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14

다이어트를 위해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의료소비자들과 상담 중에 종종 아찔한 순간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도 잘 모르는 성분을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사용할 때 가장 걱정이다.

특히 요즘처럼 다이어트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매일 새롭고, 효과적일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체중감량 제품들이 쏟아진다. 다만 무분별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제는 체중감량을 위해 단순 다이어트 식품을 넘어 의약품까지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테로이드 사용’이 꼽힌다. 주사나 약물 형태가 아니라 식품에 섞인 경우도 많다.

최근(작년 12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해외 직구 단백질보충제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누구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문제가 됐고, 결국 통관이 금지됐다.

실제로 복부비만을 개선하기 위해 진료실을 내원한 한 남성 다이어터는 ‘정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살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나느냐’고 물었다. 답은 ‘NO’였지만, 만약 ‘그렇다’고 답하면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해당 약물을 처방해달라고 할 기세였다.

스테로이드는 화합물의 일종이다. 항염증·항알레르기 등 효능이 밝혀지면서 다양한 치료 목적으로 쓰인다. 남성 다이어터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스테로이드는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이는 소·돼지·말 등의 고환에서 추출·합성한 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로,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다. 평소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 운동수행력을 높이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여성보다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뽐내고 싶은 남성들이 스테로이드에 관심을 더 보인다.

다만 아무런 이유 없이 복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무척 높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려면 전문의의 처방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해외직구 사이트나 일반인 사이에서 암암리에, 불법으로 거래되는 게 대부분인 듯하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뒤탈이 뒤따른다. 남성은 탈모, 성기능장애, 여유증 등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여성 보디빌딩이 대중화되며 일부 여성들도 이 약물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는데, 여성 역시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체모가 갑자기 늘어나고, 목소리가 굵어지며, 폐경 시기가 앞당겨진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더 무서운 것은 약을 끊은 후에도 부작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호기심에 한번,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그 자체로 자신과의 힘든 싸움이다. 이렇다보니 대다수 다이어터는 쉽고 빠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비만클리닉 의사로서 결국 체중감량에는 왕도가 없다는 교과서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는 ‘잠깐의 편법’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평생 유지해도 건강에 해롭지 않은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게 골자다.

덧붙여 말하자면 스테로이드 사용이 근육증가를 위한 편법으로 여겨진다면, ‘지방흡입’도 다이어트를 위한 지름길로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지방흡입은 체형교정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술이지, 체질을 바꿔주는 마법은 아니다. 팔뚝이나 복부, 허벅지 등에 지방흡입을 받았다고 해서 평생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뀌지 않는다.

결국 다이어트의 성공 포인트는,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규칙을 유지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새해에는 쉬운 길을 찾기보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규칙을 지키며 건강도 찾고 아름다운 몸매로 가꾸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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