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
어린 시절 현영은 특유의 코맹맹이 목소리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책을 읽으면 선생님들로부터 “멋 내지 말고 어린이처럼 읽어라”는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목소리는 개성적인 미를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현영만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현영의 높은 톤의 애교 섞인 느린 콧소리는 여성들에게는 “귀엽다”, 남성들에게는 “섹시하다”는 느낌을 준다. 인간의 성적 매력을 자극하는 3가지 감각(시각, 청각, 후각) 가운데, 청각을 보면 여성들은 남성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호감을 가지며, 남성들은 여성의 높고 여린 목소리에 매혹되게 된다.
시각과 청각과 후각을 모든 겸비한 사람은 과거 모든 남성들의 우상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대표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그녀의 관능적인 몸매와 코맹맹이의 여린 목소리 그리고 “잠잘 때 내가 걸치는 것은 샤넬 No.5(향수) 뿐”이란 말은 섹시함의 3박자를 잘 보여준다.
콧소리와 여리고 높은 목소리가 유혹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높은 주파수의 고음과 비음 섞인 목소리가 남성에게 이성적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의 활동을 억제하고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성관계 도중에 나는 목소리가 더욱 흥분을 자극하는 것도 같은 메커니즘이다.
코맹맹이 소리는 그러나 언어권에 따라서는 덜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우리나라 말은 대부분 콧소리가 섞이지 않는 언어로서 ‘음절박자언어(syllable Timed Language)’로서 강한 음절에 의해서 한글자 한글자 박자를 두고 말하게 된다.
이에 비해 영어와 불어는 주로 ‘강세박자언어(stress timed language)’로서 강세에 의해서 박자를 맞추는 언어이며, 특정 몇 가지 발음만 강하게 말하며, 리듬을 타는 언어다. 특히 불어 발음은 주로 코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발음들이 많은 특징을 갖는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평소 언어생활에서 익숙지 않은 콧소리가 매우 민감하게 잘 들리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영어권이나 불어권에서는 콧소리가 갖는 매력이 우리만큼은 크지 않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코맹맹이 소리도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게 된다. 이는 특히 구강 구조와 콧속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흔히 비염이나 코의 가운데 뼈가 휘는 비중격만곡증, 부비동염, 비인강종양, 연구개가 발음시 완전히 닫히지 못하는 구개인두폐쇄부전증, 점막하 입천장 갈림증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서도 코 맹맹한 소리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콧소리가 날 때 단순히 매력적인 목소리라 생각하기 보다는 질환의 가능성도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