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7

임호준 기자
술을 권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술과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할 ‘건강의 적’으로 간주돼 왔으나, 최근 들어선 ‘매일 반주로 한 두 잔 정도의 술은 마시는 게 좋다’는 게 정설이 돼가고 있습니다.

물론 폭주는 알코올성 간염과 간 경변 등을 일으키며, 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알코올중독을 일으켜 패가망신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술을 권하는 이유는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심장병은 미국의 경우 사망원인 1위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갈수록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적 포도주가 심장병에 좋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상식입니다. 사람들은 적 포도주에 존재하는 항산화물질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포도주 뿐 아니라 맥주나 양주 등 모든 종류의 술이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1996년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미국암협회도 14년간 49만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한 잔 이상 술을 마시는 남성은 사망률이 비음주자에 비해 30%, 여성은 40%정도 낮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술이 심장병을 예방하는 이유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HDL은 혈관 안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콜레스테롤 찌꺼기들을 ‘소각장’에 해당하는 간으로 옮겨 분해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이 높은 사람, 예를 들어 45세 이상의 남성과 55세 이상의 여성, 고혈압-고지혈증 환자, 흡연자,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사람 등은 ‘적당량’의 음주가 필요하다고 심장 전문의들은 말합니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사람도 반주 정도의 술은 괜찮다고 합니다. ‘적당량’이란 소주 맥주 양주 등 자기 잔으로 두 잔 정도로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적당히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폭음은 간을 상하게 하고, 협심증을 악화시키는 등 여전히 몸에 해롭습니다. 약주(藥酒)를 마실 것인가 독주(毒酒)를 마실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술을 강권해서,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는 우리의 술 문화는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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