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4-03
가슴에 울고 웃는 남자
한 성형외과 의사는 어느 날, 여성들이 풍만한 가슴을 소망하며 브래지어에 패드 넣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다. 이를 계기로 실리콘 백을 이용해 여성들의 숙원을 풀어줄 수 있는 가슴확대술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시트콤 ‘프렌즈’의 로스 역으로 잘 알려진 데이빗 쉼머가 성형외과 의사로 나오는 97년작 ‘브레스트 맨(Breast man)'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후에 케빈은 과도한 욕심으로 친구를 배신하고 이익을 독차지 하려고 하지만, 실리콘 백 제조사의 배신으로 병원경영이 어렵게 되고, 여성이 원하는 대로만 하면, 돈도 들어올 것이라는 유혹에 빠져 “더 크게!!” 를 외치는 여성들의 요구를 무한대로 충족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 말처럼, “남자들은 이제 내 가슴만 본다. 못난 치아 교정대신 선택한 가슴 수술에 대만족이다.” “당신은 구원자다. 내 인생에 좀 더 당당할 수 있게 됐다.” 며 케빈을 단숨에 명의로 만들어 주었던 환자들은 그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는 지적인 커리어 우먼인데, 수술 후 창녀 취급 받고 있다”는 이유로.
게다가 정도(正道)를 버렸다며 동료의사들과 아내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실리콘 팩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결국 케빈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던 성형술의 블루오션을 개척했건만, 그 역시 비난을 피할 순 없었다며 이렇게 쓸쓸히 다큐멘터리 영화는 막을 내린다.
본래 가슴 성형의 목적은 여성들의 콤플렉스를 해소해 인생을 좀더 기쁘게 살도록 만들기 위한 하나의 치료법으로 개발, 발전되어 왔다. 영화 속에서 문제가 됐던 실리콘 백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기술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되어 인체에 해가 없는 식염수 백이나 코히시브 젤과 같이 안전한 보형물들이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가슴성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최근 들어 많은 여성들이, 혹은 남성들까지도 이를 지원하고 격려한다.
가슴성형은 비단 미용에만 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행해지고 있는 가슴축소술이나, 가슴재건술, 함몰유두시술은 비단 콤플렉스 해소나 미용에만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정신적인 치료나 그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다른 합병증까지 치료, 예방하기 위한 시술이다. 그러므로 가슴성형은 진정한 치료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대중들은 여전히 가슴성형을 외모지상주의의 첨병이라 조소하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이유로 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결국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긴 채 자신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필자를 포함한 가슴성형 전문의들도 그 이중의 시선 사이에서 울고 웃는다.
필자는 영화 속에서의 케빈의 모습에서, 어쩌면 이 시대의 성형외과의들의 모습을 예견해 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던 기억이 든다. 여성들의 절대적인 환영과 사랑을 받았지만 사회적인 비난 역시 피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필자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케빈과 비슷한 고뇌를 했던 시절이 눈앞에 스치며 코끝이 찡해지곤 했다.
“내면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외모가 끌리지 않으면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해서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죠.”라는 대사는 공포심을 감행하고서라도 수술을 위해 내원하는 환자가 느껴왔던 부담과 자신감에 관한 해결책으로써 가슴성형이란 선택을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더 크게!!” 보다는 “더 건강하게!!”를 외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품은 한 사람의 브레스트 맨으로서, 더 건강하길 원하는 모든 남녀들의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오늘도 메스를 든다.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아름다운가슴을 꿈꾸는 이들의 사연과 숨겨진 가슴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