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20
손목통증이나 손 저림은 PC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날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보통 손목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가정 일을 하는 주부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명절연휴가 지난 뒤, 즉 오랜 시간 음식장만과 많은 양의 설거지와 청소 등 평소보다 손목을 과하게 사용한 뒤 시큰거리는 손끝과 손목 통증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손목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50대 여성이 전체 환자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고, 환자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손목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부위에는 뼈와 인대로 둘러 쌓인 손목터널(수근관)이 있다. 이 터널을 통해 손가락을 구부리는 9개의 힘줄과 손바닥 쪽 감각 및 엄지손가락의 일부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그런데 좁은 손목터널에 힘줄과 신경 등 10개의 구조물이 밀집되어 있어, 약간의 부기만 생겨도 상대적으로 약한 신경이 눌릴 수밖에 없다.
만일 손가락을 많이 사용해 9개의 힘줄이 과도하게 움직이면 이로 인한 염증반응으로 터널 안에 부기가 발생하고, 결국 신경이 눌리면서 저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좀더 진행되면 만성적인 부기로 인해 저림이 심해지고, 엄지손가락의 운동기능도 약화된다. 이러한 증상을 ‘수근관증후군’ 또는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이 저리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손이 저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나, 손목 관절을 장시간 굽히거나 편 상태로 유지할 경우 통증과 감각장애가 심해진다. 또한 손목의 통증과 시큰한 느낌이 있고, 더 심해지면 엄지손가락의 힘이 약화되어 단추 채우기나 젓가락질 등이 힘들어진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한 손 저림은 단순한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 저림과 차이가 있다. 혈액순환장애는 다섯 손가락과 팔이 모두 저리고, 손끝부터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손목터널증후군은 엄지손가락부터 네 번째 손가락까지, 그리고 손바닥 쪽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이나 유발인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손 사용이 많은 사람이나 컴퓨터 작업과 같이 손목이 고정된 채 오래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발생하기 쉽다. 또한 당뇨나 갑상선 질환, 신장 질환 등 몸이 붓기 쉬운 질환이 있으면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기 쉽다. 또 손목 골절 후, 손목에 종양이 있는 경우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치료를 받을 경우 약물이나 주사치료,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등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하다면 1~2cm 정도의 최소절개를 통해 손목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두꺼운 인대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양 손등을 맞대고 손끝이 아래로 향하게 하는 자세를 일정시간(60초 정도) 유지하는 팔렌검사(Phalen test)를 통해 손에 뻐근함과 무감각이 나타나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본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조기 진단으로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여러 차례 손저림이 반복된 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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