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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는 ‘물’ 조심?
이유는…
332번째 편지|2023-04-10
- 당뇨병 환자의 30~40%가 당뇨병성 콩팥병을 겪습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이란, 당뇨병으로 인해 콩팥의 작은 혈관들이 손상되는 것을 말합니다. 종국에는 소변으로 단백질·노폐물이 빠져나가지 못해서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콩팥이 망가지면 기존에 유지하던 당뇨 식단을 싹 바꿔야 합니다. 최근 출간된 ‘최고의 콩팥병 식사 가이드(비타북스 刊)’의 저자인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김양욱 교수를 만나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것들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 -당뇨병 환자가 콩팥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 “콩팥의 주요 기능은 체내 노폐물을 배설하고, 전해질·수분 균형을 맞춰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미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콩팥은 혈류가 아주 많이 흐르는데요. 혈액과 소변에 포도당이 많으면 콩팥에 무리가 가 미세혈관이 망가져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깁니다. 계속해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투석 치료를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집니다. 평소 혈당, 혈압 조절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기고 5~10년이 지난 환자의 40% 정도에서 나타납니다.”
- -당뇨 환자 콩팥 망가졌다는 신호는?
- “당뇨병성 콩팥병은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다가 콩팥 잔여 기능이 30% 미만이 되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하지 부종이 대표적인 증상이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혈압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이후에 미세알부민뇨·단백뇨 등이 생기는데요. 당뇨병성 콩팥병이 회복될 수 있는 시기는 미세알부민뇨 단계까지라서, 증상이 생겼을 때 빠르게 알아채고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 -콩팥 손상을 막을 방법이 있나요?
- “당연한 얘기지만 혈압과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는 당뇨병성 콩팥병의 예방법이자 치료법이기도 합니다. 정기검진도 꾸준히 받아야 합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소변 검사 및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해 콩팥 기능을 점검하길 권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기면 주로 고혈압약인 레닌 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가 처방됩니다. SGLT2 억제제·GLP-1 수용체 작용제·스타틴 등도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며, 최근 해외에서 허가된 치료제인 피네레논은 알부민뇨를 줄이고 심혈관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아직 국내 도입 전이지만, 당뇨병성 콩팥병 치료제의 폭을 넓힐 전망입니다.”
-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기면 식단 관리가 어떻게 달라지나요?
- “콩팥질환이 동반되면 기존에 유지하던 당뇨 식단은 잊으셔야 합니다. 통 곡물은 섬유질이 풍부해서 당뇨병 환자에게 권하는 식품이죠. 그런데 당뇨병성 콩팥병이 함께 있을 때는 통 곡물밥 대신 흰쌀밥을 먹는 게 좋습니다. 통 곡물에는 인·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데, 콩팥이 인과 칼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면 근육‧뼈 약화, 가려움증, 고칼륨혈증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또 있습니다. 일반적인 당뇨 식사에서는 근육 생성을 위해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합니다. 하지만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는 가급적 저단백 식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필수 영양소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소 필요량인 체중 당 0.6~0.8g만 먹으면 됩니다.
- 반대로 지방 섭취량은 늘려야 합니다. 지방으로 충분한 열량을 보충해야 에너지 대사가 잘 이루어져 영양 불량, 노폐물 축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동물성 지방이 아닌 식물성 지방 섭취를 권장합니다. 요리할 때 올리브 오일, 참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충분히 곁들이는 식입니다.
-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는 물도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물은 고혈당으로 끈적끈적해진 혈액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는 가급적 물을 많이 마셔야 하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반대입니다. 수분 배출이 잘 안 돼 폐부종 위험이 크기 때문에 1~1.5L만 마시는 게 좋습니다. 전신에 부종이 생긴 경우에는 1L 미만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 -당뇨병성 콩팥병이 생기면 식욕부진을 겪는다고요?
-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이 떨어져 구역감·복부 팽만감 등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식욕부진을 겪습니다. 식욕부진으로 인한 영양결핍은 건강 상태를 악화로 이어집니다. 식욕이 없어 힘들 때는 한 끼 먹는 양을 줄이고 하루 4~6회로 나눠 식사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여러 번 식사를 차리는 게 번거롭다면 우유나 과일 등의 간식을 챙겨 먹는 게 도움이 됩니다. 책에는 환자들이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식단이 실렸습니다. 콩팥 상태에 따라 비투석, 혈액투석, 복막투석별로 나눠 적절한 식이요법을 알려줍니다. 누구나 따라 하기 쉽게 상세히 적혀있으니 건강한 식단을 짜는 데 적극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 -당뇨병 환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면?
- “당뇨병성 콩팥병은 조기 발견이 무척 중요합니다. 당뇨인이라면 두세 달에 한 번씩 소변 검사, 혈액 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을 꼭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이 이미 진단된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 혈압, 혈당 조절에 신경 쓰세요! 혈압은 130/80mmHG 이하로 조절해야 합니다. 그래야 콩팥 기능 저하를 막고 심혈관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목표 혈당은 ▲당화혈색소 7% 미만 ▲공복혈당 120~150 ▲ 식후혈당 150~200 정도가 적당합니다. 목표 혈당 내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당뇨병성 콩팥병 진행을 막고 콩팥을 지킬 수 있습니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