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28


67세 K씨는 전립선암을 판정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전립선암은 서양에서는 남성의 종양발생빈도 1위의 흔한 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아도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행히 초기암으로 진단되어 근치적 전립선적출술로 단기 추적관찰에서 성공적으로 완치판정을 받았다. 6개월을 지나면서 K씨는 추적 관찰 결과에 만족하였고 차차 심리적 안정도 되찾게 되었다. 수술 후 9개월 쯤 항상 동반하던 부인과 같이 앉아 부부관계에 대해 의논을 하였다. 보통 수술 후 1년까지 기다리면서 자연스런 회복을 기다리는 방법을 권하지만 부인과 함께 진지한 자세로 적극적인 성기능 회복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대수술 후에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성기능 장애의 치료는 먹는 약으로 치료하는 1단계 치료를 시도한다. 비아그라를 권하게 되었는데 시험적인 투약에서 100mg의 비아그라에 성공적인 발기반응이 나타나 비아그라를 처방하고 3개월 후를 기약하였다. 수술 후 1년이 되는 날에 근치적인 수술에 성공적이었고, 성기능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던 터라 밝은 표정으로 만나길 기대했었던 환자가 의외의 침통한 표정으로 진료실로 들어선다. 항상 동반하던 부인은 보이지 않고.
  3개월 전에 처방받은 비아그라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두 차례 서로 만족할 만한 부부생활에 행복감에 젖었던 환자는 마음 한구석 자신이 종양환자라는 점을 생각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예후, 약간은 불편한 회음부와 소변증상 등이 걱정이 되었고, 다음 번 부부생활에 대한 부인의 요구에 소극적이 되었다. 또 다음에도.
  하루는 비아그라를 복용하기를 강요하는 부인과 다투게 되었다.

“난 아직 암환자야. 지금 약을 먹고 싶지는 않아.”
“가능한 일을 왜 자꾸만 회피하지요?”
“....................................................................”

  부부는 언성을 높이는 빈도가 많아졌고, 일상에서도 자주 다투게 되다 보니 환자의 마음 한구석에 과연 부인이 나의 건강을 생각하는 나의 인생의 반려자가 맞는 건지, 아니면 성적 욕망에 휩싸인 마녀인지, 혼란스러워 지기까지 했단다. 결국, 이후 자연스런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고 종양의 성공적인 치유소식도 다시 환자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웠다.
  성기능장애의 치료를 맡는 의사는 자칫 큰 오류를 범하기 쉽다. 경구, 주사약물을 막론하고 진료실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확인하여 ‘이제 다 되었다.’라고 자만하기 쉽다. 실은 성기능은 남자만의 기능도, 여자만의 기능도 아닌 부부의 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기능인 것이다. 치료에는 반드시 배우자의 협조가 필요하고, 때론 배우자의 건강문제가 치료방법의 선택에 절대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이제 어떤 방법으로든 의학적인 성기능 회복이 가능해 졌다고 자축하던 의사들이 한계에 부딪혀 상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약, 훌륭한 수술결과도 환자의 마음이 치유되지 않으면 큰 의미를 얻기 힘들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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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진료실 풍경

[LJ비뇨기과]
이웅희 원장

이웅희 LJ비뇨기과 원장
1989년 연세의대 졸업
1997-2003 연세의대 비뇨기과학교실 교수 역임
전 아시아 성학회 사무총장
대한 남성과학회 상임이사
대한 전립선학회 이사

비뇨기과의사가 전하는 성의학 진료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