한 마리의 독이 성인 13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한다. 복어의 독은 자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먹이 사슬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양식보다는 자연산 복어에 독이 있으며 양식이라 하더라도 가두리 양식은 독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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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리와 비슷하게 생긴 난소(암컷의 알)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기 때문에 여느 생선처럼 맛있는 부위인 줄 알고 먹었다가는 큰일난다. 3월부터 포란기에 들어가는 복어의 독은 5~7월에 가장 강해진다.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는 “해양수산부에서 식용으로 허가된 복어는 21종으로 전문가(복요리 조리사자격증 소지자)가 손질할 경우 큰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졸복이나 까칠복 등은 쓸개에도 독이 있고, 검복과 국매리복 등은 껍질층에도 독샘이 있어서 잘 걷어내고 조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입술이 얼얼하다가 금세 회복되는 극 미량의 독은 건강에 큰 문제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손끝 등으로 마비 증세가 확대될 경우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복어의 독은 신경계통을 침범하는데, 처음에는 두통이나 현기증이 오고, 그 다음엔 손끝이나 입술 등이 마비되며, 심한 경우 24시간 내 호흡이 마비돼서 사망한다. 치사율은 50% 안팎으로 해독제 또한 아직은 개발된 것이 없다. 사망하는 직접적 원인은 호흡마비이나 그 전에 근육마비 등의 증세가 나타나므로 이때는 지체 없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세란병원 응급의학과 오진호 과장은 “근육이 무감각해지는 등 증상이 나타날 때 잘못된 방법으로 억지 구토를 하게 하거나 위 세척을 하느라 시간을 끌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병원부터 찾아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