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14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인간을,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기 시작했다. 쉽게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초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인천 길병원에 도입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85명의 암 환자를 진료했고, 그중 대부분의 환자들이 왓슨의 처방을 신뢰했다. 심지어는 암 질환 권위자와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에 있어서도 왓슨의 처방을 선택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대학교 병원이 오진한 희귀 백혈병 환자의, 정확한 진단명을 왓슨이 10분 만에 찾아내어 치료방법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의사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증거 중심의 판단을 내린다 하더라도, 사람을 치료함에 있어서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과 직관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들은 이런 의사들의 주장을 비웃듯이 인공지능의 우월함을 증명해 내고 있다.
한국 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인공지능 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2025년에 의사의 역할을 대신 할 확률은 일반의사는 54.8%,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47.5%와 45.2%, 그리고 전문의사는 42.5%이라 한다. 앞으로 10년도 채 남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을 대체할 미래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필요로 하고 그리워하게 될까?
그것은 아마 사람의 '온기'가 아닐까. 인공지능이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을 써 내려갈지언정, 피부와 피부가 맞닿으며 전해지는 온기, 상대방의 아픔을 들어 주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온기를 사람과 나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엄마 손은 약손'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배가 아플 때면 엄마는 '엄마 손은 약손 아이 배는 똥배'를 반복하며 배를 문질러주었는데, 그러고 나면 씻은 듯이 배앓이가 사라지곤 했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이 재미난 처방에 대해서는 여러 근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환자의 심리적인 믿음을 이용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플라시보 효과다.
아이는 절대적인 믿음의 대상인 엄마의 말과 배에 닿는 따뜻한 온기로 신체적,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며 배앓이를 멈추는 것이다. 배를 문지르면 장 운동이 활발해져 배 아픔이 사라진다는 의학적 근거도 있지만, 아이의 통증을 덜어주는 가장 큰 힘은 엄마와의 교감과 따듯한 손 그리고 온기가 아닐까.
과학이 발달하는 속도를 보면 인공지능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차피 올 인공지능 시대라면, 온기가 사라지고 그리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 따뜻한 미래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배정식 원장이 알려주는 진짜 척추 건강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