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07
고객들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할 것이다. 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에서 결과를 내려고 애쓰는 단체라면 고객이 변화할 때 그에 맞추어 변화할 것이다. - 피터드러커
“우리는 이미 고객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우리에게 빠른 서비스와 친절, 저렴한 비용과 양질의 결과를 요구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요구는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호텔이나 항공사 수준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고객은 그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인력과 장비, 공간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혹시 다른 방안이 있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답을 이야기 하기 전에 문제점을 찾기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으면 합니다. 고객을 정의하고 요구사항을 정리한 자료가 있습니까?”
“물론이죠. 우리는 이미 고객분석 및 요구사항을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 자료를 보면 이해하실 겁니다.”
과연 그 자료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병원이 일반적으로 고객을 정의하고 니즈를 조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지역, 연령, 성별, 진료과, 질환군, 의사별로 구분한 환자수와 수익 등의 volume data이다. 둘째는 외래 진료실, 검사실, 입원 병동 등 각 접점별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혹은 고객설문 조사, 고객불만사항 접수 등이다. 셋째는 암행기법으로 환자인척 병원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서비스 수준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들이 고객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까?
병원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고 있다. 의료계에 고객이란 개념이 들어오기 전인 15년 전 상황이라면 이런 방법들은 실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즉, 서비스 수준이 높지 않은 시대라면 환경을 개선하여 쾌적하게 만들거나, 불만사항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만족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부정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수단으로서 이런 조사들은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3개월 전, 탈장 확진을 받고 통원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11세 소년으로 어제 오후 3시에 수술 통보를 받고 오늘 오전 9:30에 병원을 방문함. 오후 2시에 수술을 시작하고 30분 후 회복실로 이동한 후, 저녁 8시 퇴원 함’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는가? 왜 3개월이나 수술을 대기해야 했을까? 왜 수술 전날 오후에나 다음날 수술할 것을 통보받았을까? 왜 아침에 병원에 도착하였음에도 오후에 수술을 받게 되었을까? 수술은 30분 만에 끝났는데도 6시간이나 회복실에 있었던 이유는 왜일까?
만약 이 환자가 기존의 분석틀에서 정의되었다면, ‘11세, 남아, 탈장수술, 5Km이내 거주, 3개월 대기, 비뇨기과 통원수술, 수익 18만원, 만족도 점수 3.5점(평균보다 0.3점 낮음), 불만사항 없었음’으로 정의될 것이다. 이를 통해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까?
기존의 방식으로는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에게 무엇인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안이 나올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린 아직 고객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알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고객의 힘이 강해지고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서비스 요구수준과 만족도가 달라졌다. 병원에서 차문을 열어주거나 발레파킹 해주는 서비스가 더 이상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아니다. 시대는 이렇게 바뀌었는데 고객을 정의하고 고객의 요구사항과 만족도를 파악하는 방법들은 그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다른 서비스 산업에서는 기존 조사 방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심층은유추출기법, 고객관찰, Focused Group Interview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방법 등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서비스디자인 등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모 병원, 65세 이상의 노인환자들이 아침 7시 반부터 외래 창구 앞의 딱딱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왜 그럴까? 지방 특히 시골인 경우, 버스의 배차시간이 간헐적인 경우가 많다. 6시 반에 첫차가 있고 그 다음 차는 한참 뒤인 12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차를 타고 올 수 밖에 없었고, 첫차를 탔기 때문에 병원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대기시간은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고객의 문제이다. 그 상황이 공감이 가야 한다. 근래 empathy가 중요해지고 있다. 진료실 안에서만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만이 empathy가 아니다.
몇 몇 직원이 일찍 출근하여 따뜻한 차를 대접하면서 방문한 이유를 파악하고, 진료 개시 후에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줄 수도 있다. 따뜻한 곳에서 TV를 보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 구내 식당이 있고 식사가 가능하다면 식사를 대접할 수도 있다. 진료시작시간을 당길 수도 있다. 전체가 어렵다면 특정과 몇 개만 앞당기는 정책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특정 지역의 환자가 많다면 버스회사에 이야기해서 시간을 조정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병원 차량을 일주일에 한두 번 운용할 수도 있다.
고객을 알게 되면 저절로 많은 대안들을 쏟아져 나온다. 불만사항을 없앤 것이 아니다. 감동을 주는 답들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우리 고객이라고 인식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한명 한명의 고객을 이해하고 애써야 할 때이다. 그것이 맞춤진료라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맞춤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현장에서 많은 구성원들이 고객과 접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많다. 단지 효과적으로 하지 못할 뿐이다. 답답하고 안타깝게 여겼던 환자도 있고, 힘들었던 환자도 있다. 우선 그런 사례부터 선정하여 그 환자를 정의(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고객이라고 받아들이고 공감을 하면 문제점이 보일 것이다. 문제점이 보이면 저절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 삼정 KPMG 안근용 컨설턴트
기존의 방법만으로는 현재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