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11
할아버지 한 분이 굳은 표정으로 외래 진료실로 들어오신다. 들어오시자마자 힘겹게 의자에 앉으시더니 다짜고짜 화부터 내신다.
“내가 2년 전에 이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왜 다시 아픈 거야? 그때는 다 나았다고 해서 여행도 다니고, 산도 오르고 했는데 왜 요즘 들어 다시 아픈 거야?”
“할아버님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 건가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고… 암튼 다시 고쳐내.”
“할아버님, 허리는 아무리 수술을 잘 받으셨어도 무리하게 쓰시거나 관리를 안 하시면 다시 재발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재발이라니? 그때는 다 치료 됐다고 했는데, 관리는 또 무슨 관리?”
척추병원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환자들은 허리나 다리가 아파서 이런 저런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수술을 하게 되면 그것으로 모든 치료는 끝났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척추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이 되면서 이런 경우가 점점 줄고는 있다. 하지만 나이 드신 환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수술로써 모든 치료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다.
척추 질환은 골절이나 종양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퇴행성 질환이다. 즉 나이 먹으면서 어느 정도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 퇴행 정도의 차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런 퇴행성 질환을 수술로서 치료 했다고 해서 다시는 재발없는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이를 거꾸로 돌려서 젊은 시절의 척추로 되돌리지 않는 한, 어떻게 일생을 살아가면서 다시는 통증 없는 척추로 만들 수 있겠는가?
큰 범주에 있어서 척추수술도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수단의 한 방법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관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수술이 잘 되더라도 체중 조절, 적절한 근력 운동, 골다공증 치료와 같은 관리가 연이어 진행되지 않으면 수술적인 치료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척추질환은 큐어(cure)되는 것이 아니라 케어(care)되어야 하는 질환인 것이다.
간혹 내가 수술해 드린 환자분들이 일상생활로 복귀 후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수술을 잘 해드렸어도 차후 관리가 되지 않으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분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척추 질환도 결국에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평생 신경 쓰면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수술치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올바른 지식과 지혜가 필요한 질환이다. 환자와 의사 모두, 병을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해 가는 방법을 바꿔야만 퇴행성 척추질환에 대한 본질적인 치료가 시작될 수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 배정식 원장이 알려주는 진짜 척추 건강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