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12
스트레스와 유해 자극에 대한 세포의 반응, 세포 적응과 손상
짖궂은 형이 순한 동생을 놀리기 시작한다. 처음에 동생은 “하지마!”라며 불평을 늘어놓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장난이 점점 심해지면, 어느 순간 무섭게 변한다. 형을 손톱으로 긁을 수도, 치아로 물 수도 있고, 옆에 있는 물건을 사용해 형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정상 세포가 스트레스와 유해 자극에 대해 ’적응’ ‘손상’ ‘질병 발생’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마치 동생의 변화 양상과 유사하다.
세포의 ‘적응(adaptation)’은 변화에 대해 구조와 기능을 안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적응의 단계를 넘어서는 스트레스, 유해 자극 노출, 영양부족 그리고 돌연변이는 ‘세포 손상(cell injury)’을 유발한다. 세포 손상은 어느 한계까지는 가역적(reversible)으로 정상 세포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면 비가역적(irreversible)인 괴사(necrosis), 세포자멸사(apoptosis) 두 가지 형태의 세포사(cell death)에 이르러 질병이 된다.
세포 적응에는 구체적으로 ‘비대, 증식, 위축, 화생’이라는 가역적인 변화들이 있다.
‘비대(hypertrophy)’는 세포 크기의 증가를 의미한다. 장기(organ)의 크기와 활성이 증가 되는 것으로 주로 근육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팔-다리 근육은 운동을 통해 비대해질 수 있다. 보디빌더의 근육은 근육섬유가 커지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심장 근육의 비대는 ‘고혈압과 판막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이런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세포사(cell death)로 이어질 수 있고, 심부전(heart failure)과 부정맥(arrythmia)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갑작스런 죽음(sudden death)을 초래할 수 있다.
‘증식(hyperplasia)’은 세포 수의 증가를 의미한다. 여성의 경우 사춘기이거나 임신 기간에는 유방의 상피 세포에서 비대와 함께 정상적인 증식(커짐)을 볼 수 있다. 또한, 간 이식에서 절제하고 남은 공여자의 간이 원래 크기가 되는 것도 정상적인 증식이다. 하지만, 유두종 바이러스(papilloma virus) 같은 특정한 바이러스 감염은 피부사마귀(wart)처럼 큰 덩어리 병변(질병 부위)을 만들고, 때로는 이러한 증식 부위에서 암이 생길 수 있다.
‘위축(atrophy)’은 세포의 수와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분만 직후 자궁의 크기 감소는 정상적인 위축 과정이다. 하지만, 조직이나 기관을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면서 그 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골절(fracture)된 뼈를 깁스(cast)하거나, 침상에서 절대안정을 하는 경우 빠르게 근육 위축이 진행된다. 계속 누워있는 환자의 엉덩이, 등(back)에서 볼 수 있는 욕창(bedsore)은 조직이 괴사 된 상태로, 압박으로 생긴 위축이라 볼 수 있다.
‘화생(metaplasia)’은 한 형태의 성숙 세포가 다른 형태의 세포로 대체되는 것이다. 흡연을 오랫동안 하면 정상적인 기관지의 원주상피세포가 편평상피세포로 바뀐다. 이곳에서 편평상피세포로 구성된 폐암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위산 역류는 정상적인 식도의 편평상피세포를 원주상피세포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식도 부위를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라고 하고, 여기에서도 암(식도암)이 생길 수 있다.
즉, 세포 적응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정상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크기 증가로 몸집(비대)을 키우고, 그 수도 증가(증식)한다. 영양, 혈액공급 등이 부족하면 세포의 수와 크기가 줄어들게(위축) 된다. 지속적 자극을 받으면 결국, 세포는 모양(화생)을 바꾸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세포 적응은 ’생활 습관 변화, ’조기 검진‘ 등의 노력을 통해 세포 손상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비가역적인 세포 손상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마!”라고 외치는 착한 동생의 불평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병리학을 토대로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