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6-27
선진국형 질병이라는 비만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된 게 꽤 오래 전이다. 비만이라고 하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대사증후군 등의 질환을 떠올리기가 쉽다.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이 비만이 특정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인 필자 역시 의사의 한 사람으로 비만 인구의 추이와 현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허리둘레가 성인 남자의 경우 90cm 이상일 때, 성인 여자의 경우 85cm 이상일 때 복부비만이라고 얘기한다. 보건복지부는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골관절염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1.6배 이상 높다고 경고했다.
비만이 있는 부위는 근육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져 근육이 약해지고 뼈와 관절에 무리가 간다. 골관절계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것은 그 때문이다. 척추를 지탱해야 하는 요추 부위에 비만이 발생하면 척추를 제대로 지탱하는 힘이 약화돼 척추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복부비만은 또한 체형을 변화시켜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고착화시키는데, 이로 인해 척추질환이 더욱 쉽게 생기기도 한다. 복부비만이 있는 체형은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 같은 자세가 장시간 유지되면 척추가 휘어져 척추전만증 같은 척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전만증은 과거 임산부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요즘에는 복부비만이 심한 성인남녀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척추전만증을 장시간 방치하면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은 통증을 야기하기 때문에 복부비만과 그에 따른 체형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한 비만 유병률은 남자 23.1%, 여자 17.2%다. 상대적으로 몸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여성의 비만에 대한 취약성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평생 복부비만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남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30대 이상 전 연령대에서 23~27%으로 나타나,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30대 11.5%이던 비만 복부비만 유병률이 50대가 되면 21.4%로 껑충 뛰어오른 뒤 60대가 되면 36.8%나 된다.
여성 복부비만이 중년 이상에서 두드러지는 가장 큰 원인은 에스트로겐 감소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근육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지방량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는 동시에 활동량을 감소시켜 비만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가 된다. 때문에 중년 여성의 척추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 관리와 근력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습관을 갖추고, 평소 척추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 질환으로 악화되는 통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척추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를 생활화하고, 갑작스럽게 증가한 체중이나 뱃살로 인해 척추 등 관련 부위에 통증이 발생했을 때는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는 약화된 근육을 강화시키고 통증을 완화함으로써 초기 척추질환에 대처하기 쉬운 방법이다. 비만이냐 아니냐가 아름다움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건강의 잣대가 될 수는 있다. 건강을 위해 지금 당신의 뱃살을 관리하자.
/기고자 : 김영수병원 김영수병원장
척추‧관절‧통증의 건강지식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