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질환

위장관 염증 '크론병' 환자 8년만에 10배 늘어

최현묵

‘선진국 병’으로 알려진 크론병 환자가 8년만에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크론병에 대한 대규모 실태 조사는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양석균 교수팀이 1986~2004년 서울 송파·강동 지역 의료기관의 기록을 추적 조사한 결과, 86년 인구 10만명당 0.1명에 불과하던 크론병 환자가 2004년에는 10만명당 1.15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매년 발병률은 10만명당 0.27~0.43명이었으며, 2001년 12월31일 기준으로 조사대상 구역에는 10만명당 5.3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크론병 환자의 성비는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양 교수는 “1960년대에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환자수가 굉장히 적었는데, 1980년대말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며 “10년 후에는 10만명당 55~60여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어디에나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병으로 주로 소장과 인접한 대장에 많이 생긴다. 깊은 궤양이 생긴 후 치료를 통해 일시적으로 나아졌다가 10년 이내에 재발하며 심한 염증으로 배 안에 농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장이 좁아지거나 구멍이 뚫리기까지 한다. 크론병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병이라 과민성 장 증후군, 장결핵, 충수염(소위 맹장염), 거식증 등으로 잘못 진단해 환자의 고통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경희대병원 내과 김효종 교수는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화기 계통의 질환인만큼 음식과 큰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2차 대전 후 일본이나 1980년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패스트푸드와 고기 소비가 늘면 발병률도 함께 높아졌다”고 말했다.

(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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