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26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나 생일보다 더 기대되는 날이 있었다. 바로 ‘어린이날’이었다. 이날만큼은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릴 적 생일보다 어린이날을 더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최근 어린이날을 앞두고 바퀴 달린 운동화, 이른바 ‘힐리스’가 인기몰이 중이다. 힐리스는 신발 바닥에 바퀴가 달려, 평소 일반 운동화처럼 신고 다니다가 원할 때는 인라인스케이트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운동화다. 2000년대 초반 몇몇 아이돌 가수가 신고 무대에 오르면서 인기를 끌었던 그 제품. 화려한 디자인으로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신고 다녔었다. 필자 또한 아파트 및 공공장소에서 재미나게 타고 다니던 아이들과 성인들을 여럿 보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추더니, 요즘 다시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켤레에 1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강남 운동화’란 타이틀을 얻어, 재고가 없어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호장비는 물론 안전에 대한 의식이 없는 채 신고 다닌다는 점이다. 인라인스케이트보다는 운동화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인데, 이는 운동화 특성상 브레이크가 없어 자가속도제어를 하지 못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나 요즘은 걷거나 운전을 하며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딪힐 경우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도 바퀴 운동화를 신고 속도제어 없이 달려오던 어린이 때문에 아찔할 뻔 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평소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는 중심이 앞으로 쏠리지만, 바퀴를 이용할 땐 중심이 뒤로 쏠려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넘어질 때 땅을 손으로 짚어 손가락이나 손목, 팔꿈치 등의 골절이 될 가능성도 크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이용할 경우 발에서 오는 충격은 오롯이 발목이나 무릎 관절로 이어지며, 고관절과 허리 쪽까지 전달돼 무릎과 허리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바퀴가 들어가는 뒷부분이 불쑥 올라와있어 오래 신으면 마치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과 같아, 성장기 어린이의 다리 관절에 부담과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
뼈에 실금이 나는 정도로 다치면 2~4주 깁스를 통해 간단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뼈가 빨리 자라고 고정을 잘 유지 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 골절 부위가 어긋나서 뼈를 다시 맞추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도 있다. 심각한 골절로 인해 신경 손상이 동반될 경우 감각이상, 운동 장애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이의 뼈는 가늘고, 골막이 두꺼워 골절 시 성장판 손상이 생길 수 있는데, 성장판 손상으로 뼈가 한쪽으로 휘어지거나 길이가 짧아지는 등의 성장 이상 같은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만약 아이가 넘어진 뒤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붓는 경우 또는 해당 부위와 주변이 검붉거나 보라빛으로 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방문,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모 및 보호대를 꼭 착용하게 하고, 안전에 대한 부모의 교육이 꼭 필요하다. 사랑하는 내 아이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게 세상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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